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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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렇게, 나는 사와자키 탐정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 사람의 블루버드, 이 사람의 낡은 사무실, 필터없는 담배, 종이비행기를 태운 재가 남아있을 w 자 재털이... 누군가와는 술을 마셔주지 않는 그는 예전엔 어떤 사람이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이번 참에 하라 료라는 작가에게 푹 빠졌고, 다음 나올 작품을 진심으로 고대하고있다. 오랜만에 노련한 실력을 가진 작가를 만난 기분은 (개인적으로다가) 행복하다. 여러 일본 작가들을 접하고 있지만, 겨울밤 일주일만에 연 창문밖 바람처럼 시원하고, 소름끼친다.  특히, 단순히 사건의 구성과 열거, 풀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와사키 탐정의 독특한 시선으로 인간군상을 바라보며 던지는 단상들이 지금을 살아가는 내게도 와닿는 메세지들이 있어, 흥미롭다.

어쨌든 번역에 대해서는 아쉽다. 안그래도 워낙 복잡한 스토리구조와 수십명의 등장인물 덕분에 헷갈리는 판인데 간단한 문장에서라도 단어 하나 걸려 넘어지면, 완전 울고싶어진다. 다음 작품 곧 나온다고 했는데... 이번엔 좀더 기대해도 될런지.  

내가 읽은 사와자키에서, 조금만 더 건강한 아저씨로 돌아와주면 좋겠다. 다 읽고나니, 내가 10년은 늙어버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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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온 세상이 추격하는 한 남자...  

브라보.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을 모티브(?) 로 했다는 이 이야기는 가벼운 문체 덕분에 한 도망자의 이야기를 신나게 읽게 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상념 덕분에 다 읽고도 그냥 떨쳐버리지못하게 하는 도장을 새기고만다. 인간의 가장 큰 무기라는 '습관과 신뢰'. 하지만 새 총리암살사건에 휘말린 남자의 과거는 모두가 음모의 카테고리로 전환되고 조작되고  추억과 친구는 왜곡되고 사라진다. 억울해서 분통터지고, 죽어버린 친구의 동행은 깊게 슬프고  그 와중에도 느물한 심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는 내내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엔딩에서는 가슴이 벅차 올라 죽을뻔했다.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 임무를 가지고 있으며 놀라운 타이밍으로 즐겁게한다.  

이 놈의 이야기, 영화로 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SO COOL~~~~

PS 치한은 죽어라! .. 눈물난다. 한번 더 봐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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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범은 우메다에게 완벽한 악의 모습을 보여준거야"

순수한 악

"우메다에게 원한이 있었던 것도, 돈이 목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어. 나중에 변호사에게 거래를 제안한 것도 진심이 아니었을거라고 난 생각해. 상식적으로도 거절할게 뻔하니까. 목적은 우메다 측을 괴롭히는 거였어. 최종적으로는 거절하겠지만 그 사이에 만은 고민을 할테지. 돈을 주면 정말로 진실을 말해줄까 하고 말이야. 실제로 우메다의 무죄가 밝혀지기 전에 범인은 사형을 당했어. 우메다와 변호사는 분명 후회하고 괴로워했을거야. 범인은 자신이 죽은 후에 그가 괴로워할 것을 알고, 거래를 제안한거지"

"진정한 악이란 이런거야. 이유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거야. 범인이 그 근거지를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같은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

..

"더 심한 범죄?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더 많은 돈을 빼앗는 것? 그런건 아무 의미도 없어. 그건 어디까지나 범죄일뿐, 악은 아니야"

... 피스.

 

*** 291 페이지

구리하시 히로미는 웃었다. 여자애의 매끈한 머리칼 감촉이 손바닥에 되살아났다. 그대로 저애의 고개를 한바퀴 휙 돌려버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딱딱한 과자를 쪼개는 것 같은 소리가 났을 것이다. 목뼈가 부러지면, 달콤한 향기가 더 강하게 풍겼을 것이다. 그건 어린 여자애의 혼이 뿜어내는 냄새일 것이므로, 혼이 몸을 떠날때 그 향기는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언젠가 한번 시험해보고싶다. 이 건이 정리되면, 피스가 쓸 각본의 다음 장에서.

그래, 다음은 어린애. 어린애, 어린애다. 어린애가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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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후로 집과 원룸을 오가는 생활을 해왔지만, 집에서 잔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어제는 집에서 잤다. 부모 곁에 있고 싶어서. 그들에게 미소를 보여주고 싶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부모가 사랑스럽고 불쌍해보였다. 보살펴주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이 순간, 오른팔이 발견되는 이 순간, 연극의 막이 오르는 이 순간을,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표정을 옆에서 훔쳐보고 싶었다. 그들이 오가와 공원에서 발견된 오른팔에 대해 보이는 이 관심을, 혐오를, 흥미를 나누어 갖고싶었다.

내가 저지른 일이라는 사실을 감추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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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마지막 의식
이언 매큐언 지음, 박경희 엮음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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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 그를 처음 만났다. 너무 매체에서 자주 떠들어대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상한 거부감 덕분에 오랫동안 알아온 이웃이지만 마치 인사 한번 나누지 못한 느낌이랄까. 그러다 영화 <속죄>를 보고 그가 궁금해졌다. 그리고, 미뤄둔 인사를 나누기로 마음 먹고 모든 작품들을 우리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고, 차례대로 가장 오래된 인사부터 나누었다.

단편소설집의 특성때문이겠지만, 제목을 읽고 보는 것보다 다 소설을 보고 제목을 음미하는 느낌이 훨씬 쎄다. 웬만해선 한번 책을 읽고는 내용을 다 까먹는 나지만, 8편 소설의 제목과 내용의 여운이 상당하다. 특히, 소설집의 첫번째 단편작인 <입체기하학>의 충격적 반전은 핵폭탄급이다. 의무만 남은 두 부부의 신경을 긁는 긴장감이 빚어낸 의외의 통쾌함이라니! <가정처방>은 어떤가. 지금까지 내가 본 세계 최고의 악동이 등장하니 기대하시라. <여름의 마지막 날> 이 보여준 시적인 따뜻함은 사형수의 마지막 저녁만찬일뿐이다. 그리고 <나비>에서는... 책을 우라지게 덮고 말았다. '개자식'이라는 말과 동시에 그저 작고 따뜻한 대한민국의 내 작은 방에서 읽은, 어느 꼴통 작가의 상상의 이야기임을 알면서도 마치 런던의 그 운하옆 작은 움막속에서 모든 걸 다 지켜본 자의 심정같은 불쾌함과 공포... 강한 긴장이 리얼하게 온 몸을 감싸고 만다.

책읽기가 끝났음에도, 그의 8명의 화자들이 아직도 내 귀에... 소곤소곤 대는 것 같다. 머리가 각기 다른 이야기들로 울리고 나는 같이 동조했다가, 욕했다가, 같이 웃다가 두렵다. 어쨌든, 오랫동안 그를 만나야만 했던... 의식이 끝났다.

이제 나는 암스테르담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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