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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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가 미국 문단의 기적이라고 칭송했던

카슨 매컬러스는 열다섯 살 때 열병을 앓고 

몇 번의 뇌졸중을 거쳐 서른 살 초기부터 걷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며, 평범한 세계관에 순응하기 힘든 소외된 영혼의 열망과 고독을 

주제로 한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카슨 매컬러스의 최고 걸작이라고 평가받는 이 작품은

기묘한 삼각관계를 통해 사랑의 본질을 탐색하는 수작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세 사람의 어긋난 기이한 사랑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미스 어밀리어는 아버지에게서 생필품을 파는 가게를 물려받은 데다

지역 최고의 술을 빚어내는 양조장도 운영하는 부자에,

의사로서도 최고였다. 6척 장신에 골격이나 근육도 남자 같긴 해도

사팔뜨기만 아니었다면 꽤 잘 생긴 여자여서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들도 제법 있었지만,

남자의 사랑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았다.

그랬던 그녀가 선택했던 열흘의 이상하고 위험천만한 결혼 생활에

마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자라 겁 없고 잔인한 청년으로 성장했던 

마빈 메이시가 돈 때문이 아니라, 키 큰 외로운 사팔뜨기 소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무려 2년 동안이나 숨기면서 완전 새사람으로 변했다.

동생에게도, 자신을 거두어 길러준 어머니에게도 잘 하고, 

종교 집회에도 참석하고 욕하고 싸우지도 않고 

모든 면에서 자신의 성격을 개선하고

미스 어밀리어를 찾아가 고백을 했고 둘은 결혼을 했는데,

첫날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둘이 원수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사랑이 마빈 메이시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미스 어밀리어도 덜 유별난 여자가 되리라는 

마을 사람들의 기대는 완전히 빗나갔다.

끔찍이 사랑하는 신부와 잠자리도 같이 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파다해지고, 결국 쫓겨나게 된 신랑은 다시 본색이 드러났다.

사랑의 힘으로 변했던 마빈 메이시에게서 사랑이 사라지자

그는 주에서 발간되는 모든 신문에 실릴 정도로 악명 높은 범죄자로

전락하게 되어 결국 교도소에 가게 되었다.


기괴했던  결혼 생활이 잊히고 혼자 살던 미스 어밀리어에게

새로 나타난 사랑은 사기꾼 같은 꼽추 라이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 같은 잡동사니만 가득 찬 가방 하나를 들고

아무 연고도 없는 마을에 나타나서는 미스 어밀리어의 친척이라고 우기며

주저앉아 펑펑 울어대는 황당한 거짓말쟁이 꼽추의 

어떤 부분이 미스 어밀리어의 사랑의 세포를 일깨웠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랑의 콩깍지가 씌여 모든 걸 라이먼에게 바치는 미스 어밀리어와

미스 어밀리어의 재산이 모두 자기 것인 양 의기양양한 구는 라이먼의 모습이

너무 이상했다. 라이먼이 자기 자신과 세상의 모든 것들 사이에 

즉각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특이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원래 사랑이란 게 이성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 아니겠는가.

미스 어밀리어가 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라이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라이먼은 무위도식하며 그 사랑을 당연하게 받기만 하는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물론 꼽추가 워낙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교적이어서

미스 어밀리어가 잔인할 정도로 사람들에게 계산적인 태도가 누그러지고,

의사 역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잘해나가고, 그녀가 만들어 파는 술이 더 맛있어지고,

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인근에서의 유일한 유흥장으로 잘 운영되는 것은

분명 미스 어밀리어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이었다.

사랑에 문외한이라 그런지 내 눈에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외로웠던 미스 어밀리어가

수다쟁이 라이먼에게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오직 열흘간의 결혼 생활을 제외한 모든 것을 라이먼에게 이야기하고,

라이먼을 절대 신뢰하며 카페를 운영하던 행복한 시절은

마빈 메이시의 등장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라이먼이 마빈 메이시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엇갈려버린 사랑의 작대기는 늘 불행을 초래한다.

