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그림 읽기 - 고요히 치열했던
이가은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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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술 전공자가 아니고 이력 또한 꽤 독특하다
신문방송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서양사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역사학을 공부하면서 연구의 사료로만 생각하던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고 역사서를 연구하듯 그림을 읽었다고 한다

그림을 단순히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과거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그림속 인물과 풍경들이 왜 그려졌는지, 화가의 사연이나 감정은 무엇이었을지 전지적 역사학도 시점(?)으로 그림을 바라보는 자세가 아주 흥미로웠다

책은 외롭지 않은 고독, 아름답게 치열할 것, 고요히 바라보는 시간.. 3부로 나눠 각 다섯 작품씩 총 15개의 작품에 대해 지극히 사적인 그림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제목만 봐도 미술평론가나 도슨트의 전문적인 멘트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인생이 노잼일때 운전대를 잡았다, 46 킬로그램이라도 김고은은 안되더라고요, 우리들의 행복한 덕질을 위하여, 자꾸 '라떼'를 권하는 꼰대들에게, 남의 나라를 자주 그리워하고는 해..

르누아르의 <우산>이라는 작품의 경우 작품에 대한 설명과 감상 뿐만 아니라 나라와 시대별로 우산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고, 안토니 반 다이크 귀스타브 카유보트 클로드 모네 제임스 티소 등 다른 화가들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우산도 함께 감상할수 있다

이 책이 보통의 그림감상이나 미술 에세이와 다른점이라면 '지극히 사적(私的)이고 사적(史的)인 나만의 미술관'이라는 소개처럼 작품에 대한 전문적인 해석이나 비평보다는 의식의 흐름대로 그림을 보면서도 역사적인 부분까지도 놓치지않아 그림속 시대와 공간과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 여기까지 변하지않는 메세지를 발견하고 자기만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림을 좋아해 미술전시회를 자주 가는데 미술관에 가기 전에 습관처럼 화가와 작품에 대해 공부를 한다
전시회 팜플렛이나 신문기사도 읽고 책이나 화집도 보고 도슨트의 설명도 열심히 듣고 전시를 보고난 후 평론가들의 리뷰나 다른 관람객의 후기도 꼼꼼하게 읽는다

그러다보면 내가 그림을 본건지,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나 관점으로 본 감상을 따라하는건지 헷갈리는데.. 이 책의 저자처럼 지극히 사적인 그림 읽기를 한번 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을듯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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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
바이구이(by92)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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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

도쿄를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큼 비장한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도쿄여행을 두번 다녀왔는데 미식의 나라 프랑스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만큼 다양한 음식들과 대를 이어 내려온 노포 맛집들에 놀랐다

일본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맛에 진심인 편이다
카모메식당 리틀포레스트 심야식당 같은 영화나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미스터 초밥왕 라면요리왕 신의 물방울 맛의 달인.. 등등 요리나 음식을 소재로한 만화도 엄청 많다

스시 돈카츠 라멘 오뎅 카레라이스 우동 같은 일본 대표음식외에도 슈퍼마켓 빵이나 편의점 샌드위치도 평균이상이라 거를게 없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도쿄의 음식들중 고급 요리가 아닌 가장 평범한 도쿄 사람들이 먹는 한끼, '도쿄식 와쇼쿠'를 보여준다

와쇼쿠의 뜻을 구글링해보니까 일본의 자연재료를 이용해 전통방식으로 조리한 일본 가정식을 통칭하는 것이라는데.. 
우리가 김치찌개 불고기 생선구이 비빔밥 된장찌개를 먹는것처럼 일본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디에서 먹을까 궁금해졌다

책은 도쿄 뒷골목에서 찾은 집밥, 로컬들만 아는 도쿄의 소확행, 진정한 미식가라면 놓치면 안되는 계절 음식, 도쿄에서는 이렇게 마십니다, 면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반드시!, 내 영혼을 위한 도쿄 수프, 한그릇에 담긴 맛의 소우주, 이국에서 맛보는 또 다른 이국의 맛, 섬세함에서 만나는 가장 달콤한 위로.. 총 9개 파트로 나눠 도쿄 음식 이야기와 진짜 맛집 85개를 담의 매력을 소개한다

