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별 분식집
이준호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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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잃고 방황하는 소설가이자 분식집 사장인 제호와
꿈을 좇는 열정충만 아르바이트생 세아가 분식집에서 만났다.
이것부터가 이미 재미 가득한 설정.


제호는 장려상같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대단하지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그래서 언젠가는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그 실낱 같은 가능성에 매달려 살아왔건만, 결국 한계에 부딪혀 주저앉아버렸다.
가족들도 지치기 시작했고, 입에 풀칠은 해야겠기에 친구에게 부탁 받아 운영하고 있는 분식집 역시 어중간하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니까 맛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없고 친절하기는 더더욱 싫다.
그저 열고 닫는 데에 의의를 두고 있었는데 열혈 알바생 세아가 나타나 분식집을, 그리고 제호를 뒤흔들어 놓았다.


제호를 보면서 내 모습이 보여서 여러 번 움찔했다.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열정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고 그저 '중간만 하자'는 생각으로 의미 없는 출퇴근을 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나도 한계에 부딪혔던게 아닐까.
열정 가득한 때도 많았지만 결국 상처 받았던 날들이 쌓여서,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웅크리게 된 게 아닐까.


흠 근데요.
저는 아이들도 키워야 되구요, 책도 읽어야 되구요, 운동도 해야되구요, 회사도 다녀야하거든요.
그 모든 걸 다 열심히 하기엔 제가 너무 힘들잖아요?
(아무도 너한테 뭐라 안했다...혼자 찔려서😅)


그래서 자꾸 상처주는 회사보다 의미있는 일에 쏟아내고 있는 건지도.
온통 회사 일에만 집착하던 때보다 내 삶이 더 윤택해지고 있으니 좋은 방향일 것이리라.
어느 하나 제대로 하는 것도 없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나, 기특하다



📘 가르쳐야 할 것이란, 대충하는 법, 대충하면서도 들키지 않는 법, 들키지 않을 뿐 아니라 도리어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이는 법 등이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이런 요령 정도는 분명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자신은 그런 걸 깨우치지 못해 이런 고생을 했다고 매일 같이 후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한들 누가 알아줄까.

📗 '되고 싶은 사람'이 먼저고 '하고 싶은 것'은 그것을 뒷받침해 주는 조력자 같은 거지. 그 말이 난 되게 좋더라고.

📕 이 세상에 꿈을 포기하게 하는 어른들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적어도 너한테는 그런 어른이고 싶지 않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추천 #서평단 #모모북스 #이준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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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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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31126 #레퓨테이션:명예 #reputation

당신은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교사 출신의 노동당 하원의원인 엠마는 리벤지 포르노로 인해 목숨을 끊은 여자아이를 위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군인이었던 사이먼 벡스터는 전역한 군인을 위한 법안은 없는데 '여성'에만 주목하는 그녀에게 격한 분노를 느낀다.

그리고 그녀의 딸 플로라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복수하기 위해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고 만다.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인 주제들이 모두 담겨있는 소설이였다.

젠더 갈등이나 학교 폭력, 사이버 불링, 유명인의 사생활 폭로 문제들이 비단 우리 나라만의 문제는 아니었구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엠마처럼 나서서 정책을 바꿀수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인식을 바꿔서 더이상의 피해자들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게했다.

과연 엠마는 1편에서 닥친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너무너무너무 궁금해진다.

📕 저는 군대를 떠나는 군인들을 위한 대비책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 상의하러 왔습니다. 청년들을 데려가 이곳저곳으로 보내고나서는 쓸모를 다한 물건처럼 내버리고 있습니다. 다시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소위 경력 전환이라는 것이 대단히 불만스럽습니다. 정신 건강에 대한 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들 군인을 먼지처럼 대합니다. 노동자계급이니까요.

📙 실제로는 입 밖으로 낼 용기가 없는 말들을 메시지로는 할 수 있었다. 엄마라면 이것이 바로 소셜 미디어의 위험이라고 말했을 터였다.

📗 우리가 정말 가치있는 일을 한 거예요. 삶에서 다른 실수를 바로잡는 것도 이 정도로만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엠마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것이다. 사람들이 귀 기울이는 목소리를, 제아무리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해도 그녀에게 권력의 맛을 알려준 목소리를 말이다.

#북스타그램 #책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추천 #가제본서평단 #창비 #서평단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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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관계에서 회복하고 있습니다 - 나르시시스트를 떠나 행복한 나를 되찾는 10단계 치유 솔루션
스테파니 몰턴 사키스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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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내가 받은 상처들에 대해서 떠올리게 했고,

더 일찍 이 책을 읽었다면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어서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만큼 좋았다!)


저자는 이전 책에서 가스라이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잘못된 관계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 하셨던 것처럼

이번 책에서도 오랜시간 정신 건강 전문의로 접한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유해한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매일 출근해야 하는 회사에서 불편한 인간관계를 겪는 상황과, 실제로 보이지 않는 온라인에서의 관계,

관계를 단절할 수 없는 가족, 심지어 배우자와 이혼 후에 공동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누구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을텐데,

(나만 해도 나이가 들면서 상처는 더 많이 받게 되고,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으니 그만큼 방어 능력이 커지는 것 같다.)

