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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한 방울로 끝내는 화학 공부 - 8명의 화학자가 안내하는 화학의 세계
김정민 외 지음, 대한화학회 기획 / 휴머니스트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깊이 생각해 본 적 없는 물에 대해
8명의 화학자가 물의 성질부터 생명의 탄생까지 알려주는
친절한 화학 공부 이야기라 아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철새가 어디에서 날아왔는지를 가락지나 GPS 추적 장치로 알아내는 줄 알았는데
철새의 깃털에 있는 수소나 산소의 동위원소비를 질량분석기로 분석하는 방법으로도
알아낼 수 있다니 신기했다. 다양한 질량을 갖는 물 분자는 증발과 응결의 정도가 모두 다르다.
무거운 동위원소가 포함된 물은 온도가 낮을 때 더 빨리 응결돼 사라지므로
구름에는 가벼운 동위원소가 많이 남아 비로 내린다.
바다에서 증발해 형성된 구름이 내륙으로 이동하면서 무거운 물이 먼저 비로 내리므로
해안 지역의 물에는 무거운 동위원소가 많지만,
내륙으로 갈수록 가벼운 동위원소가 많이 존재한다.
각 지역 물의 수소 동위원소비나 산소 동위원소비는 고유의 값을 갖기 때문에
깃털 속 수소/산소 동위원소비 정보를 통해 어디에서 태어나 날아왔는지 알 수 있다.
거의 부패되어 뼈 일부와 머리카락만 남은 사체에서도
머리카락의 수소/산소 동위원소비를 분석하여 피해자가 어떤 지역에서 물을 마시며
생활했는지 알아낼 수 있단다. 머리카락이 일주일에 2mm 씩 자라는데,
이때 생겨난 머리카락이 당시 그 사람이 마신 물을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법과학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벌꿀과 같은 식품의 원산지를 알아내는 데 사용되는 걸 보면,
물은 단순한 액체가 아니라, 정보의 저장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생명체는 주위 환경으로 미세한 조각의 환경 유전자(environmental DNA, eDNA)을 방출한다.
비늘이나 머리카락, 배설물 등 살아있는 생명체가 남긴 eDNA 조각들은 물에 녹아 있기 때문에
강물이나 바닷물을 채취해 그 지역에 어떤떤 생물종이 서식하는지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멸종 위기에 처한 희귀종을 추적하거나 외래종의 침입을 감지하는 것도
물로 할 수 있다니, 물은 단순한 용매가 아니라 생명의 모든 정보를 기록하는 정말 대단한
저장소인 것 같다.
물은 매우 안정한 분자이기 때문에 분해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친환경 수소에너지 개발을 위해 물 분해 효율이 중요하다.
수소는 전극을 이용한 연료전지뿐만 아니라 직접 연소를 통해서도
오염 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대체할
무공해 연료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에너지가 없으면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없고,
깨끗한 물이 없으면 에너지 생산도 불가능하므로 물과 에너지의 상호 의존성을 강조하는
'물-에너지 넥서스' 개념이 떠오르는 것이다.
깨끗한 물 없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도, 안정적인 에너지도, 건강한 삶도 가능하지 않으므로
"물을 아껴 씁시다."라는 것이 더 이상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지구적 위기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의 시작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요리 속의 화학 반응은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인데,
그중에서 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진짜 물 한 방울로 확장할 수 있는
화학 공부가 너무 많아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흥미로워 할 책이다.
#물한방울로끝내는화학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