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진연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미루어 보건대 삶은 우리가 쓰는 낱말들을 초월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말인가가 결여되어 있기 마련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소설 속에 인용된 존 버거의 말에 따르면 진연주 소설가의 이번 작품집이 바로 그런 이야기가 아닐까. 사건이나 상황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 아니라 정지한 채로—서술하거나 판단하는 문장이 아니라 감각하고 사유하는 문장으로 사건이나 상황을 낯설게 만든다. 비가 내리는 골목길, 노쇠한 반려견과의 산책, 어머니의 죽음, 연인과의 이별, 흔적, 소멸, 상실에 대한 이야기는 그 상황의 직접적인 묘사보다 화자의 감정—문장으로 표현된, 동시에 문장으로 채 전달되지 않는—을 드러내고 있다. 채워지지 않은 이야기를 짐작하고 상상하는 동안 이야기는 독자의 삶으로, 감정으로 확장된다. ‘모든 쓰는 이가 사랑하는 이다. 사랑하는 이가 결국은 쓴다‘는 작품 해설의 말처럼, 모든 읽는 이는 사랑하는 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이 소설이 여러 독자에게 가 닿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