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 수학
서우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잘 사는 것에 대한 수많은 단정 (명제의 반례)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 결혼해야 잘 사는 것이다

남자가 집은 해와야지 -> 남자가 집을 구할 능력이 되어야 결혼을 잘하는 것이다

애는 키워야지 -> 결혼하면 애를 낳고 키워야 잘 사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잘 사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조건을 들이미는 많은 사람과 마주하게 된다. (...) 사실 내가 기억하는 한 언제나 내 주변에는 잘 사는 기준에 대한 단정들이 넘쳐났다. 17살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너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놀 시간도, 쉴 시간도. 그때 부모님은 말했다.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남들 다 하는 거 안 하고 어떻게 살아가려고?”

p74 <나체수학> 최미나, 이담 2019

 

<나체수학>30대의 저자가 수학을 통해 자신이 마주한 여러 삶의 고민을 풀이해나가는 책이다. 그녀가 마주한 불안은 같은 30대인 내가 안고 있는 불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 안정, 실패, 나 자신, 연애와 사랑, 인간관계 그리고 죽음. 책장을 넘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게 되는데, 그것은 그녀가 가진 용기가 반짝반짝 빛이 나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아주 작은 문제부터, 죽음과 같은 거창하고 대범한 주제까지. 그녀는 , 이 문제가 나에게 또 생겼네. 그럼 한 번 풀어볼까?”라는 식으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체해나간다.

 

그녀와 달리 나는 수학을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수학은 왠지 나에게도 익숙한 방법이다. 나는 자주 불안한 감정에 휩쓸려서 설 곳을 순식간에 빼앗겨 주저 앉아버리는 사람이지만, 이런 나에게도 고통과 불안과 우울을 넘어서는 방식들이 있다. 우울이 나를 침범해 올 때는 찬찬히 앉아 그것을 마주하고, 이게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조용히 생각해보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녀와 그녀의 글은 나에게 지탱점이고 지지대며 조력자다. 불안이 내 코와 입을 막고 강의 밑바닥으로 날 끌어당길 때, 함께 맞서 연대하자며 내 손을 놓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참인 명제에 집중하기보다 수많은 거짓 명제로 스스로와 타인을 괴롭게 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내 삶의 기준이 타인에게는 거짓일 수 있고, 훗날 나에게도 거짓일 수 있다는 걸 안다면 삶이 좀 더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지금 내가 쓰는 이 글도 그대에게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걸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존경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 행동 모두가 옳다고 믿던 시기가 있었다나보다  많은 경험공부성찰을 해왔던 사람이니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그래서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살지 못하는 나에게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존경했던 사람에게 실망하며 그동안의 존경에 대한 혐오를 느끼기도 했다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참이라 믿었던 명제가 드러났다바로 "존경할만한 방식으로 사는 사람은 모든 삶의 과정에서 옳은 행동을 한다." 라는 것이다.

 

 이런 명제를 내가 믿고 있었다니이제야 제대로 정리할  있게 되었다 명제는 거짓이다 또한 모든 부분에서 옳지 않다자기계발서나 위인전을 보고 나도 저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단정 짓지 말자물론 본받을만한 사람의 존재로 힘을 얻거나 하나의 방안을 찾을 수는 있다그러나 스스로에게서 시작된 확신이 없다면 그들에게서 얻은 믿음은 오래가지 못한다내가  반례가   있다고 생각할 때가  테니까그러니 부디 타인의 사례로부터 자신 증명하려고 하지 말자.

 p82 <나체수학> 최미나, 이담 2019

 

삶 자체도 심장이 뛰듯 움직이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듯하다.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이 길어지면 그것도 어떤 형태의 죽음이라 봐야 할 것이다. ‘정신의 죽음이라 해야 할까? 내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닐 때는 주체성의 죽음이라 부를 수 있겠다. 누구에게도 영향받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삶은 관계의 죽음이라 부를까? 흔히 말하는 존엄한 죽음은 정신적 삶을 살 수 있는 순간까지만 육체적 삶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다.

p158 <나체수학> 최미나, 이담 2019

 

비록 책의 디자인은 세련되지 않고, 글이 어딘가 매끄럽지 못할지라도 그녀가 전하는 진심이 따뜻하게 전달되어 온다. 진심은 간절한 사람에게 스민다. 진심이 전해지니 형식은 껍데기가 된다.

 

나는 이 책을 쉬운 위로에 지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상대의 아픔을 재단하고, ‘나도 그래봤는데- 그냥 그런 건이라며 나의 연약함을 탓하는 그들에게 미소로 밖에 답할 수 없는 외로운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또 어딘가에 주저앉아 울고 있을 미래의 나에게도.

 

삼십 대가 되면 인생 고민 몇 가지는 이미 해결했을 것이라 예상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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