음식이나 맛집정보를 알려주는 다른 책들과 달리 음식사진이나 맛집사진이 단 한장도 없이 오로지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어 아쉬운 마음 반, 상상하는 즐거움 반이다ㅎㅎㅎ

어린시절부터 도쿄에서 자라 해외출장을 다니며 세계의 맛을 찾아다닌 미식 전문가인 저자를 따라 돈카츠 카레라이스 같은 대표메뉴들이 어떻게 진화하여 일본 국민들이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는지 유래와 역사를 배우고, 그들이 일상속에서 찾아가는 로컬 맛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또한 음식과 맛집 소개와 함께 [더 알아보기] 에서는 스시 먹는 방법이나 일본 와인 이야기 등 평소 궁금했던 일본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도쿄 이곳] 에서는 새로운 도쿄의 부엌 도요스시장이나 도쿄판 서래마을 가구라자카 같은 맛집순례와 함께 하면 좋을 여행스팟도 알려준다

모두가 다아는 여행자용 미슐랭가이드, 줄서는 인기 맛집에 살짝 질렸다면, 도쿄 여행에서 최소 하루 한끼는 제대로 먹고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한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 이벤트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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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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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뭘까?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자들의 로망, 뉴욕은 누구에게나 그런 존재다

이 책의 주제는 '뉴욕'이지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낭만적이고 화려한 뉴욕 이야기는 아니다

신문기자인 저자는 서른여덟, 직장생활 14년차에 뉴욕으로 1년간의 해외연수를 떠난다
내가 상상했던 기자의 모습은 해외출장을 이웃동네 놀러가듯 자주 떠나고, 뉴욕 파리 런던.. 도시마다 셀럽이나 인플루언서 같은 화려한 인맥과 핫플들을 꿰고있는 글로벌화된(?) 인물이었지만 저자는 그 반대에 가깝다

책에는 뉴욕에 도착해 집을 렌트하고, 룸메이트와의 생활, 학교에서 공부를 하며 만난 교수님과 학생들, 미술관과 음악회, 여행을 하면서 겪은 1년동안의 뉴욕에서의 좌충우돌 체류기가 들어있다

제주 1달살기, 1년살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자기가 꿈꾸던 해외 도시에서 장기체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주 보곤한다

이 책이 그들과 다른 점이라면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담당 기자인 저자가 낯선 뉴욕에서 서툴고 어설프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다른 세계로 확장시켜나가는 과정속에 그림이 함께 한다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라는 부제처럼 뉴욕이라는 도시와 그 안에 고립된 인간들의 고독을 그린 에드워드 호퍼가 이 책의 또다른 주인공이다

뉴욕에서 만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과 저자가 뉴욕이라는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느낀 단상들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나온다

호퍼의 작품들이 많지만 드가 뒤러 쇠라 알렉스 카츠 게르하르트 리히터 조지아 오키프 같은 잘 알려진 화가들과 플로린 슈테트하이머 차일드 하삼 조지 리치먼드 포드 매덕스 브라운 존 슬론 가이 칼턴 위긴스 메리 커샛 호러스 피핀 애그니스 타이트 같은 비교적 새로운 화가들의 작품들도 함께 감상할수있어 좋았다

저자는 뉴욕에서 1년동안 낯선 환경 새로운 것들과 부딪히며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면서 나는 어떤 인간인가를 배우고 삶과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한다

왜 책 제목을 '뉴욕여행'이 아닌 '뉴욕수업'이라고 한건지 공감이 되었다

20년전쯤 '섹스 앤 더 시티'라는 미드를 보고 무작정 뉴욕여행을 떠났었는데 촬영스팟 투어부터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브로드웨이 MoMA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브릿지.. 10일동안 빡세게 짜여진 일정을 따라가느라 제대로 생각할 틈이 없었다

