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백 - 제16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20대를 치열하게 보내지 않은 사람은 없다 
88만원 세대들이 기성세대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도 치열한 20대는 있었고 
그들 또한 그 때가 절망의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처음 이 이야기의 시작이었던 화두
'도전정신'에 대한 이야기에 확 공감이 되면서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에 몰입되었다
이미 완벽한 세상을 지배하는 자들이 그들의 안전한 이익 추구를 위해
시식시종들처럼 젊은이들의 도전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는.....

DITTO!!!
이제 인생의 절반을 꺾어졌다고 생각하는 나이가 된 시점에서 생각해봐도
발전을 목적으로 한 젊은이들의 패기, 도전정신이란 말은 기성세대의 교묘한 부추김으로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그 '발전'이라는 개념부터 바로 설정해 놓지 못한 기성세대들이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발전을 위한 도전, 그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의미가 어긋난 발전을 위한 도전,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성공'의 반대가 뭘까? 성공의 반대는 정말 실패일까?
세상 단 몇 % 의 사람들만이 사회적 성공을 거둔다고 한다.
그런 그 나머지 90% 이상의 사람들은 다 실패한 사람들일까?
그래서 성공의 반대는 '평범'이 아닐까? 라고....
물론 성공의 동의어가 행복이 아니듯이 평범의 동의어가 불행은 아니라고

전제가 잘못된 삶의 목적을 지향하는 순간부터 비극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나이가 들면서, 내가 이 나이를 즐기고 좋아하게된 이유 중 하나가
내 자리가 보인다는 것...가끔은 어렴풋하긴 하지만 그 자리의 가치까지도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20대의 내가 본 세상이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였다면
50이 가까운 내게 보이는 세상은 그 완벽한 흰 빛의 세상을 만드는 색색의 빛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 빛 하나하나가 더 모인다고 세상이 더 하얗게 되고 더 밝아지진 않지만
그 빛 하나하나가 자리를 떠나 버리면 더이상 화이트월드를 유지할 수 없게되는 
그것이 이 세상을 이루는 모든 존재들의 가치가 아닐까
물론 그 존재가 가진 빛은 다 다르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whydoyoulive.com에서 thisisthereason.com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바로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며 
그러므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주름이 하나더 늘고 허릿살이 조금더 잡히게 된다는 의미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이 나이가 되니 도전하라..라고 하는 강요는 절대 받지 않는다는 좋은 점도 있다.

재작년쯤인가 보고 충격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영화 '노리코의 식탁'이 내내 떠올랐다.
우에노역 54 쿠미코....
그리고 재키와 제리... 
가족에서 사회로...그 스케일이 다를뿐
구원적 존재를 자처하는 이들은 모두 상처 받았고, 그리고 모두가 자신처럼 상처받길 원한다.
구원이자 파멸의 두 얼굴로 '콘스탄틴'의 천사 가브리엘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적그리스도라는 이름으로 불린 소심한 현실주의자이며 국가유공자녀인 '나'가 평범이라는 이름으로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를 여전히 이끌어나갈 것임에 틀림없고, 그 사실을 세연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살'을 '선언'한다는 것은 삶의 포기가 아니라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라는 상투적인 말이 아니고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죽어버릴거야...라는 선언의 내포적 의미는 '살고싶은데, 이렇게 사는 것은 사는 게 아니야, 살게 해줘....' 
whydoyoulive.com의 자살자들은
"당신들이 미친듯이 목말라하는 성공을 우리는 이루었습니다. 그래서 그게 행복한 건가요?"라고 되묻는다.
"우리는 그 따위 성공한 인생 쯤은 쿨하게 던져버릴 수 있다구요."라며
'성공'과 '꿈'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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