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
엠마뉘엘 카레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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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은 한 때 열렬한 카톨릭신자였던 작가가 회의론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토록 탐구하고 몰두했던 것을 냉담한(혹은 이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초대 기독교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책 소개만을 보고는 고대 문명에서부터의 서사나열식 글일거라 예상했었는데요, 책의 시작은 이런 뻔한 예상을 빗겨가 마치 소설의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처럼 작가 자신을 소개하고, 그의 배경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킴으로서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시키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맹목적인 카톨릭 신자가 아니지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저항감을 느끼지 말라는 듯이요. 이런 장치는 시간의 순서를 섞거나 뜬금없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더라도, 혹은 갑자기 자신의 시니컬한 해석을 끼워넣더라도 어색하다는 느낌대신, 글의 이야기 방식이 신선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주여 이제 난 당신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날 버리지 마소서. (155p)"
 
나는 포기해도 너는 나를 포기하지 말라니. 자기가 엇나가더라도 결국에는 돌보아달라는, 하느님께 속해있기 위해 그가 주는 시련을 갈망하고 그것을 무사히 통과 하기를 바랬던 그의 마음이 드러나는것 같았습니다. 그의 아내는 이런 그의 상태를 예언하며 그럴때 자신의 십자가를 마주하는 날이 올거라고 했습니다.

작가는 1부 끝을 이렇게 끝내면서도 자신은 카톨릭 예식도 참가하고 절차도 따르겠지만 진실로 믿지는 않으며, 2부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신앙인, 소설가, 역사가 등 단순하게 어느 한쪽입장에서 이야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조사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달라고 합니다. 어딘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상태지만 행동하지않고서는 근질거려서 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작가에게 왕국은 가난한 자들이 살아가는 현재이며 기독교회를 뜻합니다. 교회적인 모임 안에 가장 연약한 나 자신과 이웃이 있는 곳. 그는 왕국이 신화적 느낌이 아닌 현실에 존재함을 느끼며, 그것을 피부에 닿는 언어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왕국에 들어가기 위해, 왕국에 머물기 위해 자신의 장애물과 싸우며 결국엔 성취하기를 시도합니다.

저는 카톨릭 신자여서 작가의 이런 마음상태가 이해가 되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카톨릭과 전혀 관계없는 3자의 시선에서는 군데군데 모순점이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똑똑하지 않으려고 기도하라는 자클린의 말처럼, 비판하거나 확정짓는 것을 그만두고 그저 따라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주여 이제 난 당신을 포기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날 버리지 마소서.(155p)

너무 똑똑하지 않으려고 노력해봐.(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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