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사실,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서사가 부족하고 어느 순간 사랑한다고 하더니 결혼했는지 아기들이 보인다. 사랑에 빠질만한 드라마틱한 부분이 불친절하게도 빠져있는 건 아닌가 싶은데, 아이의 눈은 또 다르다. 곰들이 어쩌다가 사랑하게 된 걸까? 물었더니 아이는 명쾌하게도, 서로서로 매일 만나고 집에 놀러가서 친해졌잖아, 하고 알려준다. 아이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던 것이다. 괜히 의심하고 재보고 경계하는 것은 어른의 몫이었던 걸 또 깨닫는다. 출판사의 애정이 가득한 설명을 읽었음에도 글밥 많은 그림책의 줄거리를 읽어주던 버릇에, 이 책을 편 처음에는 꽤 당황했다. 뭉개진 그림과 몇 단어 안 되는 페이지들. 꼭 설명을 해야하고 그림을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나니 그냥 현대미술 보듯 봐진다. 무엇보다 여섯 살 아이가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지기도 작은 책 만들기에 신났다. 책이라는 것이 꼭 기승전결 완벽하게 빼곡한 글밥으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게 기쁜 모양이다. 그림만으로 서너쪽을 만들어서 완성한 책이 보람있는 눈치다. 이런 게 정말 그림책이지, 글보다 오래 보는 그림이 있는 책.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해 손을 먼저 내밀기보다 침을 먼저 이가 세상이 두렵다. 아주 다른 존재가 아닌 색깔이 다른, 자라온 환경이 다른, 같은 생김새의 두 곰이 친해지는 전개는 그래서 더 고맙다. 내 아이가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사람으로 자랄 때 이 책과 함께 손을 내밀어 주면 좋겠다.
아이가 좋아할까, 걱정이 될 정도로 거칠고 단순하게 표현된 그림과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글밥. 대충 봐서는 뻔한 내용같은 이 책이 갖는 힘은 참으로 막강하다. 아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함께 길을 나서다 측은해하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측은지심을 발휘하고, 인타까워 하다가 안도한다. 흡사 아이 자신이 모험을 무사히 마친 듯 뿌듯해하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흡인력이 강한 책이다.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정말 필요한 내용에 작가의 진심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원제는 제목과 거리가 먼데 왜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소녀가 강조된 것인지 궁금하다. 늑대의 관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제목 때문에 인간중심으로 책을 보게 만들 수도 있는데. 세 살은 그림을 보더니 "못생겼어!"라고 페이지마다 외쳤지만, 여섯 살은 이야기의 전개에 눈을 떼지 못할만큼 빠져들었다. 그리고 다 읽은 후에는 작은 책을 만들고 책날개와 책허리띠도 작게 따라 만들었다! 아이가 만든 책에 나온 공주도 이 책의 소녀처럼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