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 랜덤 시선 21
장옥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이상한 제목의 시집

요즘엔 시집을 펼치면 왜 꼭 시인의 사진이 있는 것인지(차라리 그림이 나았다;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지 않나;;)난 개인적으로 시인의 사진이 있는 시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도 펼치자마자 시인의 사진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어 시를 읽을 때 나름 참고하라는 어떤 조언같다. 게다가 얼굴이 유난히도 또렷하게 잘 나온 사진과 마주치다 보면 이건 분명 시를 읽을 때마다 시인의 얼굴이나 생김새로 만들어 놓은 선입견 속으로 시를 풍덩 빠트려 주세요라고 말하는 듯 하다. 아예 사진이 없다면 좋겠지만 분명 시인들 중에도 시집의 첫 페이지에 자신의 자신을 떡하니, 시보다 먼저 끼워넣고 싶은 시인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그래서 얼굴이 살짝 엇나간 앵글의 사진들이 끼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아, 참 이분의 사진도 약간은 비켜서 있는 옆모습이었다. 참 인상좋은 국어선생님 같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 선생님은 수업중에 재미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놓아 학생들의 지루함을 연일 달래준다고나 할까? 정말 이 시집의 제목처럼 '달과 뱀과 짧은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건 웬걸. 짧은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들의 살아 움직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 끝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란 말이다.

시 속에는 담배꽁초가 빠진 변기, 먹다 남은 음식이 있는 식반, 단돈 500원의 마을버스, 목줄이 꽉 매여있는 강아지, 트럭행상의 삼식아 부르는 목소리 등이 등장한다. 어쩌면 조금 더러워 보이고 쉽게 우리가 지나쳐 버리는 것들, 하지만 삭힌 홍어에 문인수 시인을 오버랩 시킨다거나 지나가는 개와 재봉틀을 연결지우는 모습에서는 이 세상 모든 사물들이 서로 엉클어져 어쩌면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것은 아마 아주 작고 낮은 것들부터 높고 멀리 있는 것까지 두루두루 봐주고 사랑해주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있어서가 아닐까?

기존의 서정시들이 갖고 있는 독선적인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본래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시 속의 대상들에게 낮고 열린 자세를 취하는 시인의 자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이나 나무 새들을 무조건 납치해 시 속에 가두고 나름대로의 의미를 만들어 가두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켜보는 듯한 시선, 그래서 그 사물들은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며 시 속에서 자신이 변화하려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다.

공기가 자전거 바퀴를 탱탱하게 부풀리기도 하고 씨앗에게 날개를 주기도 하며 우리에게 숨이라는 것을 주기도 하듯이, 변신하다 합체하며 서로 조용히 어우러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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