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 일본의 북 디렉터가 본 서울의 서점 이야기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우치누마 신타로 & 아야메 요시노부 지음, 김혜원 옮김 / 컴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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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책의미래를찾는여행 #북티크_서교점 #동네책방 #독립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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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서울 행. 고양이 분양도 겸해서 방문. 새로운 이야기보다 내가 과연 잘 하고 있는 걸까 확인하고픈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던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 북토크. 우리 책방 그기 대표님도 정말 가고 싶어했지만 내일 프로그램 때문에 혼자 다녀왔다. 그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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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책방, 술먹는 책방 ‘B&B‘ 운영자이자 <책의 역습> 저자인 우치누마 신타로와 편집자 아야메 요시노부, 사적인 서점의 북디렉터 정지혜 님이 함께한 자리. 1부에서는 일본의 저자들이 바라본 한국 서점의 인상을 이야기하고 2부에서는 지혜 님이 바라본 일본의 서점 이야기. 그리고 더 유익했던 질의응답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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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는 한국의 서점들의 이야기를 했는데 ‘땡스북스‘, ‘유어마인드‘, ‘북바이북‘, ‘슈뢰딩거책방‘, ‘위트앤시니컬‘, ‘북티크‘.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과 출판사 ‘워크룸프레스‘, ‘북노마드‘, 잡지를 만드는 ‘스트리트 h‘의 예를 들어서. 각 서점의 특징과 매력을 이야기. 익히 잘 알고 있는 서점들의 이야기라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일본인 저자들이 받아들이는 각 공간의 에너지. 한국에서 폭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책방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정말 경이로울 정도니까. 최근엔 린스타트업도 아니고 그냥 막, 일단 열 수 있으면 막, 열고 보자는 느낌이라서. 그래도 저자들이 주목한 서울의 책방들에서 확인한 디자인과 디테일의 요소를 하나하나 짚는 동안은 좋았다. 맞아맞아, 그런 게 진짜 좋았지. 싶은 마음.

사실 우리 책방들의 이야기보다 일본의 사정이 궁금했었는데 그 부분은 2부에서 지혜 님이 잘 설명해주었다. ˝서점의 정의를 확장한 일본의 책방˝으로 모리오카 서점이나 B&B, 이카분고--공기책방의 예를 들면서 책을 둘러싼 새로운 일의 방식이 생겨나는 것을 주목하며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소회를 들려주는 지점이나 ˝서점의 기획력˝을 주제로 기획의 유연함을 보여주는 ‘블라인드 북‘의 사례, ‘비블리오 테라피‘, ‘편집 매대‘ 등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 지점이 너무 와닿고 좋았다. 내일 ‘북 큐레이션‘을 다루는 섹션에서 더 다양한 사례와 고민을 이야기할 거라고 해서 아쉽긴 했지만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한 걸. 사례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고민을 어떻게 구체화할 지. 그런 시도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는 생각. 카모메 서점이나 미시마샤 책방, 도쿄의 서니보이북스도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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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았던 건 프로그램 참가자들과의 질의 응답. 간단히 메모한 내용을 옮겨놓는다.

Q1. 서점을 오래 운영한다는 건 참 어렵잖아요? 일본의 서점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우치누마 : 책만 팔아서는 경쟁력이 없다. B&B에서 여는 매일의 이벤트, 가구 판매, 각종 클래스를 통해 수익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 손님들의 요구에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제대로, 애정과 지식을 지니고 책을 골라 소개하는 일이 기본이 된다. 여기에 가면 늘 새롭고 유익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들어 가는 일.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을지 모르지만 정말로 책을 읽고 좋아하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지 않는 게 아닐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야 한다.

지혜 님 : 혼자 운영하는 서점의 경우 책의 마진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다. ‘사적인 서점‘의 경우 서점에서 진행하는 ‘마스다 미리‘ 일본어 읽기 강좌로 월세를 충당하고 있다. 최소한의 운영비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 또한 책방의 경우 좋아서 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수익이 나지 않을 때 무리하는 경우가 발생.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리하지 않은 자세가 필요하다. 조바심 내지 않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게 서점을 오래 운영하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2. 책방에서의 책 큐레이션은 정말 중요하지만 책방지기에 의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책방을 둘러볼 때 인상 깊었던 책방지가 있다면? 또한 책방에서 사람들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어떤지도 궁금.

우치누마 : 오늘 막 인터뷰를 했는데 가장 실험적인 서점으로 ‘사적인 서점‘을 꼽았다. 책이 귀중품이던 시대가 있었고 당시엔 직접 고객을 마주하고 책을 팔았던 역사가 있었을 것. 90년대 후반 일본의 호황기에 책이 막 팔려나갈 때는 그냥 책이 팔렸기 때문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서점원이라도 책을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오프라인 서점에서 매력은 아무래도 ‘사람‘. 책과 사람을 연결시킬 수 있는 서점원의 존재가 크다. 그게 바로 이전에 면대면으로 책을 팔았던, 이전의 방식으로 회귀하는 지점. 거기에 아이디어와 새로운 도전이 맞닿아 있는 것.
하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서점원이라도 괜찮지 않을까요? 나름의 방식으로 기능하는 나름의 서점이 가능하다면요? 수줍은 서점원의 매력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야메 : 서점은 사람이죠. 온라인 책방이 아니라 오프라인 책방을 가는 이유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서점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취향과 지식에 대한 신뢰. 서점원에 대한 믿음이 서점 방문의 이유가 됩니다.

Q3. 여러분에게 물질적인 ‘책‘과 책을 파는 공간으로서의 ‘책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치누마 : ㅋㅋ 제가 그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엄청 길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요약하자면 ˝책이란 책방이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책이다.˝ 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잖아요. 전자책이 책이라고 한다면 모든 컨텐츠, 우리가 읽을 수 있는 모든 컨텐츠가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심지어 그 컨텐츠를 소개하는 사람 하나하나 모두 책방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아아메 : 책은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투명한 그릇,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지혜 님 : 책은 저에게 소울 메이트였어요. 서점은 책을 통해서 받은 모든 것들--위로나 응원, 공부, 또 다른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공간입니다.

그리고 츠타야를 바라보는 일본 내부의 시선... 츠타야가 동네 서점의 지분을 뺐는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책방 마다의 개성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등등.

질문도 이야기도 더 나누고 싶었지만 나중에 더. 지혜 님에게 안부를 전하고 우치누마 일행에게도 다음에 통영에 놀러오라고 전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의 지역서점에 가 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가보진 못했지만 통영에 있는 남해의봄날을 알고 있다고 한 게 인상 깊었거든. 영어랑 일본어랑 섞어서 내가 그 통영에 있는 서점에 일했던 사람이야. 나 통영에서 왔다니까. 아니 지금은 독립해서 새로운 책방을 해. 통영에 오면 봄날의책방이랑 우리 책방에도 놀러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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