미스 어밀리어의 카페는 마을 사람들은 단 몇 시간이라도

이 세상에 자신이 가치 없는 존재라는 쓰라린 생각을 조금은 떨쳐버릴 수 있는

소중한 장소였는데, 슬프게도 그 카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 버린다.

미스 어밀리어와 마빈 메이시의 빅 매치에서 미스 어밀리어가 승리를 거둘 찰나,

라이먼이 미스 어밀리어를 공격하고 그들의 기괴한 사랑은 끝이 났다.

라이먼은 미스 어밀리어를 배신하고 미스 어밀리어의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빈 메이시와 함께 도망갔다. 

자신이 혼신의 힘을 다했던 라이먼이 메이시에게 미쳐 있는 걸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미스 어밀리어는 그 배신을 당하고도 3년간 라이먼을 기다리고

카페 건물을 봉쇄하고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카페가 사라진 마을은 황폐해졌다. 

사랑의 힘으로 생겨난 카페는 완전히 퇴락하여

사랑의 덧없음, 폭력성의 상징이 되어 허무하게 가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가 되었다.


사랑은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에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것이라는 게 작가의 사랑론이 

잘 드러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되지 않아 난해하게 느껴졌다.


#슬픈카페의노래  #카슨매컬러스 style="line-height: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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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로 온 엉뚱한 질문들
박숭현 지음 / 정은문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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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저자가 직장을 소개할 때마다

아직까지 극지연구소를 한 번에 알아듣는 사람이 드물 정도라니 안타까웠다. 

작지만 강한 대한민국이 해양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장보고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학교 현장에서의 해양 교육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끼기에 더 안타까웠다.


극지연구소가 인천에 위치한다는 것조차 생소할 만큼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고, 전문가들의 영역으로만 느껴진다.

극지라는 말이 낯설긴 하지만, 남극 북극 연구소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한다.

기지와 연구소는 다르다. 연구소는 실질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기관이고,

기지는 관측과 현장 조사를 위한 거점이다.

세종과학기지는 남극대륙 인근 킹조지섬에 지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기지이고,

장보고과학기지는 남극대륙에 지어진 기지이고,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에는 다산과학기지가 있다.


극지는 쉽게 갈 수 없는 곳이라 동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북극과 남극의 차이점, 

펭귄이 남극에 사는지 북극에 사는지도 확실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극지는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경제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으로

여러 국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한 곳이기에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극지 OX 퀴즈의 답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극지는 극한(extreme)의 극이 아니라 지구자전축의 축(axis)을 의미한다.

지구자전축으로 정의되는 극점이 남극, 북극이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지점은 자남극, 자북극이라고 부른다.

지구자전축이 11.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침반에 기대 항해하던 시절

지구자기장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안전 운행을 위해 아주 중요했다.

지구자기장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유해한 입자들을 차단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 대부분은 지구자기장 밖으로 튕겨 나가는데,

일부가 북극과 남극에 모여 지구 상층 대기와 충돌하면 오로라가 나타난다.


남극 하면 펭귄이 떠오르지만, 남극에서 서식하는 펭귄은 전체 펭귄의 45%이고,

남극 펭귄들이 남극에 머무르는 기간 또한 아주 짧다.

남극의 여름 동안만 번식을 위해 머무르기 때문에

전 생애에서 극히 짧은 시기만 남극에서 지내는 철새이다.

천적으로부터 비교적 쉽게 새끼를 보호할 수 있고 먹잇감도 구하기 쉬운

남극에서 새끼를 낳고 겨울이 찾아오면 남극을 떠나 대양으로 떠난다.


고래는 극지와 열대를 오가는 다채로운 삶을 살아간다.

여름 동안 극지에 머물면서 크릴을 양껏 섭취하고

겨울에 따뜻한 열대 바다로 이동해서 새끼를 낳아 기른다.

열대 바다는 새끼의 천적이 적고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크릴이 없어 어미 고래는 쫄쫄 굶어야 한다니 고래의 식성은 참 까다로운 것 같다.

