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두들 등반기
W. E. 보우먼 지음, 김훈 옮김 / 마운틴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코믹산악소설을 표방한 <럼두들 등반기>.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제목에 게다가 코믹산악소설이라니... 그다지 웃음이 많지 않은 관계로 별로 내키지 않았으나, 소개글을 보다보니 빌 브라이슨이 그리도 사랑해마지 않는 책이라는 부분이 눈에 띄어 구입. 그래, 빌 브라이슨이라면 믿을 만 하잖아? 갖은 위로와 확신을 뻔한 3류소설이 아닐까하는 불안위에 화려하게 덧입히며 불안을 잠재웠다. 책이 오고도, 당장 읽을까말까를 망설이다 마침 짜증나는 일이 있던차에 저 '코믹'이라는 두 글자에 꽂혀 집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아,,,, 나 완전 쓰러진다.. 책읽으며 울고, 감동받아 가슴이 뻐근한 적은 많았어도 내 생전에 책을 읽으며 깔깔 거리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런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뭐 호어이스트의 책이나 닉혼비의 책에서 잠깐씩 피식, 웃음을 흘리긴 했지만 깔깔~ 은 난생처음. 말 했듯이 난 웃음이 그리 많은 사람이 못 된다. 마음 맞는 사람과 있으면 장난치고 웃고 떠들고 거기에 알콜을 더하면 혼자 업되서 잘 놀지만, 책을 읽으며 혹은 혼자 무엇을 하다가 미친듯이 웃어제끼는 성정은 아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헌데 거짓말 하나 안보테고 <럼두들 등반기>를 읽으면서는 정말 내내 '아~ 나 죽겠네~'를 연발하며 웃어댔다. 근래 들어 보기드물게 유쾌하고 즐거운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어쩐지 정말 억울하다는 생각뿐이다. 1956년에 첫 출간된 책이 어째서 우리나라에는 이제야 들어왔단 말인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들 알고 있었다든데! 산악문학 최고의 코믹소설이라는데! 저기 멀리선, 벌써 전설적인 소설로 자리잡았다는데! (하나 틀리지 않고 저 수식어들이 정말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음... 쓰다보니 어째 나 출판사 직원같은 분위기...--;) 이제야 출간을 했느냐 말이다! 억울하다. 오랜 세월 우울한 기분을 깨끗하게 가셔줄 노하우도 없이 살아왔던 내 청춘이 분하고 원통하다!

 괜한 이야기로 재미를 반감시킬 우려가 있어 자세한 말은 하고 싶지않지만, 잠깐 소개하자면 이러하다. 럼두들이라는 (가상의) 지상 최고 높이의 산을 오르고자 모인 일곱사내들! 이름하여 힘이 장사인 보급담당 벌리, 과학담당 위시, 촬영담당 , 등반길 안내자 정글, 언어학자 콘스턴트, 주치의 프로운, 그리고 화자인 등반대장 바인더. 전문적인 등반대원들의 사투를 생각했다면 오산. 어리버리한 일곱대원들의 사랑스럽고 눈물나게 웃기는 럼두들 분투기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재미있고 어이없는 사고들의 연속이라 책을 잡으면 좀처럼 손을 떼기 어렵다. 각각의 대원들은 또 얼마나 화려하신지. 말 그대로 화려한 경력들을 지니고도 좌충우돌 웃음을 선사한다. 완벽한 전문가들의 어딘가 하나씩 비어보임이 어쩌면 더 정이가는 비결은 아닐까?

하나씩만 말하자면 육군소령의 건장한 벌리는 바다를 건너면 바다피로증, 런던에 가면 런던피로증, 얼음피로증, 급기야 침낭피로증까지--;  촬영담당 셧은 툭하면 카메라를 햇빛에 노출시켜 찍은걸 다 날리고, 안내자 정글은 가는 족족 엉뚱한 길로 안내한다. 위시의 쓸데없는 실험은 계속되고 언어학자 콘스턴트는 언어를 잘못 발음해 칼든 자에게 쫒기며, 대원들의 주치의인 프로운은 남들은 걸리지도 않는 온갖 질병을 혼자 걸려 자신을 치료하느라 정신이 없다. 등반대장인 화자는 너무도 낙천적이셔서 이 모든 해괴한 일들을 아름답게 해석하고 바라보는 능력의 소유자라 웃음을 더한다. 그리고 그들을 돕는 포터들 또한 지대한 한몫을 하시는 분들이다. 목숨 다해 오른 산은 그 산이 아니옵고, 얼레벌레 오른 산이 그 산이더라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아, 어찌 읽지 않고  그 모든 내막을 알 수 있으랴. 그냥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나를 믿고, 내가 못미더우면  편집자를 믿고, 편집자도 못미더우면 빌브라이슨을 믿고, 빌브라이슨도 믿을 수 없다라고 한다면 이 소설이 전설이 될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믿어보시라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다. 그저 나는 우울하고 각박한 세상에 기분이 별로인  많은 독자들에게 즐거운 한때를 보내시라 작지만 큰 책을 한권 소개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상 끝! (어째 떨이로 파는 책장사 분위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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