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공감, 착각—으로 이어지는 단어의 맥락과 강렬한 표지를 보고 지레짐작으로 내용을 예측했다. 사회학, 인식론, 인권과 연대의 이야기를 담은 진중한 책일 거라고.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작가의 이야기에 담긴 기억과 지식, 감정을 따라가는 일은 산뜻하고 경쾌하다. 이길보라 작가는 청각장애인 부모와 함께 살며 겪은 코다로서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여러 논픽션 작품을 소개하며 타인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일, 생각을 바꾸고 세계를 확장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꾹꾹 눌러쓴 편지처럼 구체적인 경험과 고민을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장애, 다름,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세상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책에 소개된 작품들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