남극에서 잔뜩 먹어 몸에 비축한 지방으로 만든 젖을 새끼에게 먹이고,

굶주림이 한계에 다다를 때가 되면 새끼 고래가 장거리 이동이 가능해져

장장 5000km의 대장정을 통해 다시 남극 바다로 돌아온다니

생물의 생애는 참 경이로웠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량은

전체의 20% 정도인 반면,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하는 산소량은 70%로

대기 중 기체 농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북극해에는 현재까지 개발된 석유의 약 15%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되고 있어,

북극권의 자원 개발은 외교 및 경제 협력이 중요하다.

자원 선점이라는 이슈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 

지구 전체 문제를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시대적 해결책을 찾는데

극지 연구가 답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어 유익하였다.

#극지로온엉뚱한질문들   #극지연구소  #해양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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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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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여류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는

편지가 없다면 살 수 없을 거라고 고백했을 만큼 편지 쓰는 걸 좋아해서 

4000여 통이나 되는 편지가 남아 있다고 한다.

반 고흐가 동생 테오랑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반 고흐의 고뇌와 예술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듯,

버지니아 울프가 지인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서

그녀의 '자유'를 갈망했던 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사춘기 때 주머니에 돌을 한가득 넣고 강으로 걸어간 여성 작가의 삶도,

작품도 너무 난해해 이해하기가 어려웠는데

그녀의 편지를 접하니 이렇게 섬세한 영혼이 감당하기 어려운 시절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우울증, 정신 질환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할 수도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악플러에 대항해서 싸우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투쟁하고,

평화를 위해 시위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앞장서며 

자유롭고 멋진 모습으로 늙어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남긴 많은 편지 중에서 버지니아 울프 문학 전문 문학평론가가 엄선한 

96통의 편지가 연대순으로 그녀가 생전에 갈망했던

'자유, 상상력, 평화'라는 키워드로 3부로 구성되어 있어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울프의 연인으로 알려진 비타 색빌웨스트와 주고받은 서신은 이미 알려진 바 있지만,

언니 바네사 벨, 남편 레너드 울프, 주변 예술가들과 독자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은

이 책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이라고 한다.


페미니즘의 고전이 된 <자기만의 방>을 통해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연간 500파운드의 수입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라며 

여성의 물질적, 정신적 자립을 강조했던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과 남성의 이분법을 넘어 여성성과 남성성이 융합된 양성적인 마음을 지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연인들과 남편과의 관계가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뭔가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만의 세계가 잘 구축된 것 같다.

지금도 파격적인 자유로운 성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고,

실험적인 글쓰기를 시도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많은 비평과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을텐데,

그 모든 다양한 의견들이 쌓이도록 놔두고 있다며

모두가 잠잠할 때 자신의 구멍에서 기어 나와 그 의견들을 종합할 거라고 한 걸 보면

정말 굳건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너무 감성이 풍부하고 예민해서 우울증에 걸렸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녀의 삶을 제대로 알지 못해 내린 오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전체주의와 가부장제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간파하고

파시즘의 기원이 가부장제적인 가족 안에 있다고 생각한

여성 작가가 그 당시에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었을까?

히틀러가 자신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은 더 쓸 만한 아이디어들을

지니고 있다는 보낸 편지를 보니 가슴이 아팠다.

자신을 괴롭혔던 질병과 싸워왔지만 더 이상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자신의 남편이 항상 놀라울 정도로 잘해줬다고

그 누구도 자신을 위해 더 잘 해줄 수 없었을 거라며

공포가 시작된 몇 주 전까지는 완벽하게 행복했다는 걸 남편에게 확신시켜주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했고,

자신의 광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낭비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신의 광기가 자신의 자유를 앗아가길 원하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단순히 유전적인 신경 쇠약, 작가의 예민함에서 기인한 우울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주의와 전쟁의 위협이 가부장제에서 기원한다며

고학력 남성의 아들들이 비싼 비용으로 엘리트 교육을 받는 공안

고학력 남성들의 딸들과 누이들은 교육과 전문직, 정치 참여에서 배제되어 온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며 전 세계의 평화와 자유를 염원했지만

