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고 마는  

유병록 

 

 고통을 견디다 쓰러진 자들은 대게 엎드린 상태로 발견된다는 거 

 누군가에 업힌 모습이라는 거 
 어미나 할미의 등을, 그 등에 흐르던 땀을 기억해 내려는 안간힘을 쓴 표정이라는 거
 사이에 흐르는 땀이란 통점을 어루만지는 입술이라는 거 

 아무도 부축하지 않는 생은 지구가 업고 간다는 거
 육교처럼 엎드린 채 고통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한다는 거
 애써 통증을 숨기며 웃는 자의 눈썹을 닮아간다는 거 

 구부러진 풍경의 제목으로는 운명보다 참혹이 어울린다는 거, 어쩌면 망명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거 

 엎드린 자를 바로 누여 장례를 치르려면 지구가 내려 놓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거 

 그래도 산 자는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건 구전되는 풍습이라는 거 
 선택받은 자만이 바로 누워서 죽는 행운을 누린다는 거  

 엎드린 채 죽어간 자들은 추운 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두 손 두 발로 꼬옥 지구를 끌어안고 있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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