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탐험의 영웅 톰 크린 I LOVE 그림책
제니퍼 썸즈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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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지구상에 남아 있던 마지막 미개척 대륙 남극 탐험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다.

남극 탐험하면 아문센과 스콧의 열띤 경쟁과 성공과 실패의 원인 분석이 떠오르는데 

톰 크린이란 인물은 생소해서 궁금했는데 아일랜드인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시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잊힌 영웅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불굴의 의지와 도전 정신으로 쟁취하기 위해 뒷받침해 준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남극 탐험의 숨은 영웅 톰 크린의 이야기를 펼쳐보았다.


아일랜드 서부 해안의 농가에서 태어난 가난한 청년이었던 톰 크린은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

열여섯이 되던 해 영국 해군에 입대하고 어느덧 10년이 흘러 뉴질랜드 항구에 있을 때, 

스콧 대장의 남극 탐험 대원 중 한 명이 갑자기 배를 떠나는 바람에

톰은 남극 탐험에 함께 하게 된다.


처음에 급조되어 스콧 대장과 함께 했지만, 톰은 능력을 인정받아

스콧이 이끄는 디스커버리호와 케라노바호를 타고 두 차례나 남극 탐험 길에 올랐다.

조랑말을 선택했던 스콧 대장은 남극점을 241km  정도 남겨 두고

마지막 여정을 함께 할 대원 4명을 선발했고, 톰은 다른 대원들과

베이스캠프로 돌아가야 했다. 비타민 C 부족으로 괴혈병에 심하게 걸린 대원의 상태가 

나빠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썰매에 태워 가다 모두 너무 지치자

톰은 혼자 빙붕을 가로질러 56km를 18시간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톰 덕분에 두 대원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에번스곶에서 겨울이 지나가길 기다리며, 스콧 대장과 대원들을 기다렸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봄이 되자 톰과 수색대는 꽁꽁 언 스콧 대장과 대원 두 명을 찾아냈다.

영국으로 돌아온 톰은 그의 용기 덕분에 영국 왕실로부터 앨버트 메달을 수여받았다.


그리고 어니스트 섀클턴 대장과 함께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세 번째 남극 탐험을 했다.

불행하게도 인듀어런스호는 얼음이 배 양쪽에 단단히 박혀 침몰했고

대원들은 배를 버리고 구명정을 띄웠다.

꼬박 7일을 노를 저어 빙산 사이로 빠져나와 엘리펀트 섬에 도착했고,

구조 요청을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사나운 바다를 건너야만 했다.

1280km나 떨어진 고래잡이 기지로 도움을 요청하러 가기 위해

섀클턴 대장은 강한 대원 5명을 뽑았고 그 가운데 톰이 있었다.

5명의 대원들은 교대로 배의 키를 잡으며 자신들이 가는 곳이 옳기만을 바라며

2주 넘게 바다를 헤맸고, 드디어 사우스조지아 섬에 도착했다.

그러나 고래잡이 기지는 섬 반대편에 있어서 빙하 산맥을 넘어야만 했다.

섀클턴, 프랭크 워슬리, 톰 크린 세 사람은 서로를 밧줄로 연결하고

36시간 만에 사우스조지아 산맥을 넘어 구조 요청에 성공했다.

톰은 선발대가 되어 또 거대한 얼음 장벽을 넘었다.

덕분에 인듀어런스호에 탔던 28명의 대원들도 모두 살아남았다.


세 차례의 파란만장한 남극 탐험이지만,

실패한 탐험이기에  그의 용맹한 영웅적 행동이 쉽게 잊힌 것 같아 안타까웠다.

섀클턴 대장이 톰에게 다시 한번 남극 탐험을 하자고 했지만,

톰은 어릴 적 친구인 엘렌 넬 헐리히와 결혼해서 딸 셋을 낳아 기르고 있어

그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톰과 넬이 운영하던 '사우스 폴 인'이라는 술집이 지금도 남아있다고 하니,

아일랜드 여행할 기회가 된다면 방문해 보고 싶다.


고향에서 영웅적인 행동과 모험으로 존경받았지만,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해 싸우고 있던 시절이라

생애 대부분을 영국 해군으로 일했기 때문에 스스로는 남극 탐험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는 굳건한 한 사나이의 묵직함이 느껴졌다.

남극 탐험가들의 대부분이 영국의 상류층 출신이라, 

남극 탐험 후 책을 출간하고 강연하고 뽐냈지만

아일랜드인인 톰은 침묵을 선택했다.

그래서 그의 업적에 비해 유명세가 없긴 하지만, 동료들의 글에서도 

충성스럽고 용감하고 강한 체력과 뛰어난 유머 감각을 가졌음을 알 수 있다.

끔찍한 위험과 불가능한 상황을 혼자서 또는 팀원들과 함께 헤쳐냈던

톰 크린의 용기와 끈기를 기념해서

남극 빅토리아랜드의 크린산과 사우스조지아의 크린 빙하 이름이 새겨지게 된 것도

알게 되어 유익하였다.

