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서늘한 어스름 속에서 그는 부엌 문가에 앉아 코를 킁킁대며 정원에서 나는 건강한 냄새를 들이마셨다. 새 목소리가 만족스러운듯, 수채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흡사한 음조로 속살거렸다. 오래된 목소리는 잠든 고양이처럼 조용했다. 새 목소리가 혼자말을 했다. 자유로워, 자유로워, 자유로워. . . 조용해 ..., 기뻐, 자유로워,자유로워.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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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실종이라는 큰 틀 외에도 저자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한다. 조용한 주차장을 거닐며 누군가 내 뒤를 따르는 것만 같은 불안감, 내 집인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인테리어 작업자들의 불편한 시선, 아이들올 따라 형성된 학부모 커뮤니티 내 신경전, 임신으로 불어난 몸을 향한 압박감,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산 과정에서 완벽히 묵살되고 마는 산모의 고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아빠보다 동윈시키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악역이 되고야 마는 현실. 저자는 이런 일상적이고도 어찌 보면 평범하기까지 한,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묘하게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로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슬쩍슬쩍 독자를 건드리는 언짢은 요소들은 가랑비에 진창이 되고 마는 땅처럼 독자들의 발을 무겁게 잡아끈다. - P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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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2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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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민병훈)‘에 언급되는 작품이라 오래된 서가 속에서 찾아 읽다. 세번의 자살시도후 네번째 자살 성공이란 이력, 동반 자살이란 단어가 지금식으로 하면 연관 검색어가 될 정도로 그의 삶속 중요한 사건이었던 다자이 오사무.
대학시절 가장 좋아했던 일본작가였기에 그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설렘이 컸다. 한 편 한 편을 읽어가면서 시간이 나를 많이도 바꾸어 놓았구나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 갔다. 밤을 새우며 먹먹하도록 깊은 감상에 빠지게 했던 <어릿광대의 꽃>조차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나..참 많이 편안해졌구나..
불안하고, 예민하게 뜨거웠던 시절의 나와는 참 많이 달라져
다소 차가울 정도로 가라앉아 이제는 그 시절의 불안들을 치기로 느끼는구나..뭐 이런 생각들이 무겁지 않게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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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여자들만이 사라지는 것일까. 소설집의 제목이 된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라는 문장은 스릴러 서사뿐만 아니라 현실
에서도 대개 여성들이 범죄의 희생자가 되어 실종되거나 죽는다
는 사실을 투명하게 떠올리게 한다. 이후에 남는 것은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견고한 현실과 무기력을 동반한 적막이다. 그러나 범
죄가 주는 스펙터클보다 더 근본적으로 압도적인 것은 자신의 존
재 가치를 외부에서 확인받는 데 지친 자들 안에 자연스럽게 자
리 잡는 파괴적인 충동,자신을 부정하고소멸시키고자 하는 욕망
이다.
-발문(강지희)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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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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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동물원보다는 훨씬 시야가 넓어진 켄 리우를 만난 기분이랄까?
SFnal에서 연례적으로 만나던 그를 이 엔솔로지를 통해 총정리한 기분이다. 모든 단편들이 고루 빼어나다고는 할수없지만 다양한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미친듯이 머리를 쥐어 뜯게 만드는 능력에서는 할란 앨리슨을 따라가지 못하고, 망치로 한 대 얻어 맞은 듯 독한 기발함을 발휘하기엔 그렉이건에 못 미치지만...
다양한 시도를 인정하고 싶다.
우리 작가들 중엔 누구 없을까?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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