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점술을 좋아할까?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믿는지의 여부는 별개로 치고 점술사(나는 점술사들의 상담을 받는 경우도 있고 그런 일에 종사하는 지인도 꽤 많다.)들의 질문을 받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내용이 있다.


점술사들 대부분이 “저를 찾아와 상담을 하는 사람들은 오기 전부터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결론에 힘을 얻기 위해 찾아오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결정을 내린 결론과 다른 결과를 이야기하면 대화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와 헤어져야 할지 이대로 만나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장점도 많지만 뭔가 근본적으로 가치관이 맞지 않는 듯한 느낌도 들거든요. 그런 것들이 연애 중에는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결혼을 하면 단점이 될 것 같아서요. 그래서 계속 만나야 좋을지 헤어지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려고 찾아왔어요.”


“그럼 점을 쳐볼까요. …음, 그렇군요. 타로카드로는 이렇게 나오네요. 이 카드는 이런 의미이고 이 카드는 이런 의미이니까 헤어지는 쪽이 좋다고…. 아니, 가까운 시일 안에 헤어진다고 나오는데요.”


“네? 말도 안 돼. 저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점술사는 마음속으로 ‘뭐야. 그럼 처음부터 나를 찾아오지 말고 그대로 만나면 될 텐데 여기는 왜 온 거야?’라고 생각한다.)



나는 점술사는 아니지만 심리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비슷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한다. 또 상담자의 심리(자신이 생각하는 결론에 힘을 얻고 싶다.)도 충분히 이해한다. 점술사는 돈을 받고 있고 점술이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이런 모습을 보여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점술사 자신도 이런 상황에 익숙하기 때문에 특별히 화를 내지는 않는다.


단, 상대방이 이런 ‘프로’가 아닌 경우에는 조심해야 한다. ‘자신이 질문을 한다 ⇢ 돌아온 답변에 반론한다(또는 화를 낸다)’라는 흐름으로 대화를 하면 상대방은 틀림없이 기분이 나빠질 것이고 더 이상 당신의 상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주변에 이런 사람은 없을까. 인생 상담 사이트에서도 이런 사람은 꽤 많이 볼 수 있다.



“평생 놀면서 생활하려면 어느 정도의 저금이 있어야 할까요? 회사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안정된 수입은 있지만 흥미가 별로 없는 일이기 때문에 빨리 은퇴하고 싶거든요. 지금은 스물여덟 살이에요. 좋은 답변 부탁드립니다.”


“상담자의 나이로 볼 때 3억 엔 정도는 필요할 것 같네요. 언뜻 엄청나게 큰돈처럼 보이지만 연금을 못 받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이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고를 통하여 받은 질문에 답변을 남겼더니, 그 답변을 본 상담자의 반응이 다음과 같다.



“3억 엔이라니, 그게 가능한 말입니까? 그렇게 큰돈을 어떻게 모읍니까? 좀 더 현실적인 숫자로 말씀해주셔야지요!”



흔히 볼 수 있는 패턴이다. 인터넷상이라면 최악의 경우에는 화를 내거나 “그럼 질문을 하지 마세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질문에 정성 들여 답변을 해주었는데 그 태도는 뭡니까?”라는 공격을 받는 정도로 끝날지 모르지만 실생활에서는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으니까 조심해야 한다.


설사 상대방으로부터의 회답에 즉각적으로 반론을 하고 싶다고 해도 우선 최소한 “그렇군요.”라는 식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예상했던 답변과는 약간 다르네요. 하지만 듣고 보니 그런 면도 있네요.”라는 식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인 뒤에 그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거나 “지금 완벽하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천천히 생각해보겠습니다. 소중한 의견에 감사드립니다.”라고 부드럽게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직업적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인 프로 점술사나 컨설턴트와 달리 여러분의 친구나 동료는 ‘질문에 답변을 해준다고 해서 특별히 보수를 받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을 테니까 반드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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