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치미 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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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덕후들의 최애 작가인 고정순, 정진호 작가가 서로에게 보낸 24편의 편지글 형식의 에세이다 
고정순 작가님은 <시치미떼듯 생을 사랑하는 당신에게>, 정진호 작가님은 <꿈의 근육>이라는 제목으로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두작가의 편지를 모은 에세이라니 아이디어부터 굉장히 독특한데, 더 재미있는건 두분이 글에서는 'ㅇㅇ하는 친구'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띠동갑 나이차가 난다ㅎㅎㅎ

24편의 이야기에는 알전구처럼 화장실까지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준 봄밤의 달, 모래요정 바람돌이, 둘이 나눠먹는 아이스바, 문방구밴드, 녹슨 피아노..
우리 곁에 머물렀지만 결국엔 사라지는 것들과 이제는 볼수없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을 추억한다
나와 비슷한 나이라 그런지 추억을 공유할만한 것들이 많아 오래된 칭구처럼 반가웠다

작가님이 어린시절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 지나쳤던 순간들과 사람들, 소소하지만 결코 가볍지않은 마음들까지.. 삶에 대한 생각들을 그림이 아닌 글을 통해 볼수있어 좋았지만 내가 모르고있었던 작가님의 모습까지 새롭게 알수있어 더 좋았다

아버지가 그림 그리는걸 반대해 야간 직업학교에 다니며 화실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렸던 어려운 시절, 남들보다 늦은 시작과 빨리 잊혀지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 난치성 면역질환, 글이 틀안에 갇힌 느낌때문에 시를 배웠고 지금도 남몰래 시를 쓴다는 것.. 
글을 읽으면서 작품으로만 보던 작가님이랑 조금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고정순 작가님의 글과 그림을 보면 밝음보다는 어둠, 행복이나 기쁨보다는 슬픔이나 고통과 불안,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보이지않는 것들이 뿜어내는 아우라가 더 강하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정순이란 장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때로는 아프고 슬프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는 작가님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따라 웃다가 울다가 했다

책속에 나오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지루한 장마가 끝난 뒤 옥상 위로 무지개가 뜬 날'이 올때까지 시치미떼듯 생을 사랑하라!!

책을 읽고나서 작가님과 편지를 주고받은 정진호 작가님의 <꿈의 근육>은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궁금해 찾아봤더니.. 
달 * 사랑 * 초능력 * 시작 * 어린이 * 자유 * 커피 * 위로 * 여름 * 음악 * 고양이 * 집 * 영화 * 다름 * 가을 * 노동 * 가족 * 가면 * 크리스마스 *꿈 * 눈 * 빵 * 그림책 * 꽃 * 못다한 이야기 * 

목차의 제목들이 고정순 작가님의 책과 똑같아 정진호 작가님의 글이랑 함께 읽으면 재미가 두배가 될것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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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이들 - 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
유현정 지음 / 책과이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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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사적인 종이 연대기'라는 부제를 보고 종이를 좋아하는 종이덕후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저자는 명문대를 나와 잡지 기자생활을 하다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다

종이하면 뭐가 떠오를까?
책이 가장 먼저 생각나고 그 다음이 신문이나 잡지, 노트나 다이어리 스케치북같은 문구류, 팜플렛 전단지, 그리고 티켓 명함같은 자잘한 아이템들이다

책에는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서예학원에서 붓글씨를 배우고, 초중고를 졸업할때까지 받은 상장들, 우표와 크리스마스 씰을 수집하고, 손편지와 카드를 만들고, 미술전시회 뮤지컬 공연 영화 티켓들을 모으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면서 습작하던 대본과 필사 이야기 등 어릴때부터 성인이되기까지 종이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이 들어있다
그리고 신문지 종이상자 종이로서의 수명을 다한 폐지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의 나이가 서른중반쯤인데도 종이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들이 공감되는 부분들이 꽤 많아 신기하고 비밀을 공유하는것처럼 은밀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건 저자는 일정 다이어리 독서 다이어리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지역에 대한 기록 공간 다이어리 등 무려 3가지의 다이어리를 쓴다는 것과 걱정과 감사로 나누어 지금의 고민 기분 나쁜 일 싫어하는 사람, 행복했던 순간 하고싶은 일 좋아하는 사람 등을 종이에 기록하면서 감정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종이루틴으로 부르며 지금 내가 느끼는 것들을 확인한다는거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종이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저자는 반대로 종이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과거의 종이를 살피고 취향에 맞는 종이를 모으는 일을 멈추지않는다

