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부자들
한상복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가끔은 책을 읽고 나서 서평을 쓰고 싶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책 내용이 너무 형편 없어서 화가 나는 경우와 나머지 하나는 그 책의 비법을 나만 알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책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이다. 이 책 <한국의 부자들>은 두 번째 이유 때문에 서평을 올려야 할지 망설이게 했다. 그러나 이 책은 2003년 상반기 최고의 경제경영서로 꼽힐만큼 많은 사람에게 그 비법이 알려졌다.

난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저자의 강연회를 신청해서 참석했었다. 그 곳에 온 사람들을 보고 '부자가 되기 원하는건 남녀노소가 없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이 제로섬의 싸움이라면 나도 이 사람들을 이겨야만 부자의 대열에 올라스겠다라는 경쟁심도 느꼈다. 사실 강연회 내용 자체는 크게 인상깊은 것은 아니었다. 되려 무엇이 강연회에 그 많은 사람들을 몰리게 만드는지가 궁금해서 다음 날 회사 근처의 대형서점에 들려 이 책을 앞부터 대충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처음 '부자아빠...'를 읽었을 때의 충격을 상기시켰다. 바로 책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나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많이 사지는 않는 편이다. 보통은 대여해서 읽고 독후감을 써서 정리하고는 반납하는 식이다. 예외가 되는 경우는 읽는 당시 나에게 정신적 충격 또는 자극을 주었고, 살아가면서 그 자극이 지속적으로 필요로 하다고 생각될 때 책을 구입한다. 이 책은 내가 샀던 몇 안 되는 책 중의 하나이다.

이 책을 읽기 전 우연히 TV에서 [세랭게티]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치타에 대한 생활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나는 그 다큐를 보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이 세랭케티의 초원이라면 나는 사자 정도는 아니더라도 치타 정도는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그것은 '자아도취'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아직 육식동물의 먹이감인 초식동물일 뿐이었다. 이렇게 사회를 약육강식의 제로섬으로 묘사하는건 너무 차갑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논리에는 제대로 들어 맞는 것 같다. 국제사회를 봐도 미국이 이라크를 누르고 유태인들이 돈과 힘으로 나라는 사는 강자가 활개치고 약자는 강자의 뒤를 따라야 살아남는 냉혈한 현실인 것이다.

우리 (부자가 아닌) 보통사람들이 인식하는 부자는 항상 부정적이다. 그들을 비판하면서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지금의 부자들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진정한 자유를 치열하게 얻은 사람들이다. 한국의 알부자들은 보통 30대부터 그들의 현재의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자극뿐만 아니라 그들의 노하우를 통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제 아이디어를 숙성하고 실천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게임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피박에 광박을 맞아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 난 그런 룰을 몰랐다고 후회해야 소용 없는 것이다. 이제 풀이나 뜯고 있는 가젤이 아니라 사자로 등극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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