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데이터베이스에 가둔 남자 - 프라이버시를 빼앗은 ‘초감시사회’의 설계자
매켄지 펑크 지음, 이영래 옮김, 송길영 감수 / 다산초당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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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1. 정말로 한편의 영화처럼 매력적이었다. 행크 애셔의 일생은 모순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하다. 어린 시절 문제아였지만, 제도공 시험을 위해 일주일 만에 독학을 하여 높은 점수를 받는 등 비범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사업 수완은 보통이 아니었기에 애셔 페인팅이란 회사로 사우스플로리다의 콘도 시장을 장악하여 백만장자가 되기도 한다. 자기계발서에서 보여주는 반듯하고 꼼꼼한, 우리가 배우고 싶어하는 인간상은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그의 문제적인 행적들. 그는 마약 밀수업자에서 반대로 마약단속국의 민간인 비밀 요원이 되기도 하니 정말로 극적인 이야기지 않은가. 덕분에 이 책은 무거운 함의를 떠나서도, 그 자체의 매혹적인 구성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2. 현대 사회는 정말로 자유로운가? 그가 만든 초감시사회, 그것을 폭로하는 저자의 취재력에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기업은 우리를 추적하기 위해 ID를 부여한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30억에 가까운 사람들을 이것을 이용해 추적하고, 이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거대한 힘을 만들어낸다. 이 식별자는 단순히 이름, 주소, 성별을 넘어서 어떤 제품을 선호하고 언제 잠에 드는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감시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예전에 보았던 기사가 생각난다. 본인이 '쓸모없다'고 느끼는 10대 소녀를 타겟팅하여 페이스북은 극단적인 미용 광고를 노출했다는 것이다. 우리의 슬픔과 불행은 역설적으로 그들에게는 최고의 자원이다. 단지 추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위험성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니 정말로 큰 충격이 아닐 수가.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되는 1984, 그것은 소설이 아닌 우리의 현실 속에서 벌어진다.


3. 애셔는 빅데이터를 향해서 은밀하면서도 과감하게 움직인다. 그는 90년대 당시 활용되지 않던 자원인 일반 시민의 기록을 수집하고 종합하는 방법을 발굴한다. 2000년대 들어 인터넷의 폭발적인 발달과 함께 늘어난 개인 데이터는 '렉스 ID'로 융합된다. 이것은 미국의 모든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시초가 된다. 우리의 행동을 추적하며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 애셔가 세운 기업은 조지 부시를 돕기 위해 유권자 명부에서 흑인을 삭제했고, 9/11 테러 이후 감시 시스템의 급진적인 발전을 정당화시키기도 했다. 이것은 과거의 일일 뿐일까? 렉시 ID는 코로나 시절에도 미국 시민들을 모니터링하는데 쓰이기도 하고, 페이스북은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하여 2016년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을 받는다. 데이터 감시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그리고 그 역사도 절대로 짧지 않다. 이것이 이 문제를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할 이유이지 않을까. 편리함과 안전이란 명분 아래 상실한 개인의 자유, 우리가 감당해야 할 대가는 어느 정도인가?


4. 기술은 인간에게 무관심하다. 오히려 효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인간을 소모적인 부품으로 보고 있지 않는가. 브레이크가 없는 기술에 우리는 윤리성이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컴퓨터 공학에서 GIGO란 원칙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뜻이다. 현대 사회의 편견과 불평등을 학습한 알고리즘은 오히려 그것을 강화시키는 결과를 만들 것이다. 이러한 현실은 내가 되고자하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에게 맞춰진 세상을 만들 뿐이다. 우리는 잊혀질 권리를 상실하여, 과거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평생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다. 제러미 벤담이 상상한 판옵티콘이라는 교도소. 우리는 그보다 더 끔찍한 환경에 있지 않은가. 이곳은 수십억명을 관찰할 수 있는 디지털 속 거대한 판옵티콘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매트릭스의 빨간 약을 건넨다. 매켄지 펑크가 치밀한 정보력으로 직조해낸 현실 세계를 직면해보시라.


#매켄지펑크 #세상을데이터베이스에가둔남자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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