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난민 - 제10회 권정생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3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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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기존에 그들이 갖는 환경이 그들을 살수없게 만들었기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엄청난 삶의 모험을 하는 사람들이지요.

'살아오면서 나쁜일도 안 했는데, 나는 왜 이렇죠?' (126p)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난민이란 시리아 내전과도 같은 전쟁이 일어난 곳의 사람들이 안전한 삶을 위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 다른나라로 향하는 이들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지만 사생아여서 출생신고조차 되지않은채 자라는 아이가 있다는 설정에서 뒷통수를 세게 맞은 듯 충격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는데 축복받지못한 출생으로 국민으로 신고조차 할 수 없어 난민 아닌 난민이 된 것이지요. 사회제도나 이념, 관습때문에도 난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 한구석에 씁슬함을 남겼습니다.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278p)

보트피플, 국제커플, 명예살인의 피해자, 미혼녀, 사생아, 게이 성적 소수자, 좌천된 경찰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불안정한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외국인 지원센터'라는 이름의 난민 캠프에서 임시로 머물며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희망을 가꿔나갑니다.

이 난민 캠프야 말로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지. 누구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고. 이미 새로운 여행자들이 몰려올 준비를 하고 있거든...(279p)

그들이 머무는 거처는 산 중에 잠시 쉬어가는 베이스 캠프처럼, 여행 중 하루 묵어가는 게스트 하우스처럼 그들의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달래주는 휴식처로서 기능합니다.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고 있자면 지금의 평범한 일상은 수많은 우연과 운, 도움으로 이뤄진 것이라는걸 깨닫게 되죠.
나라, 이념, 부모, 돈, 가족, 친구 등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탕이 되어있어야 했었는지...
그들의 삶과 비교해보면 다소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실제로 난민과도 같은 삶을 살아내고 있을 사람들이 부디 안정과 평화를 얻기를 바랍니다.


‘살아오면서 나쁜일도 안 했는데, 나는 왜 이렇죠?‘ (126p)

이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이래저래 난민일 수밖에 없어.(278p)

이 난민 캠프야 말로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 같은 곳이지. 누구도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고. 이미 새로운 여행자들이 몰려올 준비를 하고 있거든...(2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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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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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프로파일러 출신 박수무당 한준과
FBI출신이었다가 게임동아리때문에 퇴출당한 똘끼 충만한 여동생 혜준,
그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몸빵담당 준철.
이 세명이 미남당이라는 이름아래 자신들의 능력을 이용해, 점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신기가 없으니 사기인데, 그 내용들을 들어보면 기가막히게 맞아떨어지고, 해결책도 솔찬히 알려줍니다.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면 그만이라던가요.
사람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또 그게 잘 해결이 되니 결과적으로는 서로 윈윈이 되는 모양새라 고개를 끄덕이며 소설을 읽게 되었네요.
현실 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 재벌암투, 비자금, 성매매 등 - 여러 소재들을 버무려 스피디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니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한탕주의를 꿈꾸는 듯 하던 주인공의 행동이 무모해 보이면서도 결과적으로 선을 이끌어내는 권선징악의 형태로 이야기가 마무리 되었네요.
캐릭터가 생동감이 넘쳐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재밌을것 같습니다.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며, 미래를 기대하자(3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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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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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와도 같은 산골마을에서 1년 동안 살아보기로 한 가족의 생활기.
길가에 사슴이 뛰어놀고 수영장에선 비버가 꼬물꼬물,
가끔 곰들이 출몰하기도 하는 이곳.
TV가 나오지 않고 인터넷도 엄청 느립니다.
여름엔 20도로 선선하지만 10월만 되도 영하로 얼어붙는 날씨,
여름에 저체온증으로 얼어죽은 사람들도 있는 곳이라니.
평화롭고 한가한 시골생활을 하기위해 사람들은 자연을 읽고 대비하며 자연 속에서 살아갑니다.

아주아주 작은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며 낯설은 외지 사람이라도 반갑게 한 식구로 맞아주는 사람들.
시골 텃세가 있다고 하던데 이곳의 사람들은 아주 열린 자세입니다.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가까워지는 것도 순식간.
아이들의 학교 선생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친구 만드는 법을 모른답니다. 여기 있으면 모두 처음부터 친구이니까요." -167p

바쁘지않고 평화롭기만 할 것 같은 곳이지만 저자의 글에는 활력이 넘쳐납니다.
아주 작은 것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읽어내어 읽는 내내 산골생활의 청량감과 시끌벅적함을 전하지요.

