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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2년 4월
평점 :
폭력의 평범함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명명법을 빌리지 않고도
자신을 고문하던 형사들도 쉴 때에는 자식 대학시험을 걱정하는 평범한 아버지였더라는
그래서 그들을 용서하자고 마음을 먹었더라는 법륜스님의 깨달음을 새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미 수많은 평범한 폭력, 평범한 악들의 존재는 현실이다.
그 목적이야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것까지, 아니 그보다 더 크게 신을 위한 것까지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폭력은 폭력인 것이고, 악은 악인 것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몇 번째 시즌이었는지...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자아이가 자신의 인형을 잃게 되자
비슷한 여자들을 납치하여 자신의 인형으로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좀비의 쿠엔틴 혹은 Q_P_혹은 '나'는 다중인격의 사이코패스로,
크리미널마인드의 상처받은 여자아이와는 사건의 시작부터 달랐지만
좀비의 사이코패스는 자신을 그와 같은 약하고 상처받은 존재로 여기도록 컨트롤한다..
이 소설 좀비는 프라이멀피어나 아이덴티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면서 이야기를 엮어 읽게 된다.
제프리 아처의 소설에 가끔 등장하는 어린 가해자까지 떠오르면
잠시 주변에 보이는 모든 외형들이 허상이며 그 이면에 담긴 잔혹한 실체를 꿰뚫어야겠다는
묘한 오기가 발동한다. 세상이 편안하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사실 너무나 유사한 이야기들이 많고
폴리스라인 좀 둘렀다하는 미드들의 단골 모티프인지라 ..
굉장하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라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이렇게 언제나 쉽게 평범한 악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고
그들의 내면에 일인칭으로 접근하게 되면서
무뎌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