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같은 글쓰기 - 프레데리크 이브 자네와의 대담
아니 에르노.프레데리크 이브 자네 지음, 최애영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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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머니에게 가한 그 폭력 앞에서 어머니는 아주 지혜롭게 그러나 또한 아주순응적인 태도로 연기를 하셨어요. 모든게 지어낸 허구인양 행동하시더군요. 하지만 틀림없이 내 책 때문에  무척 괴로워하셨을 거예요. - P35

1982년에 나는 한 가지 어려운 성찰을 밀고나가게 되었습니다. 거의 6개월 정도 지속된 성찰이었지요. 장 주네가 말한것처럼, ‘적의 언어‘로 글을 쓰는, 지배자들에게서 글쓰기 기술을 ‘훔쳐다‘ 사용하는 서민 출신 작가로서의 내 상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내가 과장된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난 신분의 벽을 넘어 지적인 지식을 절취했다고 오랫동안 느껴왔고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찰 끝에 나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겉으로는 하찮아 보일지 모르는 하나의 생애, 바로 내 아버지의 생애를 떠올리는 유일하게 정당한 방법.(내 아버지와 나를 배출했고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 즉 지배받는 자들의 세상을) 배반하지 않는 하나뿐인 정당한 방법은, 정확한  사실을 통해, 내가 들은 말을 통해 그 생애의 리얼리티를 복원해야한다는  것이었지요. - P43

갑자기 내 책이 실제로 존재하게 되었고, 그것은 마치 내가 비밀리에 저지른 어떤 행동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만 같았어요. 내 책이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가명을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죠. 내가 쓴 것을 내것으로 인정하고, 가족이나 직장 사람들의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어요. - P67

나는 글을 씀으로써 내 모든 지식쁜 아니라 교양. 기억 등이 모두 연루된 어떤 작업을 통해, 외양을 넘어서 나 자신울 세상에 투사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일련의 작업은 하나의 텍스트로, 따라서 타인들에게로 귀착되지요. 그들의 수가 얼마나 되
느냐 하는 것은 내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작업‘ 과는 완전히 반대됩니다. 내가 어떤 것에서 치유되어야 한다면, 내게 그 치유는 오직 언어에 대한 작업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달하는 작업. 즉 하나의 텍스트를 타인에게 증여하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타인이 그것을 받아들이든 거부하든 상관없습니다. - P79

난 더이상 이름다운 무엇이 아니라. 실제적인 무엇을 우선으로 하고 싶어하게 되었지요. 글쓰기는 리얼리티_어린 시절에 겪은 서민사회의 리얼리티. 출신세계와의 단절을 의미하기도 하는 새로운 문화ㅈ 적응의 리얼리티, 그리고 여성의 성(性) 리얼리티ㅡ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작업이 되었고요. [빈장롱을 쓰는 동안 그러한 시도는 내용과 글쓰기 모두에서 문학적인 것만큼이나 정치적 성격을 띠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사실은 어느 한순간에도 큰 소리로 외칠 필요 없이 내게 자명했습니다. 그것은 ‘비합법적‘ 언어 행위들을 운반하는 어휘와, 서민들이 구사하는 문장구조를 사용하는 아주 난폭한 글쓰기였지요.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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