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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평점 :
친절함과 다정한 배려 같은 것들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일까? 돈이나 명예나 권력이 아니라 훨씬 더 개인적이고 고유한 것. 우리가 갖고 있지만 알아차릴 수 없는, 모르기 때문에 살피고 돌봐야하는 귀한 부분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안은영의 ‘발랄함과 굳건함, 코믹함과 용감함’과 그 그늘까지도 포함해서.
문득 아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마음의 한 부분이잠시 경련을 일으키듯 움직였다. 은영도 언젠가 그런 생각을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위험하고 고된데 금전적 보상이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은영의 능력에 보상을해 줄 만한 사람들은 대개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좋지 않은 일에만 은영을 쓰려고 했다. 아주 나쁜 종류의 청부업자가, 도무지 되고 싶지 않았다. 은영은 다른 종류의 보상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가, 어느새부터인가는 보상을 바라는 마음도 버렸다.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자신의 친절함을 버리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은영의 일은 은영이 세상에게 보이는 친절에 가까웠다. 친절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덕목이라고 여긴다는 점에서 은영과 인표는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만약 능력을 가진 사람이 친절해지기를 거부한다면, 그것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치관의 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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