자신없고 비관적이고 불만많고 예민했던 저자를 바꾸고 성장시킨 종이의 힘은 뭘까 궁금해졌다

드라마 작가가 되고싶은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고 다리를 다치는등 힘들고 무기력한 시기를 보내면서 필사나 북아트같은 종이와 관련된 취미와 그동안 모아온 편지 원고 티켓 등 종이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과거의 내 모습을 들여다볼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말한다

나에게 종이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나의 책상, 책꽂이에 놓인 종이가 어떤 깨달음을 줄지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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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돼지 안톤
카트린 드라일링 지음, 홍명지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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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주인공인 동화책이나 그림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어렸을때 세계명작동화 전집으로 읽은 아기돼지 삼형제랑 어른이 되어서는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뿐이라 이 책이 더 반갑게 느껴졌다

우리가 생각하는 돼지의 이미지는 욕심(식탐) 많고 게으르고 지저분하다는 편견을 가지고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은 반대로 완벽한 캐릭터이다

돼지 안톤은 질서있고 정돈된 일상을 좋아한다
아침마다 완벽하게 가르마를 타고 빈틈없는 동작으로 체조를 한 후, 정확한 각도로 접시에 아침밥을 담아 먹는다

이렇게 완벽한 안톤이 친구 롤라를 위해 완벽한 생일파티를 해주려고 하는데, 그 계획은 안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파티준비를 하기위해 가게로 가던 안톤은 비를 쫄딱 맞고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리고 생일 케이크를 사려고 하지만 다 팔리고 없었다
아슬아슬하게 집에 도착한 안톤은 꼬마전구 줄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케이크를 뒤집어쓴다
파티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리지만 롤라는 "정말 완벽한 깜짝 파티야!"라며 행복해한다
놀랍게도 다른 친구들도 아무도 불평하거나 신경쓰지 않고 안톤도 파티를 망칠까봐 초조하고 걱정했던걸 잊고 친구들이랑 생일파티를 즐긴다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뭐든지 완벽하게 해내야 하는 돼지 안톤의 실수투성이 하루를 통해 누구나 실수를 할수있고 실수가 나쁜게 아니라는걸 배우게된다
안톤처럼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잘하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용납하기 힘들어 실패를 두려워하는 강박적인 성격이 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어른들 또한 많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실수와 실패는 지금보다 조금 더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실수를 해도 잔소리대신 괜찮아~ 토닥토닥 따뜻하게 격려해주고, 아이들이 실수도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즐거울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배우게 해주는 좋은 교재가 될듯하다

글밥이 적고 이야기가 짧은 편이지만 동글동글 귀여운 안톤과 돼지친구들도 사랑스럽고, 알록달록한 색감과 주인공 안톤이 우당탕탕 실수하는 과정이 재미있어 아이들의 취향에 딱 맞춤일것 같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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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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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x메디슨..
역사와 약?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과연 무슨 관련이 있을까? 궁금증부터 생긴다

이 책은 세계사의 결정적 장면에 나온 12가지 약 이야기를 담고있다

약이라고 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용도로만 생각했는데, 소크라테스 잔다르크 벤자민 플랭클린 반고흐 아돌프 히틀러 조지 오웰 간디 사도세자..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속 인물들이 결정적 순간에 선택한 약의 정체는 무엇이며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헴록×소크라테스 투구꽃×율리아 아그리피나만드라고라×잔 다르크 비소×체사레 보르자 백신×에드워드 제너 콜히친×벤자민 프랭클린 우황청심원×사도세자 압생트×빈센트 반 고흐 까스활명수×민강 메스암페타민×아돌프 히틀러 스트렙토마이신×조지 오웰 인도사목×마하트마 간디

