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자꾸자꾸 빛나는 8
최종득 지음 / 양철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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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의료보험증이 없다.

그래서 아프면

다른 사람 의료보험증을 빌린다.

그럼 난 다른 애가 된다.

그럴 때마다

"미안하다"

말 한마디에

마음이 풀린다.


( 가족사랑, 경민, -붕어빵과 가족 시집 중에서, 2003)

 

이 시 첫줄만 읽고도 속으로 깜짝 놀랬다. 시를 쓴 경민이네 집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생활이 많이 곤란함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는 어린이시다. 쫀드기쌤의 반 어린이가 쓴 시다. 늘 예쁜 원피스를 자주 입고 오고 잘난 여학생이었던 경민이는 '가족 사랑'을 쓰난 난 뒤부터 편안한 체육복도 자주 입고 와서, 친구들과 허물없이 잘 어울렸다고 한다.

 

거제도 바닷가 그 곳에 20년간 어린이들과 시를 함께 써온 최종득 쫀드기쌤이 있다. 양철북에서 출간된 <시가 있는 바닷가 어느 교실> (2018)은 하나 하나의 어린이시가 나오게 된 모습과 그 어린이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쫀드기쌤네 교실에서는 '새눈 공책'이란 시공책에 시를 꾸준히 써 간다. 그러니까, 이 책은 평소 교사가 관찰한 어린이와 <새눈 공책>에 쓴 어린이시를 통해 정식이, 미영이, 솔미, 혜인이 등 거제 바닷가 아이들의 시쓰기를 통한 성장해가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시로 서로 소통하는 교실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 가슴이 따뜻해진다. 때온 눈물나는 사연도 많다.

2부 '바다에 배 띄우고'편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다. 5분 걸어가면 학교 뒷 편에 바닷가가 있다니 참으로 아름다운 학교일것 같다.

 

최종득선생님의 강연을 지난 여름 한신대학교에서 전국모 여름 배움터에서 들었다. 그 때 강의실에서 말로 하신 어린이 시 이야기를 이 책으로 다시 읽는 느낌이 들어서 더 진솔하게 다가온다. 어린이시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교실의 학생들이 많다 보니, 일기장을 읽고 답글을 달고 하더라도 그 마음을 다 알기가 어렵다. 특히 말과 행동이 거친 친구들의 속 마음으로 다가가기는 더 어렵다.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자기 삶을 글로 잘 풀어내고, 어려운 가운데도 자신의 상황을 긍정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게

도와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은 전철역 앞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는 학교의 아이들 생각으로 이어진다. 어린이의 글쓰기는 학생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교사 역시 아이들이 글을 쓸 때 함께 쓸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 내가 이런 책을 내려면,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4개 반이니까, 3, 4, 5, 6학년을 함께 올라가면서 함께 성장해가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내 체력으로 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올해 4학년과도 시를 쓰며 잘 지내봐야겠다.

 

쫀드기쌤은 여러 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서 내내 그 친구를 생각하며 시를 쓰서 어린이에게 선물해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 학생은 자기가 시의 주인공이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그 경지까지 올라가기는 쉽지 않다. 쫀드기쌤은 이미 두 권의 동시집을 발간한 등단시인이다. 2번째 동시집 <내맘처럼>은 새로 개정된 초등학교 4학년 국어활동 교과서에도 실렸다, 3월 첫 주 우리 교실의 아이들과도 함께 읽어볼 요량으로 구입했다.

 

어린이에게 시를 선물해주고, 시로 서로 소통하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쫀드기쌤은 참으로 귀한 존재다.

<시가 있는 어느 바닷가 어느 교실>은 술술 잘 읽혀서 금방 다 읽었다. 시간이 난다면 다시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미영이는 힘들 때마다 마음 속 이야기를 시로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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