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내용 및 줄거리
주인공인 홀든은 ‘팬시 프랩’이라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다. 홀든은 학교생활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지 못한다. 세상에 불만이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학업성적이 너무 좋지 않아서 학교측과 협의 하에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로서 학교를 자퇴하기로 되어있어서 마지막으로 그나마 그 학교에서 존경하는 스펜서 선생님께 작별 인사겸 찾아뵈려는 참이었다.
스펜서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잔뜩 잔소리만 얻어먹고 거의 도망치다시피 그 집을 나와 버렸다. 그 후 다시 학교의 기숙사로 돌아가서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고 하는데 옆방의 로버트 애클리라는 4학년의 선배가 나타나서 훼방을 놓는 바람에 책읽기를 포기하고 그와 입씨름을 한다. 그러던 도중 스트라드레이터가 나타나고 애클리는 은근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스트라드레이터가 나타나서 홀든에게 하는 말이, 자기가 지금 데이트를 간다는 것이었다. 상대는 다름아닌 홀든의 첫사랑 격인 제인 갤러허였다.
거기에 화가 난 홀든은 상대도 되지 않을 스트라드레이터에게 시비를 걸고 결국은 그의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지고 만다. 그 후 홀든은 옆방의 애클리에게 가서 괜히 건들며 시비를 걸다가 갑자기 생각에 잠기더니 어차피 나갈 학교인데 조금 일찍 나가면 어때 하며 그 날 밤에 ‘이 저능아들아, 잘들 자거라!‘라고 외치며 학교에서 나가 버린다.
학교에서 나간 후에 홀든은 역까지 걸어가서 기차를 타고 뉴욕으로 떠나는데 기차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어머니를 만나기도 한다. 홀든은 뉴욕에 가서 아주 허름한 호텔에 묵게 된다. 그 곳 나이트 클럽에 가서 시애틀에서 온 촌뜨기 같은 여자들과 춤을 춘다. 또 그의 형이 자주 가던 클럽인 어니클럽에 가서 술을 마신다. 거기서 형의 옛 애인인 릴리언 시몬즈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나서 호텔로 돌아가서 앨리베이터맨인 모리스에게 소개받은 여성을 부르지만 관계는 갖지도 못하고 두들겨 맞고 돈만 빼앗긴다. 홀든은 그 호텔을 나와서 샐리 헤이즈에게 연락을 해서 2시에 빌트모어의 시계탑 밑에서 만나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간다. 거기서 학교의 선생님으로 부임해 가는 두 명의 수녀와 대화를 나누며 괜히 그녀들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 보다가 괜스레 우울해지게 된다. 2시가 되자 샐리를 만나게 되고 그 둘은 런트 부부가 나오는 자선연극을 보러 간다. 극장에서 연극을 보고 난 뒤 둘은 래디오 시로 가서 스케이트를 탔다. 둘 다 스케이트를 잘 타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지쳐 버린 둘은 얼마 못가서 식당에서 쉬게된다. 거기서 엉뚱하게도 홀든은 샐리에게 학교생활이 지겹지 않느냐 등 이상한 질문을 하다가 갑자기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한다.
당연히 샐리는 화를 내다가 혼자 집으로 가버렸다. 홀든은 갑자기 제인이 생각나서 그녀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 않았다. 그는 할 수 없이 칼 루스와 시튼 호텔에 있는 워커 바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곳으로 간다. 그곳에는 여러 종류의 속물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속물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프랑스여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칼 루스를 만나기는 하지만 머리가 좋은 녀석들은 거만하다나? 칼 루스는 거만하게 와서는 홀든의 말은 다 무시한 체 자기 할말만 하다가 바쁘다며 그냥 가버린다. 홀든은 그가 나간 뒤에도 남아서 술을 더 마시고 완전히 취해서 샐리에게 전화로 술주정을 해대다가 화장실에서는 그 클럽의 남자가수에게 또 시비를 건다.
