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 펀딩에 참여하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받고 나서도 미루다가 이번 참에 한달음에 읽었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술술 읽어 내려갔다. 직전에 읽었던 <사유의 거래에 대하여>의 경우 얄팍한 책이긴 했지만 책의 이데아, 서점의 의미를 원론적으로 다루고 있는데다가 개념어들이 반복되는 탓에 독서가 더뎠다--사실 재미가 없었다. 개념어에 병기된 라틴어, 불어, 독일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서 더 그랬다. 오히려 책에 대한 비유, 독서에 대한 감탄을 보여주는 책으로는 미셸투르니에의 <흡혈귀의 비상>이 탁월했다는 기억이 난다--책은 흡혈귀. 죽어있는 존재지만 독자를 만났을 때 피를 마신 흡혈귀처럼 강렬한 힘을 발하게 된다는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의 책방>은 철저하게 서점 현장에 대한 이야기다. 서점인의 필독서 <서점은 죽지 않는다>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데 훨씬 산뜻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여주어서 더 좋았다. 첫번째 챕터에서 매장이 없는 책방, 책을 팔지 않는 책방을 다루는데 한방 맞은 것 같았다. 책방을 통해 수익을 내고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다른 책들의 태도와는 달리 가능성으로서의 책방을 조망해 가는데 여러모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었다. 인터뷰의 생동감이나 매대를 소개하는 도면도 인물들의 고민과 생각을 구체화해주었다. <지적자본론>의 경우 개념을 정리해주는 책으로는 훌륭했지만 지나치게 공급자 중심으로 책방이야기를 끌어가는 것 같아 아쉬웠던 기억도 조금.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이나 <시바타 신의 마지막 수업>이 기존 도매서점 운영에 대한 이야기로써 실용적이라고 한다면 가능성, 상상력, 사례와 제안의 측면에서 힘을 느끼게 하는 책. 국내 사례를 살펴볼 수 있는 책들로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나 <우리 독립서점>같은 책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고 새로 나올 예정인 브로드컬리 매거진이나 <서점을 둘러싼 희망>도 얼른 읽어보고 싶다.

최근 책방 열풍과 함께 관련된 책이 지속적으로 출간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책방에 관련된 토픽이 아니라 우리가 복원해야 할, 혹은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로 느껴진다면 조금은 비약인 걸까? 수익보다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와 즐거움을 따르는 삶. 공유하고 나누고 소통하는 삶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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