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낭콩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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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을 낳은 여자의 이야기, 별다른 정보 없이 표지 그림을 보고 생리혈을 상징하나 싶었는데

인간으로 탄생하지 못하고 운명을 다한 태아의 이야기와 식물인간에 관한 

존엄사와 존엄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미혼모 여성의 낙태와 비정규직 30대 여성과 무력한 어머니에게 부가된 절대적 돌봄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인간도 식물처럼 사람이라는 토양 속에 발아하여

뿌리내리고 살 수밖에 없으니 서로가 서로에게 수분과 자양분이 되어야 살 수 있다는

뿌리내림과 얾힘에 관한 이야기라는 박주영 판사의 소개대로 

존엄사가 중요하듯 존엄생 또한 중요함을 일깨우는 소설이었다.


손가락에 살이 쪄서 ㅗ와 ㅏ 두 칸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솔아'를 늘 'ㅅㅏㄹ아'라고 오타를 내던

박 대리의 문자가 미혼의 스물다섯 살 솔아 씨가 한 사람을 살렸다.

늘 보던 오타에도 위로받을 수 있던 솔아 씨와 그런 솔아 씨를 보여

자신이 낳았던 강낭콩을 떠올리며 낙태가 아닌 유산을 한 것이라고 여기고 

살아갔던 어머니들의 역사와 낙태라는 비밀을 공유한 공동체에 대해 되뇌게 되는

지연 씨의 모습은 씁쓸했다.

고작 십 주도 못 품은 강낭콩을, 점조차도 못 되는 티끌인 자신의 강낭콩을

법적으로 태아가 될 수도 없고 시신으로 여겨지지도 않아 

의료 폐기물로 사라졌을 자신의 강낭콩을 지연 씨는 또 다른 솔아 씨를 만날 때마다

불쑥 불쑥 생각할 것이다.


7년째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남편을 간호하는 미선 씨와 딸 지영 씨의

이야기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집안에서 장기 병간호를 하다 보면

가족은 해체되고 피폐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서 더 슬펐다.

산다는 것은 늘 돌봄의 연속이지만, 돌봄을 받기만 하고 되돌려줄 수 없는 삶이

과연 살아 있는 것일지, 자신을 소모하며 무작정 돌봄을 주기만 하는 이의 삶 또한

살아 있는 것인지를 묻는데 가슴이 먹먹하다.

안 아프고 늙어가면 좋겠지만, 진석처럼 불의의 사고로 다치지 않더라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누구나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가슴 아프게 느껴졌다.

진석이 사 왔던 몬스테라 화분에 다 죽은 주제에 뿌리가 어찌나 철썩 달라붙어 있는지,

그 악착스러움에 놀랐는지, 어떻게든 식물의 생을 끊으려 드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자신의 불행을 모두 진석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자신에 대한 미움 때문인지

울분을 토해내는 지영의 모습이 안쓰럽고 슬프게도 공감되었다.

아빠를 그만 포기하자고 엄마에게 말하고, 같은 마음을 들킬까 봐 그 말을 막는

모녀의 처절함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모든 실패를 아빠의 탓으로 돌리는 자신의 혐오스러움에 울부짖는 딸의 아픔과

그 상처를 지켜봐야 하는 엄마의 무너져내리는 마음과 상처가 느껴졌다.

연명치료 거부서를 신청하며 생명의 존엄성도 중요하다며

죄책감을 옅게 했지만 벗어날 수 없는 죄책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돌봄 노동과 인간의 생명성에 관한 해결하기 힘든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강낭콩 #소설  #채도운  #식물인간  #낙태  #존엄사  #존엄생  #돌봄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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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 - 이제는 시칠리아다! 역사, 문화, 예술, 신화를 아우르는 멀티플 여행
한상원 지음 / 슬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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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1장관실, 총리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서 근무하며 해외 연수나 출장 기회가 많았던 저자는

두 차례의 독일 파견 기간 동안 시간 날 때마다 유럽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찾아 

인문학적 소양을 키워왔다고 한다. 그런 관심과 열정이 시칠리아 여행으로 이어졌고,

적어도 8개 이상의 문명이 혼합된 지역에서 단순한 지중해의 멋진 풍광을 즐기는 것을 넘어

다양한 문화의 보고를 발견함으로서 인생을 구하는 인문여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생 후반부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고,

시칠리아 일주 인문기행을 통해 <오디세이야>, <로마인 이야기> 등 책으로만 

접했던 평면적인 지식과 얕은 정보가 입체적으로 와닿았다고 하니

얼마나 풍요로운 여행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괴테는 "시칠리아를 뺀 이탈리아는 내 마음에 아무 인상도 남기지 않는다.

이곳이야말로 모든 것의 열쇠다."고 평했으며,

UN 산하 기구인 유네스코의 엠블럼이 파르테논 신전을 모델로 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콩코르디아 신전이 주인공이다. 4세기경부터 신전 내부에 바실리카(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거의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던 콩코르디아 신전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과 함께

그리스 신전 중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고대 건축물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로마의 거듭된 침공으로 위기에 처한 조국 시라쿠사를 지키기 위해 

기중기, 투석기, 초대형 거울 등을 만들어 로마군을 여러 차례 공포로 몰아넣었던

아르키메데스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오르키지아에 있는 응용과학박물관 '아르키메데이온'을

추천했는데, 아르키메데스가 사용했다 전해지는 각종 모델을 직접 작동해볼 수 있다니

너무 가보고 싶었다. 시칠리아는 미식과 아름다운 경치만 최고인 줄 알았는데, 

정말 기대 이상으로 많은 걸 품고 있는 곳이었다.