다음 뉴욕여행은 저자처럼 또다른 나를 발견하고 배우는 수업같은 여행을 꼭 하고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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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의 8대 조선 가마 - 개정증보판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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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쓴 <유럽 도자기 여행>이 우리 도자기와는 다른 모양새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도자기를 매개로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일본 도자기 여행>은 일본 도자기 속에 숨쉬는 조선 사기장의 예술혼과 우리 도자기를 약탈하고 사기장을 강제로 납치해 기술전승의 맥이 끊어져버린 한국 도자문화의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다

아리타·이마리, 이삼평과 백파선 그리고 3대 명가 이야기를 다룬 첫번째 가마를 시작으로 조선에서 사용한 요강 대부분을 만든 하사미, 가라쓰, 또칠의 나카자토 가마, 히라도·미카와치, 나가사키 수출 이끈 고려 할머니와 거관 후손들, 후쿠오카·고이시와라, 팔산의 다카토리 가마, 야쓰시로, 존해의 고다 가마, 하기·나가토, 이작광·이경 형제의 후카가와 가마, 고라이사에손 가마, 가고시마 미야마, 심수관·박평의의 나에시로가와 가마.. 여덟번째 가마까지 규슈의 8대 조선가마를 소개한다

도자기의 신으로 불리는 도조 이삼평 같은 일본 도자문화사에 큰 영향을 끼친 조선 사기장들의 일화와 그들의 후손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통해 고향을 그리워하며 낯선 이국땅에서 도자기를 구웠던 조선 사기장들의 비극적인 생애와 함께 그들의 작품이 일본 도자기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자세하게 분석하고, 지금까지도 대를 이어 가마를 지키고 도자기를 만드는 후손들의 도자기를 향한 열정과 철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조선 도자기를 약탈하고 사기장을 납치해간 것도 모자라 조선을 침략한 왜군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가장 먼저 보낸 전리품중에 하나가 우리나라의 제기였는데 그걸 찻사발로 사용하고 막사발까지 모조리 가져갔다는 대목에선 화를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저자의 8대 조선가마 순례를 따라 일본 도자기에 얽힌 역사적 비극을 하나씩 알아갈수록 지금 우리가 보고 즐기는 일본 도자기에 예술품 그 이상의 가치가 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의 도자문화와 일본 도자기의 탄생과 성장, 변화과정을 발굴하고 기록한 역사적 부분외에 아리타 도자기의 고이마리 가키에몬 이로나베시마 같은 문양과 가문과 가마에 따른 도자기의 형태와 특징에 대해 거의 일본 도자기 백과사전이라 할만큼 많은 사진들과 기록물들 보여주는 예술적 부분도 너무 좋았다

책의 본문에 유구한 전통과 역사에도 한국인들이 도자기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걸 많이 보지 못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뿌리내리게 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도자문화를 꽃피웠던 우리의 도자산업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선 일본여행때마다 예쁜 일본 도자기 접시들을 아무 생각없이 기념품으로 사모았던 나의 무지함이 부끄럽고 반성하며, 다음번 여행때는 지금과는 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일본 도자기를 살펴보는 것부터 첫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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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니체를 읽는가 (올컬러 에디션) - 세상을 다르게 보는 니체의 인생수업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송동윤 엮음, 강동호 그림 / 스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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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니체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는 "신은 죽었다"라는 단 한문장뿐이다
짧은 문장이지만 형이상학적이고 심오한 뜻을 담고있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니체의 시대를 뛰어넘는 날카로운 통찰과 철학적 사유에 대해 회자되는 이유다

책은 1. 삶의 철학 2. 흔들리는 양심 3. 선악의 심판 4. 사색의 감옥 5. 아름다운 착각 6. 존재의 가치7. 움직이는 권력 8. 청춘의 고뇌 9. 출렁이는 욕망 10. 소유와 사랑 11. 고통 속의 환희 12. 고귀한 본능 13. 학문의 자유 14. 나를 찾아서 15. 예술가의 열정.. 등 15개의 챕터로 나눠 니체의 글과 짧은 산문체의 글이 담겨있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저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큰 위로가 된 니체의 글들중 가려 뽑은 유익한 문장에 그림을 더해 어렵고 심오하던 니체와 조금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철학자 니체의 명언을 통해 단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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