상처받아 본 사람으로써 상처를 받았을 때는 판단력이 흐려져 생각의 폭이 좁아지게 된다.

특히나 이럴 때 상대나 주변인들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많이 당하게 되는 것 같고.

이것 때문에 더욱 더 벗어나지 못하고 상처는 깊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럴 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주는데, 실제로 엄청난 방법이 아닌데도 효과는 엄청날 방법일 것 같았다.

회복이란건 그런데서부터 오는 게 아닐까.


하지만 읽다보니 나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했다.

힘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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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의 세상은 내가 사는 세상이다 - 세상 끝에서 경이로운 생명들을 만나 열린 나의 세계
나이라 데 그라시아 지음, 제효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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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9 #완독 #펭귄들의세상은내가사는세상이다



이번 생에 남극을 가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다!녀!왔!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해양 생물을 관측하기 위해 떠난 생물학자가 그 곳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특히 펭귄의 탄생과 성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데, 그 뒤뚱뒤뚱 움직이는 귀여운 생명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서 행복했다.

젠투펭귄, 턱끈펭귄, 도둑갈매기, 얼룩무늬물범, 크릴... 그들이 공생하며 살아가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했고,

환경을 위해 추위와 고통을 견디며 그것을 관측하는 이들의 노고도 느낄 수 있었다.(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읽는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특히 3부에서 펭귄의 식생활을 조사하기 위한 표본 채취에 대해 자세히 묘사가 되어있는데,

펭귄을 거꾸로 들어 토하게 하는 과정들이 연구를 위한 일이지만 가학적이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동물실험 윤리위원회에서 이제는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해서 다행이다.(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남극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인류가 살기 힘든 환경이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인간이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자연을 해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겨울맞이 남극여행 끄읕!✈❄

책을 통해서 내가 갈 수 없는 곳을 가본다는 게 얼마나 좋은 경험인지 다시금 느낄수 있었던 책이었다.



📕 해변의 바위에 앉아 나를 둘러싼 자연을 가만히 보았다. 감격스럽고 강렬한 감정과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나는 그 모든 것에 경의를 느끼는 한 마리 포유동물이 되어 조용히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나는 필요한 모든 게 이 작은 반도에, 이 자그마한 오두막에 다 있는 단순한 생활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두막에는 늘 식량이 있고,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가 있고,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교통체증에 시달릴 일도 없고, 꼬박꼬박 장을 보러 갈 필요도 없다. 광고나 낯선 사람들, 콘크리드, 소셜미디어도 없다. 불편한 점들도 여전히 많았지만 축축한 부츠와 더러워진 양말, 무거운 양동이를 나르고 추위를 견디고 샤워를 자주 할 수 없는 건 도시에서 겪는 불편한과는 달랐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대신 치러야 하는 소소한 대가 정도로 느껴졌다. 나는 그냥 '나다운' 모습으로 지내는 생활이 편했다.



📗 우리는 늘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온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마지막 순환에서 생긴 일들로 인해 출발점은 돌이킬 수 없이 바뀐다.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이 나선의 궤적을 선택할 수 있다. 해안에 부딪히는 파도는 미약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이 쌓이면 물의 꾸준한 움직임이 바위를 부수고 절벽 전체를 깎아낸다.



📙 인간과 그 외 존재들의 차이점을 구분하도록 훈련됐을 뿐, 실제로는 그런 차이나 서구 문화가 강조하기를 좋아하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 명확하게 나뉜 경계같은 건 전혀 없다고. 이섬에 사는 동물들에게는 섬의 모든 존재가 그저 풍경의 한 부분일 뿐일지도 모른다. 가파른 절벽이 있는 섬이 있는가 하면 북쪽에 먹이가 많은 섬도 있는 것처럼, 또 어떤 섬에는 이상하게 몸이 길쭉한 펭귄들이 공책을 들고 분주히 돌아다닌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독서스타그램 #책추천 #서평단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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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영어 어원 365 - 언어학자와 떠나는 매혹적인 어원 인문학 여행,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김동섭 지음 / 현대지성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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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서 내년 일기장이나 달력 같은 것들이 우르르 쏟아지고 있다.

그 중에서 이 책은 영어 단어의 어원을 매일 하나씩 배워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굉장히 전문적이고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

학창시절에 영어공부를 할 때, 가끔 하나의 단어에서 여러가지 단어들이 파생되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어가 잘 외워지곤 했는데

이 책에서는 단순히 어원만 알아가서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더 확장해서 그리스 신화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어서 새로운 페이지를 넘어갈 때마다 흥미로웠다.

대체 저자는 어떻게 이렇게 많은 단어의 어원을 알고있는 것인가 감탄했고,

분명 나는 이것을 다 기억하지 못할것이므로 내년에 1월 1일이 되면 날짜를 맞춰서 다시 읽어보려한다.

요즘 영어공부에 열정을 가하고 있는 큰아이에게도 한번 권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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