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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 - 귀순 장교 출신 북한 담당 저널리스트가 쓴 북한군 A-Z 그리고 핵 ㅣ KODEF 안보총서 2
이정연 지음 / 플래닛미디어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서평>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
안경없는 군대이야기
북한군 병사 가운데는 안경 쓴 사람이 없다. 혹시 안경을 자본주의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에 북한군인들은 안경을 쓰지 않는 것일까? 그렇다면 김정일 위장을 비롯하여 북한 주민들이 선그라스를 애용하고, 심지어 모내기할 때도 선그라스를 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어떻게 설명할까? 혹시 북한의 경제난이 심각해져서 병사들이 안경도 구입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일까?
인민군에 복무하다가 귀순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경 쓴 남한군인들을 보고 의아해 한다. 개성 대덕산 민경대대 부소대장으로 근무하다가 89년 9월 10일 귀순한 김광춘씨(29)는 안경 쓴 남한의 군인들을 보고 “솔직히 군복입은 사무원들인 줄 알았다”고 말한다. 북한에서는 안경 쓴 군인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광춘씨에 따르면 북한군 입대를 위해서는 철저한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시력이 나쁜 사람은 신체검사에서 탈락된다. 북한군인들 가운데 안경 쓴 병사가 없는 이유이다.
1993년에 출판된 ‘안경없는 군대이야기’(김균태, 의암출판사)는 북한군 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80년대말에 탈북했던 사람들의 북한군대 체험담이다.
이제 ‘안경없는 군대’의 소식을 알려주는 또다른 책이 출판되었다. 10여년간 북한군 생활을 하고, 1999년까지 북한의 비빌정보사찰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이창연씨가 쓴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이다. 이 책은 이창연씨가 90년대에 체험한 북한군 경험이므로 시기적으로 볼 때 ‘안경없는 군대 그 후 이야기’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건빵없는 군대에 대한 의문
북한 사회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남북교류가 활발해져서 2005년도에는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북한을 방문하였다. 평양 시가지는 이제 우리에게 더 이상 낮 설은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보이는 모습 한 겹 너머에 있는 북한의 모습은 아직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가면 대개의 경우 고려호텔에 머물지만, 고려호텔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사무실에 들어가기는 힘들다. 고려호텔의 운영체제까지 알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조선노동당의 혁명적 무장력'이라고 부르는 인민군의 생활을 알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안경없는 군대이야기’는 북한군 출신인 새터민들의 증언을 모아서 출판한 책이다. 남북대결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북한군인들의 삶을 진솔하게 기술해서 호평을 받았었다. ‘안경없는 군대이야기’ 이후 14년만에 북한군 출신이 쓴 책이 다시 나온 것이다.
이번에는 ‘안경’이 아니라 ‘건빵’이다. 북한군 내부의 물자부족은 과거나 최근이나 비슷한가보다. 북한군에도 건빵이 보급된다. 건빵은 건쌀(찐쌀 종류로 물을 부으면 몇분후 밥이 된다)과 함께 식사대용품이다. 잠복근무를 할 경우에는 건빵, 사탕, 껌 등이 들어 있는 간식봉지가 지급된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급과정에서 이래저래 빼돌리기 때문에 한달에 공급받는 건빵은 몇 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민군에게도 건빵이 보급되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책 제목이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가 된 듯하다.
‘안경없는 군대이야기’에서 인민군에서 가장 모자라는 물자는 세면도구, 의복, 식량이라고 했다. 북한이 84년부터 경공업 혁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외의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해서 생활필수품 부족은 북한군대나 주민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보인다.
남조선군의 약점, 인민군의 약점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의 필자인 이정연씨는 고등중학교 시절부터 군사와 관련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이정연씨는 북한군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정연씨는 겸손하게도 북한을 탈출한 것이 7년전이고, 북한군의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도 힘들다는 점을 할 수 없다며 이 책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하였다.
이 책은 북한군을 체험한 사람이 쓴 가장 생생한 북한군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 군일들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북한군의 보급, 교육, 훈련, 북한군의 편제, 장비, 예비병력 그리고 북한 핵개발까지 상당히 체계적으로 북한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북한의 군대와 군인들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그러나 이책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읽을 필요가 있다. 이정연씨가 북한군 모든 것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한 데에 이 책의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정연씨에 따르면 북한군에서는 한국군의 우수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전투에 임하는 군인들의 사기, 정신력, 의지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남조선군의 4대약점’이 군사교육의 필수과목이라고 한다.
4대약점으로 “△작전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으므로 유사시 미군과 의사소통이 안되므로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상하간에 인간적인 유대가 없다,△군기가 매우 저하되어 있다”를 꼽는다고 한다. 남한에서 군복무를 한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노릇이다. 북한군의 사기진작을 위해서 한국군의 비약하고 왜곡해서 한국군의 실상을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북한이 한국군에 대해서 일부만을 과장해서 약점이라고 교육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정연씨가 말하는 북한군의 모습도 북한군의 약점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북한군은 부패하고 보급이 안돼서 허약하며 군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군대가 군대로서 기능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이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연씨가 북한군대에서 대해 남한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한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전제하고 이 책을 읽는다면 북한군의 생활이나 체계에 대해 이해하는데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민군의 얼룩무늬 위장복
재미있는 것은 ‘안경없는 군대이야기’에서는 북한군이 북한주민들의 선망의 대상인데, 그 이후의 북한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북한군은 더 이상 선망의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안경없는 군대이야기에서는 “북한의 젊은이들은 고등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군대에 지원합니다. 그들은 각종 검사를 통과한 이후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군대에 지원하는 가장 중요한 동기는 당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에는 건빵이 없다?’는 군대를 제대하더라고 당원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두 책이 틀림없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면, 군대에 대한 북한 젊은이들의 선호도가 80년대에 비해 90년대에 크게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점에 대해서는 정확한 사실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판단을 일단 유보하자. 또 선군정치를 내세우고 있는 2000년대의 북한에서도 군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가에 대해서도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다만 두 책을 통해서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북한 젊은이들에게도 군대 외적인 동기부여가 있어야 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언론에서 북한군복이 최근에 얼룩무늬 위장복으로 깜짝 바뀌었다고 보도하였다. 문화일보(4.25)에서는 위장복 사진을 공개하였고, 조선일보도(4.26) 이를 인용하여 보도하였다. 이 책에서도 위장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특수부대의 경우 일찍부터 위장복을 보급받았다고 한다. 북한군의 사병들은 6.25 당시의 디자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에 위장복을 부러워한다는 것이 이정연씨의 설명이다.
이와같이 북한군인들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북한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