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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아이 - 준비 없이 엄마로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위한 마음 수업
박성만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12월
평점 :
엄마들의 행복 찾기 수업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저자는 엄마들이 흔하게 듣는 이 말로 책의 첫머리를 쓰기 시작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그러나, 과연 내가 정말 행복한 엄마라고 말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오히려 대부분의 엄마는 속으로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지 되물을 것이다. 이책 "엄마라는 아이"는 나는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소리칠 수 있는 대단한 엄마가 아니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냐고 되묻는 엄마들을 향해있다. 그래서 저자는 오랜 시간 강의와 상담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이해하기 쉬운 대답을 내놓는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듣다 보면 우리 가까이에 있는 수많은 엄마의 묵직한 고통과 아픔을 너무도 외면하며 살았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저자가 오랜 시간 강의해 왔다는 엄마와 자녀의 바른 관계 그리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정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 있다고 해도, 완벽한 엄마 역할 매뉴얼 앞에서 순식간에 모든 엄마는 죄인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저자는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한 수업을 과감하게 쓰고 있다. 먼저, 저자는 엄마가 행복해지는 이 어려운 과제를 수년간 다양한 엄마들로부터 직접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풀어가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무거운 심리학 이론을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설명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 가고 있다.
엄마의 슬픔은 늘 두 배다
저자는 대상관계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자아와 무의식에 대하여 자주 언급한다. 저자는 사람의 자아를 빛으로 그리고 무의식은 어두운 그림자로 비유하곤 하는데, 이 개념을 통해서 엄마들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 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엄마들의 마음에 들어가기"라는 첫 번째 장에서 엄마들의 어두운 그림자들에 대한 이론적 설명보다는 엄마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자세하게 소개한다. 대부분의 엄마들의 어린 시절은 어두웠다. 아니 참담했다. 사람이란 마땅히 살아가면서 기쁨과 분노와 슬픔과 기쁨이라는 감정을 지니고 표현하며 사는 것인데 엄마들의 과거는 그렇지 못했다. 특별히 엄마들의 슬픈 과거들은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고 공감도 얻지 못했다.
그래서 많은 경우 엄마들의 행복 찾기 수업은 눈물로 시작했다. 저자는 단 한 번도 마음껏 슬퍼하지 못했던 우리 엄마들의 마음속 울음소리에 귀 기울였다. 저자는 엄마들의 눈물은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 놓은 마중물(p48)이라고 말한다. 눈물은 슬픈지도 모르고 살아온 엄마들이 내 과거가 슬픈 것 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해준다. 슬픈 일을 참 슬프게 말하는 것 그것은 약이다. 그래서 눈물은 엄마들에게 약이 된다.(p48) 그리고 엄마와 함께 우는 사람 그 사람은 엄마들에게 의사가 된다. 그동안 모든 것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해온 엄마들이 삶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과정 자체가 행복한 엄마가 되는 수업이다.
이어서 저자는 엄마가 과거부터 지녀온 상처들이 자녀에게 전해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그 다음은 엄마의 그림자 아래에서 저항하고 반항하는 자녀들의 이야기들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먹이는 존재인 엄마와 먹여지는 존재인 자녀 사이의 불균형에 있다. 그것이 한쪽의 지나친 기대이거나, 정 반대로 무관심이라고 하여도 어쨌든 불균형은 문제를 일으킨다. 저자는 이어지는 장들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엄마 마음 돌아보기"와 "안아주기" 그리고 "엄마마음 내려놓기"와 "다스리기"에 대한 커다란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아기가 젖을 물고 빨면서 자라는 것은 단지 모유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애착을 함께 만끽하는 것인데, 성장한 아이들은 엄마의 기대와 집착에 둘러싸여 가로막힌 채 사랑과 애착을 의심한다. 더 큰 문제는 먹이는 존재인 엄마는 누구로부터 사랑을 받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걸까?
저자는 엄마 스스로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쳐 준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엄마 스스로가 자신의 지나온 삶과 지금을 받아 들여야 한다. 지나친 의무감은 대가를 바라는 보상심리로 이어지기 마련이고, 지나친 모성은 광기가 되어(p.198) 지나친 기대와 집착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엄마는 먼저 엄마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다스릴 수 있어야만 한다.
엄마라는 축복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엄마가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다면 과연 엄마는 어떻게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해야, 막대한 부를 지녀야, 커다란 권력 쯤은 누려야, 수 많은 이들의 인정을 받아야 행복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엄마가 계획한 그대로 아이가 성장하면 행복할까? 그것도 아니라면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이 가르쳐주는 엄격한 매뉴얼 그대로 따라준다면 행복할까? 저자가 들려주는 마지막 장의 이야기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어렵게 한다. 커밍아웃한 아들의 이야기, 여자와 동거하는 딸의 이야기, 조현병을 지닌 아들이야기 그리고 세월호 아이들 이야기 까지. 다른 이들이 당사자의 고통을 이해해 보겠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무거운 고통의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 너무 가까이에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 들이지 않은가? 저자가 들려주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고통 앞에서는 사람들이 오늘도 행복을 위해 쫓고 또 쫓아가는 돈과 인생의 성공은 허황된 꿈에 불과하게 느껴진다.
엄마 없이 이세상에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누구나 엄마가 되는 건 아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있어야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뒤 성숙한 엄마가 있어야 성숙한 자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게된다. 하지만 엄마라는 무게감 때문에 자신의 행복을 자녀를 위해 모두 양보할 필요도 없고, 자신의 행복을 핑계로 자녀를 언제까지 붙들고 만 있을 일도 아니다. 자녀 없이 엄마도 없지만, 자녀는 함께 사랑하되 자녀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욕심은 늘 경계하고 비워 내야 한다. 그러면서 엄마 스스로 마음을 지키고 돌보면서 엄마로서 경험하는 삶의 희노애락을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희노애락이 있다. 자녀가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슬퍼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저자가 전해주는 사랑이라는 행복한 엄마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맹자는 측은히 여기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 그리고 양보하는 마음과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을 짐승과 사람을 구분하는 단서로 보았다. 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들의 슬픔에서 이 단서들을 보았다. 엄마들은 누구나 측은해하고 미안해하면서 또 자녀에게 양보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려고 한다. 이것은 참으로 어렵고 고통스럽고 고된 과정이다. 사교육도 도와 줄 수 없고, 네이버 지식인도 가르쳐 줄 수 없고, 편하게 블로그 검색해서 해결할 일도 아니다. 시중에 떠도는 검증되지 않은 육아법을 통해서 자녀에게 강요할 일도 아니다. 마음을 돌아보면서 욕심을 비우고 먼저 내면에 있는 아이를 성숙하게 해야만 한다. 어쩌면 엄마는 외부에 있는 자녀 만을 성숙하게 할 임무가 아니라, 엄마 내면에 있는 엄마라는 아이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갈 숙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엄마들에겐 자녀들의 입시보다도 가장 어렵고 오래 걸릴 숙제다.
엄마는 자녀를 성숙한 "사람"으로 기르는 축복 받은 존재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 세상에 엄마들이 없으면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와 같은 성숙한 사람의 사랑안에서만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나에게 책을 읽고 남겨진 숙제가 생겼다. 우리는 엄마의 말에 좀 더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우리도 자녀를 향한 엄마의 마음처럼 측은해하고 미안해하는 그런 마음을 지닐 수 있을까? 그리고 양보하며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릴 줄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하진 않을까? 참 오래걸릴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