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문학동네 시인선 111
이현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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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마음에 대해서라면 할말이 있다.

 물고기는 바다의 맛을 알는지 모르지만
나라는 밀실이 표류하는 마음에 대해서라면 
마음, 그것은 나의 지병

내가 불행들이 뛰어노는 작은 운동장일 때
내게 머물러 온 불행들마저 가여울 때
나는 신이 없는 종교를 세우고 싶었다.

기다리는 것들 떠나가는 것들을 뗏목에 싣고 망망바다로 나아가
침몰하는 나의 신전, 그것이 가라앉으며 일으킨
순간의 소용돌이와 물거품을 우상으로 받들고 싶었다
기다린 것들 떠나간 것들; 당신들을 숭배하는
나의 다신교에는 너무 많은 신들이 살았으므로
나는 나에게 피워 올릴 기도가 부족했다.

이제 그만 꿈꾸기를 멈추고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내 조그만 생각의 목초지를 맴돌며 여린 풀만을 나의 말들과
현실에 새기지 못한 그 발굽들과
나를 노크하는 사람들을 비웃던 어리석음
한 인간은 어떻게 다른 인간보다 높아지는지와
마음이 마음을 지켜보는 관념의 한가로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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