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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ㅣ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저자가 쓴 <유럽 도자기 여행>이 우리 도자기와는 다른 모양새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도자기를 매개로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일본 도자기 여행>은 일본 도자기 속에 숨쉬는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과 우리 도자기를 약탈하고 사기장을 강제로 납치해 기술전승의 맥이 끊어져버린 한국 도자문화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다
아리타·이마리, 이삼평과 백파선 그리고 3대 명가 이야기를 다룬 첫번째 가마를 시작으로 조선에서 사용한 요강 대부분을 만든 하사미, 가라쓰, 또칠의 나카자토 가마, 히라도·미카와치, 나가사키 수출 이끈 고려 할머니와 거관 후손들, 후쿠오카·고이시와라, 팔산의 다카토리 가마, 야쓰시로, 존해의 고다 가마, 하기·나가토, 이작광·이경 형제의 후카가와 가마, 고라이사에손 가마, 가고시마 미야마, 심수관·박평의의 나에시로가와 가마.. 여덟번째 가마까지 규슈의 8대 조선가마를 소개한다
도자기의 신으로 불리는 도조 이삼평 같은 일본 도자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조선 사기장들의 일화와 그들의 후손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며 낯선 이국땅에서 도자기를 구웠던 조선 사기장들의 비극적인 생애와 함께 그들의 작품이 일본 도자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하고,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가마를 지키고 도자기를 만드는 후손들의 도자기를 향한 열정과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조선 도자기를 약탈하고 사기장을 납치해간 것도 모자라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가장 먼저 보낸 전리품중에 하나가 우리나라의 제기였는데 그걸 찻사발로 사용하고 막사발까지 모조리 가져갔다는 대목에선 화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자의 8대 조선가마 순례를 따라 일본 도자기에 얽힌 역사적 비극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지금 우리가 보고 즐기는 일본 도자기에 예술품 그 이상의 가치가 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도자문화와 일본 도자기의 탄생과 성장, 변화과정을 발굴하고 기록한 역사적 부분외에 아리타 도자기의 고이마리 가키에몬 이로나베시마 같은 문양과 가문과 가마에 따른 도자기의 형태와 특징에 대해 거의 일본 도자기 백과사전이라 할만큼 많은 사진들과 기록물들 보여주는 예술적 부분도 너무 좋았다
책의 본문에 유구한 전통과 역사에도 한국인들이 도자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걸 많이 보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뿌리내리게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자문화를 꽃피웠던 우리의 도자산업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선 일본여행때마다 예쁜 일본 도자기 접시들을 아무 생각없이 기념품으로 사모았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럽고 반성하며, 다음번 여행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일본 도자기를 살펴보는 것부터 첫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