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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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와줘서 다행이야ㅡ 그녀가 말한다.
목요일에 비행기가 폭발했다는 소식 들었어?
바로 그 사건 때문에
그들이 날 데리러 왔었어.
아마도 탑승자 명단에 그이의 이름이 있었던 모양이야.
근데 그게 뭐 어때서? 그 사람이 마음을 바꿨을 수도있잖아.
혹시 내가 놀라서 쓰러질까 봐 그들이 약을 주었어.
그러고 나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을 내게 보여주었어.
한쪽 팔만 빼고는 온통 새까맣게 그을린 누군가를.
찢어진 셔츠 조각, 손목시계, 그리고 결혼반지.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어, 왜냐하면 절대 그 사람일 리가 없으니까.
그가 그런 몰골을 하고서 내게 이런 짓을 할 리가 만무하니까.
상점에 가면 널린 게 바로 그런 셔츠인걸
그 시계는 그저 평범한, 낡은 시계일 뿐이고,
그의 반지에 새겨져 있는 우리의 이름은
그저 흔한 이름에 불과하잖아.
네가 와줘서 다행이야. 여기 내 옆에 앉아봐.
그 사람은 목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어
하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우리에겐 아직 수많은 목요일이 남아 있는걸
차(茶)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일 거야.
그러고는 머리를 감을 거야, 그러고 나서. 그다음에.
이 모든 일들로부터 깨어나려 애써볼 거야.
네가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왜냐하면 거긴 너무 추웠거든
근데 그이는 고무로 만든 얇은 침낭 속에 누워 있었어,
그러니까 내 말은 운이 아주 나빴던 그 남자 말이야.
나는 목요일을 끓일 거야. 그리고 차(茶)를 감을 거야.
왜냐하면 우리의 이름은 너무나도  흔해빠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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