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시차
룬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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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사진 에세이로 생각했다가 택을 엄청 붙여가며 꼼꼼하게 읽어버렸습니다.
책의 저자인 '룬아'는 성격이 세심하며, 소소한 일상을 상대와 공유하며 행복을 느끼는 성향의 소유자입니다. 반대로 남편분은 집착하지 않는 만큼 무심한 면이 있는 분이고요.
남편분의 성격과 가까운 저는 누군가와 매일매일을 공유하는 것보다 모아서 한번을 깊게 이야기 나누고 나머지 시간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걸 좋아합니다. 루나님의 이야기를 읽는 내내 저와 반대인 성향에 한 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음에 두번 놀랐습니다.

사적인 시차
우리는 다르고 닮았다

책을 덮으면서 돌아보니, 다르면서도 닮았다는 책의 부제목처럼 그녀의 이야기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보는 나는 순간적이다. 그는 그 정지된 순간들을 모아 나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러니 온전히 맞을 리가 없다."

"퍼즐조각은 경쟁하지 않는다. 서로 빠진 부분을 메워 함께 그림을 완성할 뿐....우리는 그렇게 15년째 함께 퍼즐을 완성해가고 있다."

"오해가 생기지 않는 것만으로 훌륭한 인연이다."

"인간관계란 상대적이고, 모든 사람을 깊게 사귀어볼 수도 없는 터라서 내 생각을 증명해볼 방법도 따로 없다. 그래도 내 갑옷을 뚫고 진짜 모습을 알아봐줄 사람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딱히 더 애쓰지 않아도, 그들 앞에서 나는 진짜 내가 된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내가."


한두줄이 아닌 페이지 전체에 걸친 이야기를 읽어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 리뷰에 다 옮길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나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거였다는 생각이 드는 글들을 추려봤습니다.
관계에서 알쏭달쏭한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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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새움 세계문학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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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노인과 바다를 처음 읽었던게 고등학생때 였나..
상당히 오래 전 일입니다.

노인은 엄청 고생했지만
실질적 이익없이 뼈만 남은 생선만 건져
무척 안타까운 결말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몇년 전,
까뮈의 이방인이 번역의 다름으로
어떻게 소설의 느낌이 달라지는가를
이야기하며 재 발간되었었는데요,
이 책 역시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재 출간된터라
다시 읽는다면 어떤 느낌을 줄지가 궁금했습니다.

다시 읽은 소설에서
기억 속 보잘것 없던 노인은,
세월의 풍파를 다 견뎌내고
자신의 불운을 버텨내며
갖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붙잡고
끈질기게 돌파구를 찾는
성숙한 인간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는 과거의 영광에 의존하지 않았으며
매사에 겸손했고,
만만치 않은 물고기의 존재는
노인의 위대함을 돋보이게 합니다.

"그가 입증했던 수천번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지금 그는 그것을 다시 입증하고 있는 중이었다. -72p"

그의 간절함에 생명을 죽이는 일이
숭고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는데요.
자신의 직업에 자긍심을 갖고 이루어 내고야 마는
인간승리의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번역이 달라 노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달라진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 책은 고기잡이의 결과보다
노인이 갖는 인간상이 더 기억에 남네요.
이전엔 몰랐던 책의 메세지에
한발 다가간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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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빙 미스 노마 - 숨이 붙어 있는 한 재밌게 살고 싶어!
팀, 라미 지음, 고상숙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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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신의 마지막을 결정하는건 중요한 일입니다
갑자기 죽는게 아니라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바로 노마 할머니처럼요.

이 책은 아흔살의 나이로 미대륙을 횡단한 노마 할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저희 할머니가 생각이나서 짠 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저희 할머니 세대도 전쟁을 겪으신터라
젊은 시절 어렵게 사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에겐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었지만
노마 할머니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누구였고 그 걸어왔던 발자취가 어떻게 남았는지 확인했습니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인연을 되새기고, 새로운 인연들까지 얻는 행운도 얻으셨죠.
암으로 죽어가는 시간을 병동이 아닌 여행을 하며 보내자는 결정을 한 덕분에요.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계획없이 찾아와요."