#남극탐험의영웅톰크린  #톰크린  #크린빙하  #크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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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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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가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고 칭송했던

카슨 매컬러스는 열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몇 번의 뇌졸중을 거쳐 서른 살 초기부터 걷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평범한 세계관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영혼의 열망과 고독을 

주제로 한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카슨 매컬러스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하는 수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세 사람의 어긋난 기이한 사랑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미스 어밀리어는 아버지에게서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물려받은 데다

지역 최고의 술을 빚어내는 양조장도 운영하는 부자에,

의사로서도 최고였다. 6척 장신에 골격이나 근육도 남자 같긴 해도

사팔뜨기만 아니었다면 꽤 잘 생긴 여자여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제법 있었지만,

남자의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았다.

그랬던 그녀가 선택했던 열흘의 이상하고 위험천만한 결혼 생활에

마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라 겁 없고 잔인한 청년으로 성장했던 

마빈 메이시가 돈 때문이 아니라, 키 큰 외로운 사팔뜨기 소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무려 2년 동안이나 숨기면서 완전 새사람으로 변했다.

동생에게도, 자신을 거두어 길러준 어머니에게도 잘 하고, 

종교 집회에도 참석하고 욕하고 싸우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자신의 성격을 개선하고

미스 어밀리어를 찾아가 고백을 했고 둘은 결혼을 했는데,

첫날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둘이 원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랑이 마빈 메이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미스 어밀리어도 덜 유별난 여자가 되리라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끔찍이 사랑하는 신부와 잠자리도 같이 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파다해지고, 결국 쫓겨나게 된 신랑은 다시 본색이 드러났다.

사랑의 힘으로 변했던 마빈 메이시에게서 사랑이 사라지자

그는 주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에 실릴 정도로 악명 높은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어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기괴했던  결혼 생활이 잊히고 혼자 살던 미스 어밀리어에게

새로 나타난 사랑은 사기꾼 같은 꼽추 라이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만 가득 찬 가방 하나를 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마을에 나타나서는 미스 어밀리어의 친척이라고 우기며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는 황당한 거짓말쟁이 꼽추의 

어떤 부분이 미스 어밀리어의 사랑의 세포를 일깨웠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 모든 걸 라이먼에게 바치는 미스 어밀리어와

미스 어밀리어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의기양양한 구는 라이먼의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라이먼이 자기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들 사이에 

즉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특이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원래 사랑이란 게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미스 어밀리어가 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라이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라이먼은 무위도식하며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기만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물론 꼽추가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교적이어서

미스 어밀리어가 잔인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계산적인 태도가 누그러지고,

의사 역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잘해나가고, 그녀가 만들어 파는 술이 더 맛있어지고,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인근에서의 유일한 유흥장으로 잘 운영되는 것은

분명 미스 어밀리어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었다.

사랑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내 눈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외로웠던 미스 어밀리어가

수다쟁이 라이먼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직 열흘간의 결혼 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을 라이먼에게 이야기하고,

라이먼을 절대 신뢰하며 카페를 운영하던 행복한 시절은

마빈 메이시의 등장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라이먼이 마빈 메이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엇갈려버린 사랑의 작대기는 늘 불행을 초래한다.

미스 어밀리어의 카페는 마을 사람들은 단 몇 시간이라도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는데, 슬프게도 그 카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미스 어밀리어와 마빈 메이시의 빅 매치에서 미스 어밀리어가 승리를 거둘 찰나,

라이먼이 미스 어밀리어를 공격하고 그들의 기괴한 사랑은 끝이 났다.

라이먼은 미스 어밀리어를 배신하고 미스 어밀리어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빈 메이시와 함께 도망갔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라이먼이 메이시에게 미쳐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스 어밀리어는 그 배신을 당하고도 3년간 라이먼을 기다리고

카페 건물을 봉쇄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카페가 사라진 마을은 황폐해졌다. 

사랑의 힘으로 생겨난 카페는 완전히 퇴락하여

사랑의 덧없음, 폭력성의 상징이 되어 허무하게 가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가 되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에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사랑론이 

잘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아 난해하게 느껴졌다.


#슬픈카페의노래  #카슨매컬러스 style="line-height: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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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박숭현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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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저자가 직장을 소개할 때마다

아직까지 극지연구소를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 정도라니 안타까웠다.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보고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해양 교육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끼기에 더 안타까웠다.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위치한다는 것조차 생소할 만큼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고,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느껴진다.

극지라는 말이 낯설긴 하지만, 남극 북극 연구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기지와 연구소는 다르다. 연구소는 실질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고,

기지는 관측과 현장 조사를 위한 거점이다.

세종과학기지는 남극대륙 인근 킹조지섬에 지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기지이고,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대륙에 지어진 기지이고,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에는 다산과학기지가 있다.


