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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를 팔다 - 우상파괴자 히친스의 마더 테레사 비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김정환 옮김 / 모멘토 / 2008년 1월
평점 :
이 책은 단지 한 위선자에 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의 가장 내밀하고 또 비열한 무의식적 환상을 정면으로 가격한다. 인도주의 활동가들은 "세계의 비참"으로부터 우리 일상의 평화를 보호해주는 소비재를 제공해 준다(시청자들에게 세계의 비참에 대한 무능력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비교하게끔 하며 감동을 유도하는 모 통신사의 광고는 얼마나 역겨운가!). 때문에 인도주의는 세계의 양극화를 지탱해 주는 주요한 이데올로기이다. 마더 테레사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또한 그녀는 몸소 근본주의 기독교 우파와 자유민주주의적 인도주의 사이에는 아무런 갈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도덕주의적 사고는 모두 자비로운 선진국과 빈곤한 후진국의 이원적 구도에서 자양분을 얻는다. 극복과 투쟁의 의지는 없다. 단지 결벽증에 가까운 '선함'과 '신성함'만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만, 단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는 식의 기괴한 영웅주의도 끼워줘야 할 것이다.
아도르노가 말했듯이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 단지 잘못된 것을 개선하기 위한 "올바른" '싸움'만이 가능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