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사용후기 -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
한윤형 지음 / 개마고원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한윤형의 책을 사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취향에 따른 소비가 아닌, 그의 노동과 보다 나은 사회에 대한 의무로 생각된다. 그가 이번에 다룬 주제는 나로 하여금 소비의 자유를 박탈하였다. 하지만 이 예속(?)은 나로 하여금 그를 보상하고도 남아돌 기쁨을 가져다 준다.

 민족주의 VS 뉴라이트, 한국의 학술적 나아가 정치적 논쟁들의 뿌리를 이뤘던 이 논쟁을 정리한 한윤형의 책이 나왔다. 어느 한 쪽의 입장에도 치우치지 않고, 양자의 논리와 선동이 가진 결함들을 차분히 분석하고 있다. 얼핏 보면 '나 빼고 죄다 ㅄ다'라는 양비론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윤형이 양자를 비판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그만한 논리적 실증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 비공식적으로 오늘날 한국사회가 봉착해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대면하기 위해 토대를 닦고자 하는 정치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공식적인('감춰져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유가 논리의 엄밀함이나 사실성을 훼손하게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겸손한 입장에서 하나에서 답을 찾게 되는데 그것은 엄밀히 정의될 필요가 있지만 '진보'란 도덕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혹은 그것만이 아니라),  논리적인 귀결로 귀착된다는 것이다. 물론 진보의 논리성이 침해불가결한 '절대적' 진리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진보, 한윤형이 이 책의 말미에서 소묘를 시도하고 있는 맥락에서의 진보란 적어도 민족주의나 뉴라이트의 무리한 주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논리적이라는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상식인을 위한 역사전쟁 관전기'라는 책의 부제는 사실 보다 야심찬 것인데 그는 기존의 상식에 호소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상식'을 다져놓고자 하는 야심을 책에 녹여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의 논지는 한윤형 본인이 인정하듯이 모두 자신의 공로는 아니다. 학계에서의 주도권이나 연구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고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소신있는 학자들이 없었더라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윤형 혼자 쓴 책이 아니다. 이들 모두와 한윤형이 힘을 합쳐 쓴 책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이 책의 미덕을 훼손하기는커녕 더욱 빛내준다. 문명 안에 사는 그 어느 누구도 그 문명의 성과를 무시하고 앞서나가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한윤형은 이 점을 매우 잘 인지하고 성실한 독자로서 민족주의든 뉴라이트든 탈민족주의든 각자의 주장의 결을 살려 놓았다.

 하지만 이런 '부채'에도 불구하고 한윤형의 이 책이 '상식'을 만드는 데 다른 보다 탄탄한 전문학술서적들에 비해 '특권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자명하게도 이것이 매우 '대중적'인 필치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이런 대중적 작업, 정리 작업, 일종의 번역 작업은 주변적이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다라며 다소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온당치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작업은 학문 자체에도 핵심적인 것인데 이를 통해 학술은 자신이 상실한 현실과의 긴장감을 회복할 수 있기 떄문이다. '학문'이란 결국 인간이 스스로가 부딪친 문제가 일상적인 감각으로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보다 많은 도구들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비롯된 문명의 일부이다. 따라서 학술적 논쟁이 현실과 맺고 있는 긴장을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결론적으로 학문의 연구 대상은 현실이다. 이 잊혀지고 경시된 고리를 강조하는 데 있어 한윤형의 이 책은 특권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상식을 의심하는 데에서 시작된 학문, 그리고 그 학문이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상식을 다시 만드는 이 과정에 한윤형의 책은 위치하고 있다. 나는 이 '상식'에서 비로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투표시장의 저 장사꾼들과 비도덕적 세계에서 혼자서 도덕적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비도덕적인 이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그들의 말이 마치 자신들의 말인 것인양 여기저기 끌려다니던 젊은이들, 이런 군상들 속에서 묻혀버린 진짜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과 도전들울 말이다.

 그러니 책을 사보시라. 그리고 문자로 주변인들에게 구매(이 부분이 중요하다)일독을 권하시라. 소통의 테크놀로지는 기껏해야 편지나 전신을 돌리던 근대 초기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기술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은 방법을 잘 몰라서 그리 했다면 이번 기회를 활용해 보기를 나는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한윤형과 나는 그 어떤 인적 관계도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이 많이 팔려야 한다는 데에 어쩌면 저자보다도 더할 확신을 가지고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