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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ㅣ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본 리뷰는 해당 책에 대해서가 아니라 주로 우석훈이라는 인물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
우석훈은 아카데믹한 측면에 있어서는 구라꾼 기질이 농후한 저자다. 역사적 팩트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숙지하지 못할 때도 있고, 상이한 철학자들의 아이디어를 폭력적으로 접합하고, 배보다 더 큰 빼꼽 식의 문화 해석을 시도하며, 각종 새로운 학문분과를 창조하는 모습을 보면 나르시시즘에 도취해 있는 (그러나 또한 야심차기도 한) 학부생의 레폿을 보는 듯 하다. 강유원은 우석훈의 글을 보고 "마치 도사의 글과 같다"라고 평했다고 하던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대중적인 사회비판서적을 추천할 때, 항상 아니 언제나 그를 찾게만 된다. 판타지 소설 느낌도 나지만 국제/국내의 현실문제에 생생한 증언, 쉽게도 너무도 쉽게만 읽히는 (그래서 싸보이기까지 하는) 문체, 오버하는 것 같지만 문제의 시야를 넓혀주는 '통찰력(학자들은 우석훈에게 이 단어를 붙이길 거부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 사회과학 서적의 그 어떤 저자들도 가지고 있지 못한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Originality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그를 평하자면 훌륭한 구라꾼이랄까. 그의 저작들은 항상 약간의 과대망상을 담고 있지만, 아카데미즘의 체통, 기만적인 엄숙함과 포퓰리즘의 식상함을 요리조리 잘 피해간다. 그런 식으로 미국과 유럽권이 아닌 한국의 현실을 바탕으로 '음식'문제를 다룬 『도마 위에 오른 밥상』이 나왔고, 유행을 제대로 타 모 보수 정당의 공모전 슬로건으로도 쓰인 『88만원 세대』이 출간되었다. 그 특유의 해몽 능력으로 1, 2차 세계대전과 동북아의 미래를 엮어낸 『촌놈들의 제국주의』도 출간되었다. 그리고 대안 경제시리즈의 마지막인 그의 신간이 이렇게 출간되었다.
끈기있는 학계의 연구가 아닌 '재담'에 의해 비판적인 의식이 사회에 함양되고 있지 않나 싶어 슬픈 심정도 든다만 누구를 탓하겠나. 아카데미는 잘난 척은 할 대로 하면서 구태의연한 소재로 자위하고 있는 것을. 그가 어느 선까지 한국 사회에 통찰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는 메마른 사회과학 출판계의 보배같은 존재다. 모 강의에서 그는 대안경제시리즈 이외에도 4~5가량의 유사한 시리즈를 출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라도 이만하면 그냥 구라가 아니다. 아직 그의 의미를 평가하긴 이르지만, 때가 됐을 때 그를 '위대한 구라꾼'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한 번 기대해 보며 보관함에 책을 담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