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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 제127회 나오키상 수상작
오토가와 유자부로 지음, 이길진 옮김 / 열림원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작가는 호텔 업무를 보다가, 42세에 소설가로 등단했다. 번역가는 황해도 태생의 75세 어르신이다. 책을 다 보고, 이 분들의 이력을 보고있자니, 더 고개가 숙연해진다.
"어리석다고까지 할 수 있는 올곧은 사람들, 정의와 인정과 인간의 존엄성과 같은 것이 확실히 존재하는,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삶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세계를 젊은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나는 시대소설을 쓴다"
라고 꼿꼿하게 밝히고 있는 작가의 말은 어디선지, 또 즐겨읽는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의 기획의도를 연상케했다.
미미여사 역시 에도시대물을 계속 쓰는 이유에 대해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이라고 했었지 아마. 다들 지금 이 현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이리라.
세개의 중편(단편?) 모두, 가슴이 먹먹해지고 때로는 차분해졌다가도, 또 걷잡을 수 없이 어지럽게 만든다.
시대가, 법이, 관습이 만든 틀 안에서 인간의 존엄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정말 살아가기 위해 결단을 내리고
그러면서 감내해가는 고통과 그 선택에 대한 오랜 갈등.
그 느낌이 쓰지 않은 이유는 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또 다른 이유일 것이다.
선택의 고통에 헤매일때, 내가 가진 젊음보다 내가 가진 기력의 힘이 더 약해졌을때 두고두고 꺼내보고싶다.
어쩌면, 자주 꺼내지 않는 것이 내가 행복하다는 증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