평생을 익숙한 곳에서, 정해진 일상과 의지할 사람들이 있는 삶을 떠나
하루하루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삶을 산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수십가지의 'ㅇㅇ하면 어떻게 해?'라는 우려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노마 할머니는 용기있게 이런 삶을 택했고
때마춰 나타난 주변의 여러가지가 그 선택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죽음이 그 어느때보다도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게한 아이러니.
90살 할머니가 생의 마지막에서 보여준 용기는 진짜 삶에 있어

무엇을 걱정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을 만들어냈습니다.
페이스북의 수만에 달하는 팔로워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거창한게 아닌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하고, 그동안 해야지라고 마음만 먹었던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는 것.
노마 할머니의 여행처럼 나를 채우고 삶을 생동감 있게 만들 일들을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멋진 일이 많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전부 계획없이 찾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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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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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곰이 사는 마을.
곰은 하키팀의 심볼이자, 마을의 심볼, 자신들의 심볼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 안에 곰이 살고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기운을 실체화 시켜주는 하키팀을 하나의 종교처럼 생각합니다. 하키는 잊혀져가는 마을의 희망과도 같은 존재이고, 그 희망을 선두에서 이끌어주는 청소년팀 선수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들이 결승에서 우승하기만 하면 마을은 부흥의 기회를 얻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청소년팀은 하키 천재소년을 주축으로 튼튼한 선수군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결승전에 진출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쥐었던 날 저녁, 하키 천재소년은 사고를 치고, 자칫 하키팀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그 일을 덮기위해 대부분의 마을사람들이 하나로 뭉칩니다. 아이들의 미래에 자신의 미래를 거는 것처럼 천재소년은-베어타운의 하키는- 무슨희생을 치르더라도 보호되어야 할 존재처럼 여겨집니다.

주변 어른들과, 아이들은 믿고싶지 않은 것은 덮고, 사건의 진실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선택을 합니다. 진실이 밝혀지고 난 후에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르쇠를 택한 사람들.

"그냥 하키를 할 수 있으면 돼."

저 한마디가 마법과도 같이 복잡한 문제는 덮어버리고 단순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해줍니다.
선수보단 팀, 팀보다는 구단. 문화와 공동체를 부르짓던 하키팀의 사람들은 하키를 구심점으로 삶의 태도를 결정합니다. 사실 그것이 타협하는 길이라는걸 알고 있음에도요.

사람들 각자가 자기 안에 곰을 키우고, 선악을 구분할 줄 알지만,
선악을 구분할 줄 안다고 반드시 그렇게 행동하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자기가 열망하는 것을 향해 충실한 사람들,
그들이 살리고자 하는 공동체란 오직 하키뿐입니다.
베어타운의 분위기에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을에서 사는게 아닌 버티는 것입니다.

***
베어타운은 사회의 작은 축소판입니다.
누구든 나의 이익을 해치는 자는 적으로 간주합니다. 잘잘못을 떠나서요.
내가 희생자가 아닌 이상, 가해자가 가지는 권력과 돈이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기꺼이 자신의 상식을 수정합니다. 그런 가해자를 만났을 때, 희생자들은 본인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몸을 낮츠고 숨죽여 살아야합니다. 사는게 아니라 버티는 것입니다.

정치판만 봐도 그렇습니다. 보수정권이 득세할 때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에게 막말을 퍼붓던 보수정치인들이 진보정권이 득세하자마자 세월호관련 문제가 붉어졌을 때 유가족들의 편을 드는 척을 하면서 현재 정권을 열심히 까죠. 자신들이 불과 몇달 전에 취하던 입장과는 전혀 반대되는데도요.
그 양면성에 치가 떨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소수를 묵사발 만들어 버리는 것. 그것은 다수에 속해있다면 가장 손쉬운 해결책입니다만, 본인이 소수의 입장이라면 과연 같은 입장을 고수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경험상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저런 사람들은 소수의 입장이라도 '다수의 횡포'라며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공산이 크죠. 절대 희생당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칠 것입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사람들은 선악을 구분하지만 대다수는 이익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는 불편한 진실. 소설은 진실과 양심을 지지하는 힘있는 사람들을 남기는 것으로 작은 위로를 남기며 끝을 맺습니다.

나는 조준할 때가 아닌 이상 항상 전진한다 -97p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이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15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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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그녀의 꽃들
루피 카우르 지음, 신현림 옮김 / 박하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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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별과 아픔, 새로운 사랑까지.

