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리운 문체, 조금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는 문체,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문체.‘

소설 내에 인용된 하라 다마키(原民喜)의 문장론이 맞아떨어지는 캐릭터와 묘사. 피아노 조율사의 이야기-소재가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읽었던 히라노 게이치로의 신작 <형태뿐인 사랑>이 묘하게 겹쳐져서 떠오르네-의족을 디자인하게 된 산업디자이너의 이야기.

소재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경우 어쩔 수 없이 주제가 형상화를 넘어 도식화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럼 인물의 내면, 인물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 밖에 없는 걸까? 두 소설은 모두 그랬다. <양과 강철의 숲>에서는 단정한 캐릭터가 소재와 호응하며 드라마를 만들어내고는 있지만 깊이에서는 아쉽다.

비슷한 아쉬움을 받았던 <배를 엮다>도 생각나네-사전제작자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중소설과 본격소설이 나뉘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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