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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1.2권 세트 - 전2권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 : 대한민국사-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2
지은이 : 한홍구
출판사 : 한겨레출판사
분류 : 역사
'대한민국사'의 저자인 한홍구선생은 역사학자로서 자신이 살고 있는 역사를 올바로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 머리말글에서 일본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영화 "라쇼몽"에 비유하고 있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짐작컨대 그 자신이 처한 위치가 영화 속 법정에 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역사를 기록하는, 또 한사람의 증언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로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묶어 "대한민국사"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그의 책을 통해 그동안 우리내 복잡한 정치사로 인해 소홀히 다뤄졌던 우리 근현대사에 대해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사'에서 다뤄지고 있는 내용들이 그냥 쉽게 옛날이야기 듣듯 넘겨버릴 수 있는 만만한 주제들은 결코 아니다.
단군신화를 다루고 있는 부분에서도 과연 우리가 정말 단일민족인가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단군신화의 건국 이념인 단일민족 사상이 한때는 조국광복을 위해 목숨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의 원천으로, 수구세력들에게는 체제유지를 위한 국민통합의 통치 수단으로, 오늘날 한국경제에 일익을 차지하고 있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차별과 불관용성의 온상이 되고 있음을 꼼꼼히 지적하고 있다. 그 뒤로 다뤄지고 있는 주제들 역시 '박멸의 기억'이라 명명 지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청산되지 않은 고통의 역사에 천착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도 그렇고, 한홍구선생이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과 관련되어 있는 베트남전쟁과 한국군 파병 문제에서도, 박정희 신화와 연동되어지는 군사문화와 병역문제에 대해서는 긴 연결고리를 이어가며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최근 논술이 학력평가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면서 한홍구의 역사 이야기가 논술 텍스트로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느날 사석에서 그의 쉬운 글쓰기를 부러워하며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한홍구 선생은 그의 특유의 사람 좋은 얼굴로 좋은 글쓰기의 기본 3원칙을 들었다. "간단하다. 첫 번째 충분히 아는 내용을 써라. 두 번째 아는 만큼만 써라. 세 번째 쉽게 써라. 자신이 잘 모르는 내용일수록 글은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글을 쓰는 것도, 토론을 하는 것도 모두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이다. 자신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은 논리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할 때 결국 억지와 협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무릎을 쳤던 기억이 난다.
관조하는 역사 밖의 인간이 아니라 활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민중들과 함께 역사의 길을 닦아 나아가는 역사 안의 인간으로서 살아야한다는 다짐을 "역사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는 산다는 것" 이라는 문익환 목사의 싯구로 대신하고 있다. 그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음을 다양한 역사적 사건에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서 올바르게 세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균형을 잃지 않는 눈과 귀를 가지고 있어야 됨을 충고하고 있다.
한홍구의 '대한민국사'가 그런 눈과 귀를 틔어주는 좋은 길라잡이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아쉬점이 있다면 '대한민국사'에서는 자신의 박사논문 주제이자 주특기인 '김일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면상으로 충분히 할애되지 않은 점도 있었겠지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으리라 미뤄 짐작하면서 훗날 그의 신선하고 도발적인 글쓰기로 새로운 김일성론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아름다운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