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 저승편 세트 - 전3권
주호민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네이버 웹툰 <신과 함께>를 보았다. 현재 완결이 난 '저승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현세에서 딱히 선행을 하거나 악행을 저지르지도 않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직장생활 중 간질병을 얻어 저승에 가게 되어서는 어떤 유능한 변호사와 함께 심판을 거치며 결국 인간으로 환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고 소대장에게 생매장을 당한 군인이 원귀가 되어 자신의 부대와 부모를 찾아가고 저승차사들이 이를 뒤쫓는 이야기이다. 대강 보면 꽤나 뻔한 스토리라 생각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더 그렇다. 이 웹툰에서는 <입시명문 정글사립고>처럼 사회적인 문제를 대놓고 제기하지도 않고 <실객동>처럼 현실주의와 낭만주의를 적당히 비벼내지도 않고 <덴마>처럼 세련된 서사를 제공하지 않는(것 같...)다.

그런데 그게 매력이다. 살아있을 때는 "큰 욕심 없고,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상소리나 욕도 잘 못하는" "이승에서는 굉장히 힘들고 불리한 성격"을 가진 무골호인(49편)이 죽어서는 입으로 지은 죄가 없어 오히려 벌이 아닌 상을 받게 된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이가 저승차사의 도움으로 어머님의 꿈에 등장하게 된다. 이승에서 산 자들로부터는 '억울함'을 겪던 이들이 저승의 '죽은 자'들에 의해서는 오히려 이해받고 보상받게 된다. 주인공은 오히려 살아서는 자신을 괴롭혔던 '평범함' 덕분에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간으로 환생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즉 '인정'받게 된다는 것이다.

사후세계에서의 보상이라는 먼 옛날부터 전해져오던 종교적 서사와 경쟁의 기준이 역전되었을 뿐이지 마치 사회에서의 수험 취업 등을 생각나게 하는 경쟁 구도, 약자를 위할 줄 아는 데에다 능력까지 있는 변호사,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토대와 정상에 위치한 평범한 이들의 삶에 대한 끈질긴 애정이 서로 버무려져 눈물을 질질 짜게 한다. 특히 세상이 만화에서 묘사된 이승보다 훨씬 공정하지 않으며 이런 저승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레 생각하니 더 복받쳐 올라왔다. 도덕주의적인 데다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그 해결의 저승의 신비적 존재들에게 맡거버리는 무책임하고 (니체의 말을 빌리면) '노예적'인 그런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그 '노예'의 바람의 간절함은 도저히 쉽사리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른 형식과 서사로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그 바램을 드러낼 수 있었을까?

얼마전 '이승편'이 시작된 모양인데 '저승편'을 보고 감정이 이렇게 고양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1편에 '재개발' 운운하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아직 쫓겨나려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뻔할 것이 틀림없을 서사를 앞질러 연상하고 어떤 현실의 사건들을 이어서 생각하고 또 펑펑 울어보았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흘리지 않을 몫까지 다 쏟아낸 것 같아서 좀 개운했고 아직 스스로가 울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싶기도 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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