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전 좋아했던 외화 시리즈 중에 앨리맥빌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괴상, 요상, 희한, 망칙한 인간들은 죄다 모아놓은 이야기로 주인공 앨리의 일과 사랑을 중심축에 놓은 아주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드라마였다. 때로,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고 하루하루 살아내던 내가 앨리가 아닐까 할 정도로 극에 몰입하여 아주 정신조차 차리지 못 했더랬다. 어쨌거나, 그 중에 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일명 괴짜 변호사로 앨리의 든든한 친구이자 오너이자 동료이다. 내 어렴풋한 기억에는 그가 약간의 투렛증후군을 갖고 있었다. 에피소드 내내 보이는 존의 행동과 한쪽 눈을 늘 깜빡이는 또 다른 투렛증후군의 여인을 보며 처음에 나는 저게 드라마의 요소를 위한 장치인가. 하다가, 다시 정말 저런 증후군이 있나. 궁금했고, 사실을 알고 난 후엔 정말 괴상망측한 병증도 다 있군. 히뜩 놀래다가, 한동안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더랬다. 그리고 다시금 나와 내 주위와 앨리와 그 주위를 유심히 관찰한 끝에 생각을 마무리했다. 기실, 세상이란 넓고도 넓은지라 나와 같지 않다고 이상하게 볼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는가! 라고 어쩌면 나와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만이 맞는 것이라는 내 생각 자체가 어이없는 것 아니겠는가! 라고(, 어떤 에피소드에는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아닌, 아내의 머리를 축구공으로 착각해 해변에서 모래찜질하던 아내의 머리통을 있는 힘껏 걷어차 살인죄로 기소된 남자가 법정에 서게 된다. anyway)

 

대체로 우리는 유독, 장애인, 그것도 정신과 신경 쪽의 장애인들에게 어떤 미묘한 거부감을 갖는다. 사실, 거부감이라 표하면 뭐하고 뭔지 모를 불안함과 그에 따른 거리두기 라고나 할까? 나 또한 마찬가지로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무의식 중에도 주춤 한걸음 물러서게 된다. 좁은 골목길 저 쪽 끝에서 무언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며 나에게 오고 있다면 나는 기꺼이 다른 길로 돌아갈 것이고, 지하철 의자에 누군가가 앉아서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당신들은 분명 그 옆자리에 앉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그와 내가 틀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약간의 불안과 공포 내지는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것은 여지껏 살아오면서 우리와 너무도 틀린 행동을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우리도 모르게 저건 아니라는 신호가 입력되고 그에 따라 우리 몸은 주춤주춤 반응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신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다. 그들은 우리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걸, 그저 너무 오랫동안 길들여진 우리의 인식과 무의식적인 행동과 반응이 그렇게 나오는 것뿐이라는 걸

 

모든 생활과 사고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사물로 착각하는 사람이나, 전체는 보지 못하고 특징적인 무언가를 통해 인지하는 남자, 순식간에 자신의 몸뚱아리가 사라져 버린 여자,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자페증 환자, 그리고 일주일은 정상으로 주말은 투렛증후군으로 살아가길 택한 사람 등. 신경학 전문의인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 치료하며 함께 생활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풀어 놓는다. 너무 감상적이지도 너무 딱딱하지도 않은 어조로 우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보던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그것이 의사와 환자가 아닌, 정상인과 장애우가 아닌, 그저 자신과 조금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하듯 동정하지 않고 다 자란 손톱을 깎아 내듯,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무심히 툭툭 뱉어내고 있다. 분명 그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는 걸 진즉에 알았으리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두뇌와 인간 의식에 대한 현대의학의 이해를 바꾸었을 뿐만 아니라 이 먼 곳에서 온갖 오만과 편견으로 뭉뚱그려진 나와 당신의 이해마저 바꾸어 놓는다. 그리고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 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우리는 어느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어떤 부분의 상실과 손상에 대해 다시 한번 깊게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들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와 조금 다를 뿐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톡 까놓고 말해서 나나 당신이나 얼마간은 이 책에 열거한 환자들의 증상을 갖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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