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개인사와 얽혀 자전적 이야기로 읽히는 이소설은 그러나 실제로는 카프카가 주인공처럼 다리 위에서 몸을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쓰일 수 있었다. 소설이란 그런 것일까? 몸을 던지는 장면을 보여주되 실제로는 몸을 던지지 않는? 자살(suicide)이 아닌 스스로의 사형을 집행(self-murder)하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오직 ‘다리 위에서만‘ 머물러야하는? 그러다 엉뚱한 곳으로 뛰어내려 끝내 검은 물속으로사라지고 마는?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난간 아래를 한동안 내려다보았다. 강물은 강물의 표정대로 흘러가고 있었고, 검푸른 물결에는 내 모습이 조금도 비치지 않았다. - P207
다중감각(청각자극)독서로 하는 사고실험 리스트업!할란 앨리슨..그렉 이건..테드 창..다음으로 스타니스와프 렘이다듄 시리즈를 생각해봤는데 스페이스오페라는 일단 보류하기로
하드SF의 재미를 이제서야 알아버렸다. 할란앨리슨을 시작으로, 그렉이건, 테드창..도장깨기하자는 작정을 하고 묵은 책들을 다시 헤집는다. 물론 이들 중 테드창은 팬덤이 확실한 작가라 나의 호불호는 리스트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몇번의 시도에도 그저 성문종합영어 명사편처럼 ‘바빌론의 탑‘에서 집중의 한계에 봉착하다가최근 그렉이건에서 재미를 보았던 기억에 다시 시도했다. 아침산책길에 한 시간여를 TTS가 주는 건조하고 객관적인 목소리로 듣는 ‘사고실험‘을 감행한 결과, 즉 청각이 자극하는 사고의 영역까지 확장한 결과..재미 있었다..왜들 테드창 테드창하는지를 알 것 같았달까.독서노트로 정리하기 위해 나는 다시 이 책을 리뷰하고 싶어셨다.좋.았.다
곰스크로 가는 기차
끝내 차비를 물어볼 용기를 내지 못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죽고 싶어 울었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청혼을 한 젊은 포드 세일즈맨과 결혼해서 진과루돌프라고 이름 붙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러나31년이 지난 후에도, 버스터미널을 지나갈 때면 그녀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 P247
이 선생님이 바로 그 선생님일 거라고 마음대로 짐작한다.
"지혁아,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선생님은 내 말을 잘랐는데, 말을 잘랐다는 사실보다 이말은 보통 정말로 기분 나쁜 말을 하기 전에 하는 말이라는점에서 나는 긴장했다."난 솔직히 걱정된다. 니가 책 낸 사람이 될까 봐."솔직히 나는 그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이지? 난 이제 책 낸 사람이 될 건데? 그가 말한 ‘책 낸 사람‘이‘작가‘의 반대편에 있는 멸칭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 책을 내면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적어도 그의 세계에서 책을 낸 모든 사람이 작가는 아닌 것이다. 제대로 등단해서, 제대로된 출판사에서, 제대로 된 작품(아마도 장르문학은 아닐)을 내지 않는사람은 책을 낸다 하더라도 작가가 아닌 책 낸 사람에 머문다. 책 낸 사람과 작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 P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