올타쿠나 하고 무릎을 탁치게 하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맞아. 사실은 그런거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절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절절하게 하는 묘사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도 핑 돌았습니다.

_
날 힘들게 하는 건 / 우리가 버리고 또나온 것들이 아니야 /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야 -21p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
첫사랑이 아련하고 가슴아픈건 바로 이점 때문이라는 것을.
이 시를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원했지만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 끝나버린 것일 수 있는 미숙했던 사랑.
다른 선택을 함으로서 둘이 설계하던 도시가 지어지다 말고 방치된채 머물러 있는다는 내용에서
아무도 없는 (폐허가된) 도시가 생각나 쓸쓸함이 맴돌았습니다.
이제껏 짓다 내버려둔 도시는 몇개일까.
나에서 다른 사람들로, 친구들로, 엄마와 아빠의 세대로 영역을 넓혀갈 수록 인셉션에서의 꿈의 도시(부서지고 지어지고 하는)가 연상이 되어 공허해져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_
당신들의 행동은 내 책임이 아니다 / 당신들은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100p

가해자들의 비겁함을 부드럽게 꾸짖으며 내면의 나를 바로 세우려는 작가의 노력. 노력.
위로와 다짐 등을 엿볼 수 있는 구절도 있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강세를 떨치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가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여자가 손해라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10대를 성추행하고 죽여놓고도 사형 구형이 부당하다고 발버둥치는 어금니 아빠만 봐도 알 수 있죠. 가해자의 반성은 없고, 사회적으로도 처벌은 미비하기만 합니다. 사형구형은 형식적일 뿐 절대 집행하지 않죠.
가해자의 행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가해자의 인권을 더 중요시하는 이 나라에 일침이 되는 목소리라고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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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순진한가 / 치유에는 종점도 없고 / 통과할 경승선도 없으니 / 치유는 매일 해야 하는 일과다 -114p

상처에 유효기간을 정해두고 몇년이 지나면 괜찮지않냐며 상처에 대해 말하기를 그만두라고 압박합니다. 피해자를 입막아서 우리는 갈등이 없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힘있는 자들. 생각하고 공감하기 귀찮은 자들이 분위기를 몰고 갑니다.
수백명이 죽은 세월호가 그렇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렇고,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그들의 치유는 평생이 걸려도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상처에 대해 마음껏 말하고, 나는 피해자라고 외치고 인정받음으로서,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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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지치게 하는 그런 / 사랑은 필요하지 않아 / 내게 기운을 주는 / 사람을 원해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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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맞는 사람은 / 당신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야 /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 길을 내주는 사람이야 -186p

연애하면서 생각했던 내 마음이 여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너무 닮아 깜짝 놀랐던 표현들.
힘든 삶을 살던 작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랑을 만난거 같아 기쁘고,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사랑에서 이전의 상처들로 새로운 사랑에게 화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침내 상처들을 이겨내고 사랑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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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실수한 대가를 / 당신에게 물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야 / 그 상처에 / 당신은 책임이 없다고 / 나 자신에게 가르치는 중이야 / ... / 당신은 그들이 아니야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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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거울이다 / 당신이 계속 사랑에 목말라하면 / 당신을 목마르게 할 사람만 만날 것이다 / 스스로 사상에 흠뻑 적시면 / 온 우주도 당신을 사랑해줄 사람들을 보내줄 것이다 -간단한 산수, 233p

그녀의 이별과 사랑이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서 마지막엔 눈물까지 핑 돌았습니다.
약간의 은유와 알기 쉬운 표현들이, 마치 일기처럼 그녀의 하루하루를 들려줍니다.
잡는 순간 단숨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좋은 달리기같은 이야기입니다.

날 힘들게 하는 건 / 우리가 버리고 또나온 것들이 아니야 /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야 -21p

당신들의 행동은 내 책임이 아니다 / 당신들은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100p

치유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순진한가 / 치유에는 종점도 없고 / 통과할 경승선도 없으니 / 치유는 매일 해야 하는 일과다 -114p

당신에게 맞는 사람은 / 당신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야 /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 길을 내주는 사람이야 -186p

그들이 실수한 대가를 / 당신에게 물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야 / 그 상처에 / 당신은 책임이 없다고 / 나 자신에게 가르치는 중이야 / ... / 당신은 그들이 아니야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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