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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 -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3년 2월
평점 :
원제 <Make it scream, Make it burn>를 정직하게 그대로 번역한 제목이다
다소 선동적인 책 제목을 보고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비평이나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와 관련된 책인가?
'갈망, 관찰, 거주의 글쓰기'라는 부제를 보고 글쓰기에 대한 책이구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펼쳐 첫번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을때 두번의 짐작 모두 보기좋게 틀렸다는걸 알게되었다
책 띠지에 '존 디디온, 수전 손택을 잇는 지금 세대의 목소리'라는 문구를 보고 이름도 낯선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보그에디터 출신으로 소설처럼 읽히는 저널리즘, 논픽션을 예술로 만든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를 넘어 레전드가 된 조앤 디디온,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20세기 여성 작가들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에세이스트 수전 손택..
내가 좋아하는 두 작가와 비교될만큼 글을 잘쓴다는건가?
책은 I 갈망의 글쓰기 II 관찰의 글쓰기 III 거주의 글쓰기.. 총 3개의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를 들려준다
1부 '갈망의 글쓰기'편 「52 블루」에서는 52 헤르츠의 음역대의 주파수로 노래를 부르는 고래,「우리는 다시금 살기 위해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에서는 전생의 기억과 환생의 경험을 주장하는 사람들,「레이오버 이야기」에서는 비행기 환승을 위해 공항에 머물면서 스친 사람들, 「심 라이프」에서는 온라인에 세컨드라이프로 제2의 삶을 살고있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2부 '관찰의 글쓰기'편 「저 위 자프나에서」에서는 역사적 재난현장을 관광하고 무지를 포장하는 취재에 관하여,「그 어떤 혀로도 말할 수 없다」에서는 남북전쟁의 참상을 사진으로 찍고 전시하는 일에 관하여,「비명 지르게 하라, 불타오르게 하라」에서는 작가 제임스 에이지가 떠돌이 농사꾼으로 소작농 가족과 머물며 쓴 기록에 관하여,「최대노출」에서는 사진작가 애니 아펠이 멕시코의 한 가족을 담은 프로젝트에 관하여 소개한다
마지막 3부 '거주의 글쓰기'편「리허설」에서는 친구와 이혼한 아빠의 결혼식 풍경을 회상하고, 「기나긴 교대」에서는 아빠의 아버지로서의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진짜 연기」에서는 파란만장한 라스베이거스 방문과 짧은 연애를, 「유령의 딸」에서는 계모라는 자신의 새로운 삶과 계모가 나오는 동화속 이야기를, 「실연 박물관」에서는 연애와 이별의 증거로 남은 잔해들, 「태동」에서는 식이장애를 겪던 몸으로 임신과 출산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갈망의 글쓰기, 관찰의 글쓰기, 거주의 글쓰기 라는 세가지 부제를 통해 저자는 자신에게 없는 타인의 무엇을 갈망하고, 그것을 관찰하고, 결국 그 안 혹은 그 언저리에 거주(?)하는 일에 대하여 치열하게 묻고 탐구해나간다..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고싶은 에세이의 본질이자 글쓰기의 핵심이라는걸까?
그동안 내가 읽었던 에세이들은 저자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글로 쓴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닌 타인의 이야기도 에세이가 될수있다는 것과 그렇다면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타인의 이야기를 쓴다는건 어떠해야 하는가?
에세이에 대한 편견의 틀을 깨버리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