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그녀의 꽃들
루피 카우르 지음, 신현림 옮김 / 박하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그녀의 이별과 아픔, 새로운 사랑까지.

올타쿠나 하고 무릎을 탁치게 하는 구절이 있는가 하면,
맞아. 사실은 그런거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구절들이 있습니다.
마음을 절절하게 하는 묘사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도 핑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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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힘들게 하는 건 / 우리가 버리고 또나온 것들이 아니야 /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야 -21p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
첫사랑이 아련하고 가슴아픈건 바로 이점 때문이라는 것을.
이 시를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원했지만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고, 타의에 의해 끝나버린 것일 수 있는 미숙했던 사랑.
다른 선택을 함으로서 둘이 설계하던 도시가 지어지다 말고 방치된채 머물러 있는다는 내용에서
아무도 없는 (폐허가된) 도시가 생각나 쓸쓸함이 맴돌았습니다.
이제껏 짓다 내버려둔 도시는 몇개일까.
나에서 다른 사람들로, 친구들로, 엄마와 아빠의 세대로 영역을 넓혀갈 수록 인셉션에서의 꿈의 도시(부서지고 지어지고 하는)가 연상이 되어 공허해져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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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행동은 내 책임이 아니다 / 당신들은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100p

가해자들의 비겁함을 부드럽게 꾸짖으며 내면의 나를 바로 세우려는 작가의 노력. 노력.
위로와 다짐 등을 엿볼 수 있는 구절도 있었습니다.
미투 운동이 강세를 떨치면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가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여자가 손해라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10대를 성추행하고 죽여놓고도 사형 구형이 부당하다고 발버둥치는 어금니 아빠만 봐도 알 수 있죠. 가해자의 반성은 없고, 사회적으로도 처벌은 미비하기만 합니다. 사형구형은 형식적일 뿐 절대 집행하지 않죠.
가해자의 행동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가해자의 인권을 더 중요시하는 이 나라에 일침이 되는 목소리라고 여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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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순진한가 / 치유에는 종점도 없고 / 통과할 경승선도 없으니 / 치유는 매일 해야 하는 일과다 -114p

상처에 유효기간을 정해두고 몇년이 지나면 괜찮지않냐며 상처에 대해 말하기를 그만두라고 압박합니다. 피해자를 입막아서 우리는 갈등이 없고 평화로운 사회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힘있는 자들. 생각하고 공감하기 귀찮은 자들이 분위기를 몰고 갑니다.
수백명이 죽은 세월호가 그렇고,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렇고,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그들의 치유는 평생이 걸려도 가능할지 알 수 없습니다.
상처에 대해 마음껏 말하고, 나는 피해자라고 외치고 인정받음으로서, 그렇게라도 위안을 얻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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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지치게 하는 그런 / 사랑은 필요하지 않아 / 내게 기운을 주는 / 사람을 원해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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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맞는 사람은 / 당신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야 /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 길을 내주는 사람이야 -186p

연애하면서 생각했던 내 마음이 여기 그대로 있었습니다. 너무 닮아 깜짝 놀랐던 표현들.
힘든 삶을 살던 작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랑을 만난거 같아 기쁘고, 축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사랑에서 이전의 상처들로 새로운 사랑에게 화풀이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마침내 상처들을 이겨내고 사랑에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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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실수한 대가를 / 당신에게 물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야 / 그 상처에 / 당신은 책임이 없다고 / 나 자신에게 가르치는 중이야 / ... / 당신은 그들이 아니야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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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거울이다 / 당신이 계속 사랑에 목말라하면 / 당신을 목마르게 할 사람만 만날 것이다 / 스스로 사상에 흠뻑 적시면 / 온 우주도 당신을 사랑해줄 사람들을 보내줄 것이다 -간단한 산수, 233p

그녀의 이별과 사랑이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서 마지막엔 눈물까지 핑 돌았습니다.
약간의 은유와 알기 쉬운 표현들이, 마치 일기처럼 그녀의 하루하루를 들려줍니다.
잡는 순간 단숨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기분좋은 달리기같은 이야기입니다.

날 힘들게 하는 건 / 우리가 버리고 또나온 것들이 아니야 /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이룰 수 있었던 미래야 -21p

당신들의 행동은 내 책임이 아니다 / 당신들은 스스로를 다스려야 한다 -100p

치유가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다니 얼마나 순진한가 / 치유에는 종점도 없고 / 통과할 경승선도 없으니 / 치유는 매일 해야 하는 일과다 -114p

당신에게 맞는 사람은 / 당신의 길을 방해하는 사람이 아니야 / 당신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 길을 내주는 사람이야 -186p

그들이 실수한 대가를 / 당신에게 물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야 / 그 상처에 / 당신은 책임이 없다고 / 나 자신에게 가르치는 중이야 / ... / 당신은 그들이 아니야 -16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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