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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노트 - 미래편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기회가 생겨 어렸을 때 아주 즐겨했던 블루마블이라는 보드게임을 하게 되었다. 하도 오랜만에 하게 된 게임이라 첫번째 판에는 완패를 했다. 땅과 빌딩을 늘리지 않고 현금을 늘리는데 주력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번째 판은 첫번째 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내가 거의 모든 땅과 빌딩과 현금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인생이 한 판의 게임이라면 게임의 법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 게임을 이기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인생과 미래라는 게임은 그리 쉽지 않다. 게임의 룰을 중간중간에 작게 또는 크게 바꿔버리니까 말이다. 앞으로 바뀔 게임의 법칙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사람이 승리할 확률이 높다.
이 책은 바뀌는 게임의 법칙에 대한 세계의 석학들이 생각들 중 코아만을 모으고 여기에 공병호라는 접착제로 잘 다듬어 놓은 훌륭한 조각작품이다.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는 사람이나 지적 욕구의 속도가 자신의 책을 읽는 속도를 넘어서서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이나, 또 괜찮은 책을 골라읽기 위해 여기저기 인터넷서점들의 서평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리뷰를 쓰고 있는 나는 위 세가지에 모두 해당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또는 20년 후의 게임의 법칙은 무엇일까? 내가 요약한 핵심단어는 '지식'이다. 정보사회, 정보혁명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또 미래서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지식경영, 지식혁명, 지식근로자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어보았을 것이다. 지식(knowledge)는 정보(information)보다 더 가치가 부가된 data이다. 실제로 먼가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만들어 내 진 것이 돈이 되는 그런 정보 말이다. 미래를 보는 힘은 이 지식의 흐름을 보는 힘과 일치한다는 것이 나의 소견이다.
지식의 흐름은 정부, 기업, 조직으로부터 개인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따라서 지식이라는 무형 자산을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각 개인이 자본이 되는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프리에이전트, 지식근로자, 1인기업, 분산주의가 다 같은 맥락에서 파생된 단어들이다. 실권이 조직에서 개인들로 분열되면서 개인들은 더 이상 기업에 얶메일 필요가 없어졌고 이민과 고용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식은 더 이상 폐쇄적인 것이 아니다. 전세계가 너무도 쉽게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무한 자유 경쟁을 의미하는 것이고, 곧 세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유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는 남들은 가지지 못한 지식을 가진 개인 또는 그런 개인을 소속된 조직이 될 것이며, 이런 승리는 그 개인 또는 조직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지식의 흐름은 인류가 정말로 인류에게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인류에게 정말로 필요한 지식이란 무엇일까? 바로 생명연장이 아닐까. 오랜전부터 인간은 불로장생을 꿈꾸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신이 가려놓은 최후의 보루인 듯 보였다. 그러나 정보기술의 혁명은 감히 신의 영역을 넘보는데까지 이르렀고 앞으로 이 분야, 생명공학의 기술은 컴퓨터공학보다 훨씬 발전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생명은 과학의 힘에 기대어 더욱 연장될 것이다. 세계는 환경문제와 더불어 인구 고령화 문제를 떠 안게 될 것이다.
이렇듯 프리에이전트, 세계화, 무한경쟁, 생명공학, 노령화 등 미래를 의미하는 단어들은 '지식'이 어디로 어떻게 흐르느냐에 대한 결과이다. 미래 사회의 게임의 법칙은 지식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 책은 나의 미래를 보는 시각을 다시금 넓혀준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