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 - '제국'에 맞서는 보편주의 윤리를 찾아서 What's Up 1
알랭 바디우 지음, 현성환 옮김 / 새물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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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우는 『사도 바울』의 마지막 문장을 다음과 같은 성경 인용으로 끝맺는다. 

 "주님의 날은 밤에 도둑처럼 찾아올 것입니다." (데살로니카 전서, 5장 2절)

 여기서 '밤'이란 손님이 주로 찾아오지 않는 때를 가리킨다. 즉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메시아는 도래한다. 그러나 그가 찾아온다 할지언정 우리는 그/녀가 메시아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밤,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불청객을 가리켜 보통 우리는 "도둑"이라 한다. 

 우리는 메시아가 언제 올지도 설사 그가 왔다 할지라도 도둑인지 아닌지도 분간할 수 없다. 밤에 누군가 찾아왔다. 우리는 위험을 각오하고서 문을 열 것인가 아니면 문을 닫고 평안히 잠을 청할 것인가. 바디우는 전자에 내기를 건다. 그의 "사건"개념은 예견치 못한 때 불현듯 찾아오는 도둑인지 메시아인지 알 수 없는 손님의 도래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건, 타자에로의 열림은 주체의 동일성을 해체시킨다. 

 아니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타자에게 언제나-이미 열려있다. 따라서 바울은 스스로 메시아로서 자임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타자가 이미-도래했음을 예수가 부활했음을 선언할 뿐이다. 이것이 바디우의 사건에의 "충실성"개념이다. 우리 자신의 자명적 정체성이란 내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 외상적 타자를 배제하는 한에서만 성립가능하다. 바디우와 바울은 동일성의 행복과 안정을 거부하고 자신을 타자에게 열린 상태로 유지하길 고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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