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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싸웠던 외상외과의 1분 1초
허윤정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05/pimg_7968681544557514.jpg)
단국대학교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허윤정 조교수님의 에세이이다.
혁신형 미래의료센터 소속 외상외과 의사이자,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 촬영 자문의가 아무 것도 아닌 죽음은 없음을
알려주는 에세이이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이야기가 드라마일뿐이라 치부하기에는
환자를 꼭 살려 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용맹한 사람들이 많이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에세이였다.
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는 대부분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터라
눈 깜짝할 순간에 달린 환자의 목숨에 대해 보호자들에게 설명할 때 신중할 수밖에 없는데
소생실 문밖에서 올고 있는 이들이 환자 가족임을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데,
가족을 사칭한 가해자가 환자의 경과를 알기 위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좋지 않을 때
의사선생님도 사무치게 마음이 아플 때, 치료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가족의 등장에
긴장해야 하는 것도 안타까웠다. 치료 과정 동안 집접 대면하고 경과를 설명하며
라포르를 쌓은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등장한 경우는 뒤늦게 잿밥에만 관심을 보이며
의사에게 과실을 따져 묻으러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은
의사에게도 다른 가족에게도 참 슬픈 일이다.
의사라면 하루에 수십 번 시험에 들고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중에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그 선택이 옳았을 수도 틀렸을 수도 있다.
틀린 선택을 내린 의사가 나빠서 그런 것도 멍청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신의 영역이기에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의사 가운을 입고 외운 선서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이해하고, 아픈 자의 고통에 공감하려 노력하며,
사명감으로 마지막까지 환자 곁을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의사가 아직 많이 존재함에 감사하다.
그리고 그런 의사 선생님들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자신들이 수술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갖
CT와 엑스레이를 알차게 찍은 후 전원 여부를 타진하며
본전을 뽑으며 플래티넘 미닛을 빼앗는 일이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강력한 의료법이 시행되었으면 좋겠다.
묵묵히 의업을 행해 온 의대 교수들에게 병원의 적자 고지서와 소송장,
낙숫물이라는 능욕이 돌아와 의대 교수 또한 기피 직종이 되었다.
순간의 사명감으로 바이탈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에 들어서는 순간
인생이 엄청나게 피곤해짐을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 모두 알고 있다.
바이탈과 의료진의 평균연령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지방 의료 시스템은 몰락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
병마와 고통을 덜어 주고 죽어 가는 이를 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의사의 길로 이끈 순간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성형외과 피부과 지원자만 넘치고,
사명감을 가지고 바이탈과로 와서 과로로, 난청으로, 이명으로
자신을 혹사시켜가며 버티고 있는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답답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05/pimg_7968681544557515.jpg)
#외상외과의사 #권역외상센터 #허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