이러한 에세이가 가능했던것은 부부와 아이들 모두가
단지 '해보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에 안정적으로 마련했던 모든것을 과감하게 포기할수있었던,
용기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이상주의자 혹은 로맨티스트로도 보이지만 대단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혹, 막연하게 시골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책을 보고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볼 수는 있겠네요.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것을 이겨내게하는 따듯함이 묻어있는 에세이였습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친구 만드는 법을 모른답니다. 여기 있으면 모두 처음부터 친구이니까요."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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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 과학 없이 못 사는 공대 여자의 생활 밀착형 과학 이야기
이영혜 지음, 고고핑크 그림 / 새움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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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하는 여자, 영혜.
발랄한 일러스트만큼 내용도 생동감이 넘칩니다.
저자 이영혜는 이과를 졸업한 (과학)기자로, 요즘 대두되는 이슈들을 파고들어 전문성을 가지고 설명해줍니다.
폭탄 햄버거가 어째서 몸에 안좋은건지.
몸의 기질에 맞는 적합한 다이어트는 어떤 원리인지.
2~3살에 대중교통에 적응을 하면 커서 멀미를 좀 덜할 수 있다던지.
막춤의 스타일은 4~7세에 정해진다는 등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미 뭉뚱그려서 알고는 있지만 과학적인 분석을 넣어주니 한층 이해가 쉽고, 그 지식을 잘 분석해 어떻게 활용하면 되겠다는 응용력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시끄러웠던 생리대의 유해물질관련 기사와 일본 원전 사고 이후, 불안했던 방사능에 대한 기사까지 단순히 재미뿐만이 아니라 삶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던 이슈들도 다루었습니다.
저자의 리액션이 눈에 보이는 듯한 묘사로 깔깔거리며 읽게 되었던 시트콤 같은 과학이야기.
최근의 이슈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가볍게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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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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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은 한 때 열렬한 카톨릭신자였던 작가가 회의론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토록 탐구하고 몰두했던 것을 냉담한(혹은 이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초대 기독교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책 소개만을 보고는 고대 문명에서부터의 서사나열식 글일거라 예상했었는데요, 책의 시작은 이런 뻔한 예상을 빗겨가 마치 소설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처럼 작가 자신을 소개하고, 그의 배경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킴으로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맹목적인 카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지 말라는 듯이요. 이런 장치는 시간의 순서를 섞거나 뜬금없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혹은 갑자기 자신의 시니컬한 해석을 끼워넣더라도 어색하다는 느낌대신, 글의 이야기 방식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주여 이제 난 당신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날 버리지 마소서. (155p)"
 
나는 포기해도 너는 나를 포기하지 말라니. 자기가 엇나가더라도 결국에는 돌보아달라는, 하느님께 속해있기 위해 그가 주는 시련을 갈망하고 그것을 무사히 통과 하기를 바랬던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것 같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이런 그의 상태를 예언하며 그럴때 자신의 십자가를 마주하는 날이 올거라고 했습니다.

작가는 1부 끝을 이렇게 끝내면서도 자신은 카톨릭 예식도 참가하고 절차도 따르겠지만 진실로 믿지는 않으며, 2부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신앙인, 소설가, 역사가 등 단순하게 어느 한쪽입장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조사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달라고 합니다. 어딘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상태지만 행동하지않고서는 근질거려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작가에게 왕국은 가난한 자들이 살아가는 현재이며 기독교회를 뜻합니다. 교회적인 모임 안에 가장 연약한 나 자신과 이웃이 있는 곳. 그는 왕국이 신화적 느낌이 아닌 현실에 존재함을 느끼며, 그것을 피부에 닿는 언어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 왕국에 머물기 위해 자신의 장애물과 싸우며 결국엔 성취하기를 시도합니다.

저는 카톨릭 신자여서 작가의 이런 마음상태가 이해가 되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카톨릭과 전혀 관계없는 3자의 시선에서는 군데군데 모순점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똑똑하지 않으려고 기도하라는 자클린의 말처럼, 비판하거나 확정짓는 것을 그만두고 그저 따라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주여 이제 난 당신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날 버리지 마소서.(155p)

너무 똑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봐.(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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