극지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동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북극과 남극의 차이점, 

펭귄이 남극에 사는지 북극에 사는지도 확실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극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이기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극지 OX 퀴즈의 답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극지는 극한(extreme)의 극이 아니라 지구자전축의 축(axis)을 의미한다.

지구자전축으로 정의되는 극점이 남극, 북극이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지점은 자남극, 자북극이라고 부른다.

지구자전축이 11.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침반에 기대 항해하던 시절

지구자기장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안전 운행을 위해 아주 중요했다.

지구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유해한 입자들을 차단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 대부분은 지구자기장 밖으로 튕겨 나가는데,

일부가 북극과 남극에 모여 지구 상층 대기와 충돌하면 오로라가 나타난다.


남극 하면 펭귄이 떠오르지만, 남극에서 서식하는 펭귄은 전체 펭귄의 45%이고,

남극 펭귄들이 남극에 머무르는 기간 또한 아주 짧다.

남극의 여름 동안만 번식을 위해 머무르기 때문에

전 생애에서 극히 짧은 시기만 남극에서 지내는 철새이다.

천적으로부터 비교적 쉽게 새끼를 보호할 수 있고 먹잇감도 구하기 쉬운

남극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이 찾아오면 남극을 떠나 대양으로 떠난다.


고래는 극지와 열대를 오가는 다채로운 삶을 살아간다.

여름 동안 극지에 머물면서 크릴을 양껏 섭취하고

겨울에 따뜻한 열대 바다로 이동해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

열대 바다는 새끼의 천적이 적고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크릴이 없어 어미 고래는 쫄쫄 굶어야 한다니 고래의 식성은 참 까다로운 것 같다.

남극에서 잔뜩 먹어 몸에 비축한 지방으로 만든 젖을 새끼에게 먹이고,

굶주림이 한계에 다다를 때가 되면 새끼 고래가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져

장장 5000km의 대장정을 통해 다시 남극 바다로 돌아온다니

생물의 생애는 참 경이로웠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량은

전체의 20% 정도인 반면,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산소량은 70%로

대기 중 기체 농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북극해에는 현재까지 개발된 석유의 약 15%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고 있어,

북극권의 자원 개발은 외교 및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

자원 선점이라는 이슈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 전체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시대적 해결책을 찾는데

극지 연구가 답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어 유익하였다.

#극지로온엉뚱한질문들   #극지연구소  #해양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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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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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거라고 고백했을 만큼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4000여 통이나 되는 편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랑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반 고흐의 고뇌와 예술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듯,

버지니아 울프가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서

그녀의 '자유'를 갈망했던 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사춘기 때 주머니에 돌을 한가득 넣고 강으로 걸어간 여성 작가의 삶도,

작품도 너무 난해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녀의 편지를 접하니 이렇게 섬세한 영혼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절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우울증,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악플러에 대항해서 싸우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하고,

평화를 위해 시위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며 

자유롭고 멋진 모습으로 늙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긴 많은 편지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 문학 전문 문학평론가가 엄선한 

96통의 편지가 연대순으로 그녀가 생전에 갈망했던

'자유, 상상력, 평화'라는 키워드로 3부로 구성되어 있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울프의 연인으로 알려진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언니 바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 주변 예술가들과 독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은

이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의 고전이 된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라며 

여성의 물질적, 정신적 자립을 강조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 여성성과 남성성이 융합된 양성적인 마음을 지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연인들과 남편과의 관계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뭔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만의 세계가 잘 구축된 것 같다.

지금도 파격적인 자유로운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시도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비평과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을텐데,

그 모든 다양한 의견들이 쌓이도록 놔두고 있다며

모두가 잠잠할 때 자신의 구멍에서 기어 나와 그 의견들을 종합할 거라고 한 걸 보면

정말 굳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너무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녀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내린 오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전체주의와 가부장제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간파하고

파시즘의 기원이 가부장제적인 가족 안에 있다고 생각한

여성 작가가 그 당시에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었을까?

히틀러가 자신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쓸 만한 아이디어들을

지니고 있다는 보낸 편지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자신을 괴롭혔던 질병과 싸워왔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자신의 남편이 항상 놀라울 정도로 잘해줬다고

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더 잘 해줄 수 없었을 거라며

공포가 시작된 몇 주 전까지는 완벽하게 행복했다는 걸 남편에게 확신시켜주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했고,

자신의 광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광기가 자신의 자유를 앗아가길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단순히 유전적인 신경 쇠약, 작가의 예민함에서 기인한 우울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주의와 전쟁의 위협이 가부장제에서 기원한다며

고학력 남성의 아들들이 비싼 비용으로 엘리트 교육을 받는 공안

고학력 남성들의 딸들과 누이들은 교육과 전문직, 정치 참여에서 배제되어 온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며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염원했지만

그녀는 아웃사이더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아웃사이더 정신이

세상을 그녀가 살던 시절보다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으로,

주체적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언제나희망하고있지않나요  #버지니아울프  #버니지아울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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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일의 화학 카페 - 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
진정일 지음 / 페이퍼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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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을 통해 화학이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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