유럽 최고의 활화산 에트나는 또 얼마나 장엄하고,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 것인지 에트나 등정도 하고 싶고

시칠리아에 갈 이유가 자꾸자꾸 늘어나게 만드는 책이었다. 

#시칠리아일주인문기행  #시칠리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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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고흐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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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통해 아픈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어 했던

불멸의 거장 반 고흐의 이야기는 늘 감동적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TOP3에 항상 손꼽히는 고흐의 삶과 작품을

A4지 반보다 더 작은 앙증맞은 사이즈의 책에 담은 미술수업이라 

책상 위에 꽂아두고 손쉽게 자주자주 볼 수 있어 좋다.


초롱초롱 빛나는 별들을 보며

마음씨가 곱고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들만 갈 수 있는 별나라이니

사이좋은 테오와 반 고흐는 형제별이 되어 언제나 함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애 좋은 형제의 이야기를 다룬 한 편의 동화 같은 느낌이었다. 


헐벗은 사람에게 자신의 옷을 벗어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자신의 빵을 나누어주는

반 고흐를 가난한 마을 사람들은 좋아했지만, 교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만 착한 척을 하는 거라고, 뭔가 음흉한 속셈이 있을 거라고 

마을에서 쫓아내서 참 안타까웠다. 마을 사람들과 함께 잘 지냈더라면

화가의 생애가 덜 외롭고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면서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화가가 되어 농부와 광부들 같이 열심히 일하고 거짓말도 하지 않는

진실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어 했던 고흐의 마음이 가난하지만 친절한 사람들에겐

잘 전달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푸른 하늘과 황금빛으로 넘실거리는 밀밭과 아름다운 꽃들을 그리기 위해

남쪽 지방으로 떠난 반 고흐를 보고, 일은 안 하고 그림만 그린다고

손가락질하는 이웃들도 있었지만, 테오의 편지를 전해주는 우체부 룰랭 씨는 

언제나 반 고흐에게 친절했다. 훌륭한 화가와 친구가 된 것을 기뻐한

룰랭 씨는 훌륭한 사람 앞에는 항상 역경이 기다리는 법이라며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씨앗들이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한다고

따뜻한 말을 건넨 덕분에 반 고흐는 아를에서의 힘겨운 나날을 견딜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을 통해 아픈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줄 거라는

반 고흐의 소원은 다소 늦긴 했지만, 결국은 이루어졌다.

평생 동안 단 한 장의 그림밖에 팔지 못해 가난과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린

불운한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그림 갑이 가장 비싼 현대 화가이고

반 고흐와 그의 동생 테오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졌으니 말이다.


#작고아름다운고흐의미술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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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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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서 도망치지 말고 실패를 직시함으로써 겸손해져야 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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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예찬 - 위대한 사상가들의 실패에 대한 통찰
코스티카 브라다탄 지음, 채효정 옮김 / 시옷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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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정치적 생물학적 심적 실패를 딛고 위대한 삶을 이뤄낸 

사상가들에 대한 통찰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실패임을

겸허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책이다.

우리 모두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지만, 실패를 통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음을

시몬 베유, 마하트마 간디, 시오랑, 다자이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들려주고 있어 흥미로웠다.


움빌리쿠스 문디 신드롬(Umbilicus mundi syndrome),

모든 일의 중심에 자기 자신을 놓고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존재로 상상하는

병적인 경향이 있어, 세상이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 양 행동하고

모든 것을 우리 자신의 욕구와 걱정과 관심에 맞춰 생각하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었다.

타인의 괴로움에 무관심하고 사람들과 유의미한 공감을 할 줄 몰라

이웃을 사랑하기는커녕 착취하고 조롱하고 원망하며,

다른 종들의 진가를 모르고 남용하고 복구 불가능한 기경까지 손상시키는

탐욕 덩어리이자 어리석음 덩어리인지 냉정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사례 중 처음 접하는 사상가들이 꽤 있어

개인적으로는 어렵게 느껴지는 면이 있었다.

완벽한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긴 하지만,

세상을 바꾼 예술가나 사상가들의 면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정말 기괴하고 평범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해할 수 없는 일화들도 많아서 다소 놀라운 부분도 있었다.


드 골이 "그녀는 미쳤어!"라며 낙하산을 타고 프랑스로 들어가 적진에서 

자살 미션을 받으려던 시몬 베유의 유토피아적 프로젝트가 일축되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그 이후 광신적 단식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확신과 개인적 소명의 문제로 죽음을 실천한 것은

아직도 납득이 잘되지 않긴 하다.

마음만 먹었다면 변호사나 행정가나 사업가로서도 눈부시게 성공했을 거라고

평가되는 간디의 유례없는 어리석은 판단들도 처음 알게 되어 놀랐다.

테레사 수녀님이 인종 차별적 태도를 가지고 있었음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좋은 유토피아 전통을 따르는 간디의 아쉬람이 사실은 있기 힘든 곳인 줄 몰랐다.

유토피아의 문제점은 실현하기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심각하게 불완전한 피조물이고, 완벽함에 대한 강박적은 욕구와 순수성에 대한

잘못된 추구는 우리를 그 어느 때보다 불완전함에 빠뜨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벽하고 모든 것이 되려고 노력하다 보면

우리는 실제로 우리 손이 닿을 수 있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실패에서 도망치지 말고 실패를 직시함으로써 겸손해져야 함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


#실패예찬  #실패의통찰  #성공의재해석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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