약 이름과 그 약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약이 역사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발견하게 된다
약은 죽어가는 영웅을 살리기도 하지만 은밀하게 적을 독살하거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약의 숨은 역사 이야기들중에서 반 고흐와 조지 오웰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예술가들이 가장 사랑한 술 초록요정, 녹색악마라고 불리는 압생트가 고흐같은 화가나 유명한 작가들을 알콜중독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반대로 말라리아로 인한 열을 내리고 기생충 제거에도 효과가 있다니 약은 정말 천사와 악마 두얼굴을 가진듯하다

결핵을 치료하기 위해 복용한 스트렙토마이신에 의한 약물 알레르기로 병이 악화된 조지 오웰이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마지막이 될 작품을 쓴 이야기는 눈물날만큼 감동적이었다

약에 대한 지식들만 나열했다면 지루하고 어려웠을텐데 알아두면 쓸데있는 잡학사전처럼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병을 치료하고 인간을 살리는 약이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과 만났을때 세계사를 바꿔놓을만큼 무서운 존재로 변한다는 사실이 어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약이라고 하면 전문가의 분야라 어렵다고만 느껴졌는데, 현직 약사인 저자가 역사와 함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나간 약과 역사의 훌륭한 콜라보였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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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페인팅 Final Painting - 화가 생애 마지막 그림을 그리다
파트릭 데 링크 지음, 장주미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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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페인팅..
책 제목처럼 위대한 화가 30명의 마지막 생애와 마지막 작품을 다루고 있다

우리가 화가와 작품을 이야기할때 마지막 순간이나 마지막 작품이 주제가 된 적이 있을까?
그림을 좋아해 피카소 고흐 샤갈 모네같은 외국 거장들뿐만 아니라 국내화가들까지 미술전시회를 꽤 많이 가보고 미술관련 책도 많이 읽었지만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이 책의 표지에 나오는 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건 알지만 그가 인생의 말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그의 대표작 해바라기는 알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것이다

얀 반 에이크, 조반니 벨리니, 라파엘로, 알브레히트 뒤러, 티치아노, 틴토레토, 카라바조, 엘 그레코, 페테르 파울 루벤스, 안토니 반 다이크,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렘브란트, 프란시스코 고야,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 에두아르 마네,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폴 세잔,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클로드 모네, 에드바르 뭉크, 피에트 몬드리안, 앙리 마티스, 프리다 칼로, 잭슨 폴록, 에드워드 호퍼, 파블로 피카소

이 책은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화가들이 인생의 마지막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작품을 미완성으로 남기고 떠났는지를 기록하고 있다
작가별로 3점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고, 말년의 작품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도록이나 화집처럼 그림이 큼지막하고 퀄리티도 좋아 실제 그림을 감상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위대한 화가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어 외롭고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건강이 나빠져 아프거나 시력이 악화되고 손가락 관절염으로 그림을 그리지 못할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퇴한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고령의 나이와 병들고 아픈 상태인데도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씩 그림작업을 멈추지 않았다는걸 알수있다
세상을 떠난 그들의 작업실에는 미완성인채로 남아있는 그림들이 있었다
과연 그 작품들이 전성기에 비해 테크닉이 떨어지고 유행하는 트렌드가 아니라고 폄하하거나 혹평을 받아야할까?

거장들의 말년과 작품들을 미화하거나 신격화시킬 필요는 없지만 완성도나 상업적 가치를 떠나 마지막 작품 그자체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거장들의 마지막과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에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까지 보았던 그들의 다른 작품까지도 조금 더 깊게 이해하고 사랑할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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