그리고 나서 매디슨 가에 있는 공원에 갔는데 돈을 너무 많이 써버려서 택시는 못타고 버스는 타기 싫어서 그 먼 곳까지 걸어가 버렸다. 홀든은 공원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자기가 죽으면 자신의 장례식에 몇 명이나 올까?‘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연못에다 25센트 짜리 동전을 얼지 않은 수면에 힘껏 던졌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어린 여동생인 피비를 만나기 위해서 집으로 간다.
그의 아버지는 잠을 잘 때는 누가 업어가도 모를 사람이었는데 어머니는 자다가 시베리아의 기침소리에도 잠이 깰만큼이나 잠귀가 사냥개 같았은 사람이다. 부모님의 방을 지날 때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걸어갔다. 피비에 방에 도착했을 때 피비는 방에 없었다. 형인 D. B 의 방으로 갔다. 아니나다를까 역시 피비는 그곳에서 자고 있었다. 홀든은 피비를 깨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하고 자신이 서부로 갈 것이라는 계획을 피비에게 말한다. 심지어 피비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한다. 어머니에게 들킬 뻔하기도 하는 위기를 모면하고 집에서 다시 나온다.
갈 곳이 없어서 엘크튼 힐즈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앤톨리니 선생에게 전화를 하고 찾아간다. 그는 매우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16살이나 연상이었지만 금슬이 매우 좋아 보였다. 갈 곳이 없었던 홀든은 그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지만 게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장에 그곳을 나와 버리고 만다.
홀든은 이제 서부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피비의 모습을 보고 가기 위해 피비의 학교 교무실에 가서 편지를 전해주라고 부탁한 다음에 약속장소인 박물관에서 기다리기로 한다. 약속시간이 되자 피비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나타나서는 홀든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워 댔다. 결국 피비로 인해 홀든은 가출을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2.알게 된점 및 느낀점
: 존 레논에게 총을 쏜 살인자 체프먼이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너무도 잘 알려진 ‘호밀밭의 파수꾼’.
이 책을 다 읽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에 회사의 어떤 여직원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권유를 받은 후 너무 저속한 표현이 많아서 중도 포기했었다. 6~7년쯤 지났을까. 다시 읽으면서도 여전히 책의 속어나 표현이 불편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이 책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그 모든 저속한 표현들이 사실은 그것이 위선으로 가득찬 인간에 대한 솔직함의 반어법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중간에 너무도 좋은 문장과 교훈들이 등장하지만 역시나 장난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존경하는 엔톨로지 선생님의 감동적이고 훈훈한 조언이 이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미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어떤 이유를 위해 고귀하게 죽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성숙한 인간의 특징은 동일한 상황에서도 묵묵히 살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 가슴 벅찬 용기가 밀려드는 순간, 주인공은 너무 졸린 나머지 그만 선생님 얼굴 앞에서 하품을 해버린다. 그때 느꼈다. 작가는 이제껏 이런 식으로 이야기 했구나하는 것을.
박물관 건물에서 ‘이런 씹할’이라는 낙서를 보고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나를 지우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얼마 못가서 또 쓰여있는 ‘이런 씹할’을 보며 세상에 양심도 없는 놈들이 많다며 욕을 한다. 한두개 지워서 없앨수 없을 정도로 무식한 욕짓거리라며 아이들이 볼까봐 걱정하는 주인공. 이런 미묘한 행동 하나하나가 가볍지만 어설프지 않기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명작반열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모름지기 문학이란 이렇듯 간접적인 교훈이 있기에 생명력을 얻는 법. 비틀즈를 너무도 사랑했기에 존 레논을 죽였다는 채프만도 이런 낙서를 지우는 주인공의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겼을까.
이 책은 퇴학당한 주인공에게 왜 학교로 가야하는지, 가출하려는 주인공에게 왜 가족이 소중한지를 말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행동으로 가르쳐 준다. 그리고 그 삶 속에는 찌질함과 저속함이 그대로 노출된다. 생각해보니 나도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욕을 했는가...
잠시 위선을 벗고 진정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많은 호불호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다 읽고서 내린 마음대로대왕의 결론은 이렇다.
주인공이 17살이어서 데미안 같이 학생들이 읽는 소설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이 소설이 주는 교훈을 고려할 때 다분히 성인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