그녀는 아웃사이더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그 아웃사이더 정신이

세상을 그녀가 살던 시절보다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는 세상으로,

주체적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으로 변화시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언제나희망하고있지않나요  #버지니아울프  #버니지아울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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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일의 화학 카페 - 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
진정일 지음 / 페이퍼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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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을 통해 화학이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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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일의 화학 카페 - 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
진정일 지음 / 페이퍼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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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액정 고분자의 세계적 개척자인 진정일 교수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 회장을 역임하고,

나노과학과 나노기술 발전에 대한 공로로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나노과학메달을 수상한 세계적 석학이다.

국가과학기술훈장(1등급)을 받은 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을 통해 화학이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그 중에서도 눈물의 과학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실컷 울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눈물에 혈액보다 30배나 많은 망간이 들어있기 때문이란다.

망간은 기분을 바꾸는 화합물로 눈물을 흘리면 망간이 배출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행복감이 솟아난다니 신기하였다.

눈물의 생리적 심리적 영향을 명쾌하게 밝혀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

눈물의 물리 화학적 연구에 비해 심리적 연구 결과는 아직 혼란스러운 면이 많긴 하다니,

눈물과 매력의 상관관계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연구가 기대되었다.


순수한 흙은 무기물이라 흙 자체에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맡는 흙냄새는 사실 흙 속에서 살고 있는 세균과 곰팡이들이

흙 속의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이다.

흙 1g에 3천만 마리의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우리가 흙냄새라 느끼는 화합물은 지오스민(geosmin)과 2-메틸이소보르네올(MIB)이다.

사람의 코는 지오스민 냄새에 매우 민감해서 1조 분의 5농도까지도 탐지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잉어, 붕어, 메기 같은 민물고기에서 나는 흙냄새의 원인도 지오스민 때문인데,

산성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민물고기 요리에 식초를 이용하면 흙냄새를 줄일 수 있단다.

역시 요리는 과학이다.

지오스민과 2-메틸이소보르네올은 쌍봉낙타가 80km 떨어진 오아시스를 찾는데도

도움이 된다니 정말 신기했다. 쌍봉낙타가 물을 마실 때 스트렙토마이세스 포자와

접촉하게 되고, 이 포자들은 낙타가 여행하는 길을 따라 넓게 퍼져나간다니

자연의 신비는 정말 경이롭다.

2000년 대 들어 발견된 우리나라의 미라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2002년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견된 파평 윤씨 미라는 배 속에 태아가 남아 있는

23세 여인이었는데, 세계 최초의 발견이었단다.

미라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 내용과 달리 서양에서는

이집트 미라를 분말로 만들어 유화물감으로 사용하거나

약재로 여거서 약국에서 판매했다고 하니 엽기적이었다.

사체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 역청을 약으로 여겼나 보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에 서멈이라는 종교단체에서 

6만 7천 달러를 받고 미라화를 해주는 장례식장이 있다고 하니,

내세에서도 현세의 몸을 계속 지니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참 징그러웠다.


셰익스피어 작품집과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책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탐정소설이라고 다니 정말 놀라웠다.

그녀가 집필한 67권의 소설은 무려 20억 권 이상 판매되었고,

화학적 사건이 대부분이라 범죄화학을 풀어 썬 교과서로 불릴 정도이다.

독약을 이용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살인범이 누군지 찾는 애거사의 탐정소설을 통해

화학물질의 독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화합물의 약리작용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추리 소설에 녹여낸

훌륭한 화학 교사이자 뛰어난 작가임이 틀림없다.

일상 곳곳에 화학이 침투되어 있어서 그런지

주제가 너무 다채로워 더욱 재미있고 유익하였다.

일상 속 화학 이야기부터 역사 속 유명한 화학자들의 이야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여성 화학자 이야기, 지속 가능한 삶을 누리기 위한 미래의 화학 이야기까지 

아이들에게 강추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화학수업 #청소년  #자연과학  #진정일의화학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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