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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루어주는 섬
유영광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섬>은 전 세계 20개 언어로 번역된 소설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보다
먼저 쓰인 유영광 작가의 숨겨진 명작이다. 2021년 펀딩에 참여한 350여 명의 독자들에게만
알려진 소설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출간 요청이 이어져 정식 출간되었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의미가 있는, 의미가 있으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이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라는
작가님의 오래된 꿈은 이루어진 것 같다.
뻔한 자기 계발서의 멋진 변신이라고나 할까,
인생 지침서의 아름다운 동화 버전이라
어른들에게도 감동적이지만,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인생의 법칙으로 이런 판타지 어드벤처 성장 소설이 탄생할 수 있다니 필력에 놀랐다.
욕심의 벌에게 쏘여 앞을 볼 수 없게 된 폴은 잠들기 전
"내일이 오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신께 기도를 드리는 삶을 살고 있었다.
질이 좋지 않은 양털과 질이 좋은 양털을 절반씩 섞어 모포를 만들라는 주인의 말을 듣지 않고
고급 양털을 조금씩 더 넣어 모포를 만들어서 가게에서 쫓겨난 폴은
집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아 오갈 데가 없자 거지 노인을 찾아간다.
태어나게 해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세상에 나와서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지
신이 참 불공평하다며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을뻔했다고 말하는 폴에게
앉은뱅이 거지 노인은 삶은 누군가가 준 겹겹이 포장된 선물 같아
완전히 풀어보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것인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며,
지금은 구겨진 겉모습만 보이더라도 언젠간 자신이 받은 선물의 진짜 모습과 의미를
알 수 있는 날이 찾아온다며 폴을 위로했다.

다리 없는 늙은이, 앞 못 보는 애송이 폴, 날개 없는 천사 프랫, 팔 없는 떠돌이 기사 제이콥이
행복의 섬에 있는 사랑의 샘에 잠들어 있는 행복의 여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면서 인생의 온갖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모험의 세계가 펼쳐진다.
나 자신이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대로 살아가게 되므로
내가 누구인지 늘 기억해야 한다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고,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
왜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던 폴은
여정의 끝에 그 이유를 깨닫게 된다.
신은 인간이 상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참을성 없는 인간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다 지쳐서 포기하는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져서 그러셨는지 꿈이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생생하게 그 모습을 그릴 수만 있다면 언제든 꿈이 이루어진 것과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했으니 꿈을 좇다가 힘이 들면 상상의 힘을 빌리면 된다.
세상에 이유 없는 아픔이나 고통은 없기에, 모두 나름의 필요와 쓸모를
가지고 찾아오는 법이다. 넘어지지 않는 방법 따윈 없다.
넘어졌을 때는 땅바닥을 내려다볼지, 하늘을 올려다볼지만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두 발로 걷는 이상,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이상 누구나 넘어진다.
넘어지지 않는 방법은 그 자리에 멈춰 서거나 동물처럼 네 발로 걷는 것뿐이다.
걷는 법을 배우기 이해 숱하게 넘어지고 주저앉았지만,
다시 일어나서 걸었기에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음이 괴로울 때 산책을 하며 내가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가 이렇게 걷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던 순간들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는 나만의 의식이 있어서 많이 공감되는 대목이었다.
인생의 목적은 남들보다 나아지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제의 자신보다 나아지는 데 있을 뿐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성장을 멈추지 않는 사람은
처음엔 보잘것없어 보여도 언젠간 기어이 목표와 꿈을 이뤄내고 만다.
사람은 나이만큼 성장하는 게 아니라, 꿈의 크기만큼 성장한다.
때론 예상치 못한 파도에 휩쓸리기도 한다.
어떻게든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면 오히려 더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물살을 만나면 잠시 호흡을 멈추고,
그곳에 몸을 맡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내가 보채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시 뭍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니 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다고
너무 조급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물살이 언제 약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제아무리 거센 물살도
반드시 끝은 있는 법이다. 주옥같은 인생의 진리를 배우며
용서의 망토를 쓰고 상처의 덤불을 지나 기다림의 사막을 건너는 일행들을 보며
행복의 여신을 만나면 그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졌다.
만약 인간에게 영원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꼭 해야 할 일들을 나중으로 미룬 채
살아갔을 거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신은 그런 모습을 원치 않아서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게끔 하려고 인간에게 한정된 시간만을 주었단다.
주어진 시간을 불평하고 원망하며 살기에는 너무도 짧고,
감사하고 사랑하며 살기에는 충분히 길고,
꿈을 이루기에는 딱 적당한 시간이라는 말에 가슴이 찌릿해졌다.
사랑의 샘은 결코 마르는 법이 없어서 꿈의 구슬과 용기의 보석을 집어넣기만 하면 된다.
인간은 결코 자신의 앞날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내가 비가 내리길 원한다고 해서 비를 오게 할 수 없듯이,
좋은 일만 바란다고 해서 원하는 일들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그저 주어진 환경대로 살아갈 뿐이지만,
간절함과 절박함을 가진 인간을 막을 수 있는 걸 신은 만들어 놓지 않았다.
신은 인간의 미래에 일어날 일들 가운데 한 조각만큼은 그들의 몫으로 비워두어서
그들 스스로가 채워 넣을 수 있게 만들었다.
어떤 고난과 어려움 가운데 살아가든 그들이 원하는 미래의 한 조각을
생생하게 꿈꾸고 그것을 간직하면 언젠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행복의 여신을 만나서 나는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가 곰곰이 생각에 잠기게 되는
멋진 판타지 어드벤처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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