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더글라스 케네디는 고전문학을 모티브로 한 리메이크 작품의 귀재이다. 

그의 전작인 ‘빅픽처’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템테이션’은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이번 작품은 ‘마담 보바리’를 충실히 재현해냈다. 원저자인 구스타프 플로뵈르의 내재된 사상까지도 완벽하게 말이다. 

그저 그런 일상에 파묻혀 살던 주인공 로라는 회사의 세미나 참석을 기회로 운명과 같은 사랑을 하게 된다. 우리는 항상 내가 그때 그랬다면…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주인공 로라를 통해서 작가는 그렇게 살아보는 삶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현재가 왜 소중한지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팔을 다치면서 느꼈던 나의 마음도 주인공 로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 팔이 부러진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통보 받았을 때의 심정은 차라리 팔 하나를 떼어내고 싶을 만큼 절망적이었다. 답답하기도 하고,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을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데에 대한 자책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너무 부어서 수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러진 뼈를 들고 일을 하면서 조금씩 회복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자책감도 누그러지고 절망적인 심정도 완화되었다. 심지어 모두가 아플 것이라고 겁을 주는 수술 직전에는 빨리 고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싶다는 희망의 꽃망울이 심장과 머리 사이에 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적극적이고 담대하게 전신마취하는 수술에 임할 수 있었다. 
그리고 회복…

출근준비를 하면서 한 달여 만에 오른손으로 밥 숫가락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오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이렇게 기쁠 줄이야. 깁스를 풀었지만 손목이 돌아가는 것이 어색한 상태에서 시도한 첫 세수.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촉감은 정말 따스했다. 
출근하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고, 나의 회복을 바라는 가족들이 있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아주 짧은 순간 부끄러운 남자의 눈물이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물방울이 포도주처럼 내 심장을 고동치게 했다. 고동은 벅찬 감동으로 밀려왔다. 고개를 들어 보니 거울 속의 내가 눈물에 젖은 빨간 눈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가. “

불행히도 주인공 로라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전 남편과의 이혼을 통한 고독한 삶으로 죄책감을 용서받기로 한 것이다. 만약 어떤 상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안전하고 조심스러운 길을 택하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수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었다면 현실의 자기 위치로 최대한 빨리 복귀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로라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의 실수는 당신만의 것이 아니며 우리는 모두 실수 투성이들이라고, 그러니 최대한 지금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자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도 덧붙여야겠다. 로라 덕분에 나의 고통이 아주 심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나는 한 달간 있었던 나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빅토르 위고’가 말하길 세상에는 너무나 기뻐서 부들부들 몸을 떨게 되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잃었던 자식을 다시 만나거나, 호랑이가 먹이를 다시 만난 경우이다. 
다시 프랑스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면 그의 생가가 보존되어 있는 ‘마레 지구’에 들러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해 달라고 말하리라. 다친 오른 팔이 다 나은 경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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